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유독 바쁜 시기에 강의를 듣는 게 가능할까?”
(그런데 바쁘지 않은 적이 있었나)
“아직, 돈도 별로 못 모았는데, 지금 부동산 공부라니 의미가 있을까?”
(그런데 이렇게 계속 놓치면 언제쯤 시작할 수 있을까)
배움을 결심하고 나서도, 시작을 망설이게 되는 마음의 소리가 소란했다. 단 한 번도 바쁘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유독 더 바쁜 시기였다. 돈은 천 만원을 모았을 때도, 1억을 모았을 때도, 2억을 모았을 때도, 여전히 늘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결정적으로 수강을 더 오래 망설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강의 옵션에 있었던 조.편.성.
일로만 가득찼던 내 북마크 바로가기 로열동 로열층에 이미 ‘월급쟁이부자들’이 입주한 뒤였지만 개인적인 상황과 건강상의 이유로 주어진 여건이 남들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Q. 첫 강의인데요.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습니다. 내집마련 기초반 조 활동과 과제를 온전히 이행할 수 있을까요?
A 1.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저도 그랬을 때, 저희 조장님과 조원들이…
A 2. 맞아요! 저도 진짜 병원 다니면서 시간이 도저히 안 날 때 수강했었는데…
A 3. 걱정마세요!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면 제가 조장일 때…
놀라웠다. 건네는 마음에 아무런 이자가 없는 답변들이 순식간에 하나 둘… 아니 이 사람들 대체 뭘까. 나랑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시작 단계의 장벽을 이미 극복한 분들인가. 정확히 어떤 동력이 이들을 이렇게 단단하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다.
‘내집마련 기초반[온라인 강의 + 조편성 참여+라이브 코칭] 결제완료 되셨습니다.’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까지 망설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내 집 마련을 하든 하지 않든 먼 훗날, 오늘을 기억할 내가 보였다. ‘실패하지 않는 첫 단추, 드디어 만났군요.’ 마음만은 벌써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미래를 바꾸는 한 달’을 보내시게 될 거예요.”
미래를 바꾸는 한 달, 설레면서도 무게가 묵직한 말이었다. 여덟 명이 하나의 방에 모였다. 그리고 각자의 성별과 연령대, MBTI, 취미와 관심사, 거주지역과 목표 등을 한 시트에 적기 시작했다. 낯을 잔뜩 가리던 커서들이 동시에 움직이며 다닥다닥 붙어 수줍은 인사를 나눴다.
17년 동안 한 직장을 오래 다니신 분, 야근 많은 직장을 다니며 친구에게 이 강의를 추천받으신 분, 필라테스 센터를 여러 개 운영하시는 사업가 분, 길었던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사택이 있는 직장을 함께 다니는 신혼부부, 강의 수강 중 반가운 둘째 임신 소식을 알게 된 분, 아파트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내집마련 기초반 수강이 두 번째인 분, 해외 생활을 마치고 국내 부동산 투자자가 되기로 결심하신 분까지.
서울에 사는 30~40대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자. 싱글이거나 신혼부부. 서로 닮은 점만큼 다른 점도 많았던 우리에겐 같은 목표가 있었다. 오랜 시간 힘들고 어렵게 모은 종잣돈이 절대 아깝지 않은 내 집 구하기.
“좋은 아침입니다.”
“무더운 날씨지만 화이팅입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서로의 안부를 진심으로 물었다. 어색함은 잠시였다. 주변 지인들과도 쉽게 나눌 수 없었던 종잣돈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를 투명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일곱이나 생겼다. 믿기지 않겠지만 가족보다 먼저 하루의 원씽 목표를 나누고, 강의 내용을 복기하며, 부족한 점을 서로 채우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힘이란, 절대 혼자 느낄 수 없는 ‘배움'이었다. 수십억 수백억 자산가에게 배울 수 있는 무엇이 있겠지만 부동산 공부에 첫 발을 뗀 동료들에게 배울 수 있는 무엇이 분명 따로 있었다.
