초보경험담

삑사리까지도 쿨하게 끌어안기 [케익교환권]

  • 24.02.28

라흐마니노프를 아시나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보칼리제 라는 곡으로

유명한 작곡가입니다.

보칼리제도 유명하지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3번으로도

아주 유명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정말로 좋아하는데요

처절함의 진흙 속에서 괴로워하다가

결국에는 딛고 일어나는 영웅서사가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저는 고뇌하는 듯 한 2악장을

제일 좋아합니다.

https://youtu.be/YviN1tuXbzc?si=7Wfm35Ory3rkB52F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2번을

상당히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했는데요

조성진의 핀란드 협연 버전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곡을 쭉 들어보다보면

9분 경부터 시작되는 호른 솔로에 삑사리가 납니다.

아마추어건, 프로건, 초등학생이건 그 어떤 연주자도

이렇게 큰 무대에서 실수를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 연주자들도

무대 위에서 실수를 하게 되죠.

오케스트라에서 몇 마디 없는

솔로 파트에 실수라니..

몇 초만에 얼굴이 달아오를정도로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데

실수를하면 너무 부끄럽기도 하고

팀의 연주를 망쳤다는 생각에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한 때 음악 동호인으로서

삑사리가 얼마나 창피한지 알고 있습니다.


실력에 비해 과한 사진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저인데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연습했다고 해도

내가 원치않는 타이밍에

내가 되게 잘하는 부분인데도

무대에서 삑사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부분은 잘하구요.

삑사리를 낼 때마다

다시!를 외치는 것은 불가능하고

멘탈을 다시 잘 잡고

누가 봐도 내 실수인데 '아닌 척' 하며

다음 프레이즈를 이어나갑니다.

다음에도 실수하면 어쩌지

초조한 마음이 들 때

지휘자 선생님의 말이 늘 힘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헤매도

마무리만 잘 맞으면 됩니다!

그래, 마지막까지 가는거야!

아닌게 아니라

조성진의 라흐마니노프도

2악장, 3악장..

고난을 지나 환희와 해결로 가며

호른 삑사리는 잊혀집니다.

웅장하게 휘몰아치는 마무리에

저절로 손뼉을 치게 됩니다.

이 곡을 들으면서도

투자도 음악과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1.

내가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실수가 나옵니다.

실수를 줄이려고 골방에 틀어박혀

아무리 연습을 해봐도

실수는 랜덤하게 튀어나옵니다.

투자 역시도 내가 열심히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리스크가 튀어나오고

내 마음대로, 생각대로 되는 일이

1도 없다고 느껴지는 때도 있습니다.

내마중 강의를 듣다보니

새벽보기튜터님께서 그런게 투자라

하시더군요...ㅎㅎ

2.

음악은 수정할 수 없습니다.

삑사리가 났다고 해서

다시 돌아가서 보정을 할 수 없죠.

음악은 시간과 함께 찰나에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지나간 음은 지나가게 두고서

다음 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음악은 머물러있지 못합니다.

그런 것 처럼 투자도

찰나의 순간마다 결정을 내리고

계약을 하면 번복이 쉽지는 않습니다.

음악이 한 음 한음 집중해서 소리를 내듯

우리도 저환수원리에 집중해서

많은 결정들을 내립니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도 결코 머물러있지 않습니다.

시간과 함께 지나가고

다음 그리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죠.

3.

음악은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중간에 아무리 실수가 있었어도

수습을 잘 해서 웅장한 마무리를 지었다면

사람들에게는 어쨌거나 좋은 연주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실수를 했더라도

얼른 정신차리고 끝까지 집중하는것이

중요합니다.

투자도 결국에는 마무리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투자를 해 나감에 있어서

중간 중간 잔 실수는 있겠지만

그 투자를 통해서 내가 수익을 내거나

아니면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중간의 실수들은 아름다운 과정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앙드레코스톨라니가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에서

투자는 과학이 아닌

예술이다

라고 말합니다.

투자가 과학이 아닌 예술인 이유는

알고리즘에 따른 분석과

기준에 맞춘 판단도 중요하지만.

그 사이에 끼어드는

난데없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 불확실성에는

전염병, 국제정세... 대중의 마음과 판단

예측할 수 없는 시장.

그리고 나의 마음까지도...

무자르 듯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 불확실성을 만났을을 때,

비록 마음 한켠이 뻐근해도

그럴 때마다

초딩 리코더 연주 수준 같기는 한데...

투자는 예술인가부다.... 하며

쿨하게..

직관적으로, 유연하게, 순리대로

예술적인 태도로 문제들을

현명하게 풀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구세주creator badge
24. 02. 28. 12:05

글이 너무 좋은데 사진이 눈에 들어오는... 아무튼 투자하면서 나는 삑사리도 이게 과정이겠거니 하면서 마무리를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줄도 알아야겠습니다. 실제로 투자하면서 많은 얼굴 달아오름이 있었던 저에게 힘이되는 글 감사합니다

이사나
24. 02. 28. 12:05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저도 진짜 좋아하는데요. 이 호른 삑사리는 정말 앗!! 싶긴 하지만, 클라이막스로 가면 금새 잊혀지죠 ㅋㅋㅋ 저도 완전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평소에 실수하면 두고두고 이불킥이 오래 가는 편인데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리 먹게 됩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흙
24. 02. 28. 12:17

헉 ㅋㅋㅋㅋ 반장님 아주 고급스러운 과거가있으셨군오 음악은 잘 모르지만 담긴뜻이 너무좋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