▴ 『원씽』 개인 독서 노트
▴ 오늘의 원씽을 나누는 조 단톡방 내용
팀에서는 각자의 역할이 하나씩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오프라인에서 함께 만났을 때 인증 사진을 찍고, 온라인 모임에서는 화면을 찍는 ‘모임 팀장’, 매일 아침 안부를 묻고 원씽 목표를 공유하는 ‘원씽 팀장’ 두 가지 역할을 맡았다. 올해 초에 읽었던 『원씽』은 독서 노트를 남기기도 했던 도서지만, 일상에 바로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실제로 매일 동료들과 오늘 하루의 원씽을 적고, 공유하고, 실천했는지 점검해보니 왜 이번 한 달을 ‘미래를 바꾸는 한 달’이라 불렀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만큼 각자 다양한 상황,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하루 이틀 정도 원씽을 실천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괴로워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과제를 월등히 잘해서 MVP가 되어야지. 우리 조는 무조건 1등 조가 되어야 해.’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서로가 무사히, 건강히 완주하길 바라는 긍휼한 마음 뿐이었다.
첫 강의를 듣고, 가장 먼저 일어난 변화가 있었다. 내가 더 이상 대출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만기일시상환, 원금균등상환, 원리금균등상환, LTV, DTI, DSR… 읽기만 해도 어지러웠던 단어들이 이렇게 마법처럼 쉬워지다니.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른다고 생각해서 내내 불안했던 것들이 1주 차 강의만으로도 말끔해졌다.
‘마포구 아파트 단지들은 절대 꿈도 못 꾼다고 생각했는데, 예산 범위 안에 들어온다고?’
내 집 마련 최종 예산은 어떻게 구하는 것인지, 보수적으로 잡은 대출 가능 금액은 얼마인지, 최적의 후보 단지를 찾는 방법은 무엇인지. 스스로 이미 어렵다고 생각하여 꼭꼭 닫아두었던 미래를 한 겹 열어젖힌 느낌이었다.
▴ 내집마련 기초반 1주 차 첫 강의 후기 내용
▴ 내집마련 기초반 2주 차 첫 임장 후 조 단톡방 대화 내용
‘서울에 살면서, 왜 더 객관적으로 입지를 살피지 못했을까?’
2주차 강의를 듣고 나면 2글자를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입지. 세부 입지 정보와 평가 기준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의 내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직접 현장을 밟아보라는 말이 이래서 나왔구나.’
첫 임장은 조원들과 함께였다. 후보 단지가 많이 나왔던 강동구와 영등포구. 우리 조는 두 팀으로 나누어 임장 루트를 짜고, 중간 장소에서 조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강동구 팀의 약속 장소는 상일동 역. 두 갈래로 갈라지는 5호선 하남검단산행과 마천행 중에서 상일동 역으로 가려면 꼭 하남검단산행을 타야 한다는 것. 여기 사는 사람들의 불편한 점으로 미리 메모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상일동 역에서 내리자마자 반기는 대장 아파트들. 내 집 마련 갈아타기의 최종 성공 사례로도 언급이 많았던 고덕 그라시움. 확실히 도로가 넓고 깔끔하여 시야기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반듯반듯 계획된 조경, 우거진 나무를 따라 이어진 산책길에 러닝하는 사람들. 비가 그친 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 학원가, 대형마트, 종합병원이 가까워 생활권이 전체적으로 안정된 느낌. 균질성 우수. 이런 메모를 걸으며 남기고 있는 내가 신기했다.
▴ 내집마련 기초반 3주 차 과제 내용
첫 부동산 매물 임장이라니. 이제는 진짜 실전이다. 3주차 강의까지 완강하고, 부동산 방문을 마치면 실제 내 집 마련에 관한 전 과정을 경험해본 나로 다시 태어난다.
인생에서 가장 바쁜 한 달이었다. 이직 준비를 하고,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하고, 인수인계를 하는 모든 과정이 내집마련 기초반 수강 기간과 겹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한 선택 중 이 선택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배움은 미루는 것이 아니었다.
“네? 우수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조는 이번 기수 우수 조로 선정이 되었다. 처음엔 아무도 믿지 못했다. 혹시 잘못 발표된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특출난 과제 우수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 집 마련에 바로 성공한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완벽한 답을 찾지 못해도 이 여정을 한 차례 완성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함께 걸었다. 1주 차, 2주 차, 3주 차. 임장의 뜻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서로 물과 간식을 주고받으며, 초기 임산부 조원의 지킴이가 되어 주위 환경을 미리 살피고, 뜨거운 여름의 골목을 걸었던 순간들이 수 차례 스쳐 지나갔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이었다.
우수 조 혜택으로 우리에겐 튜터님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미리 질문을 생각할 때도 우리는 서로가 겹치지 않는 고민을 나누어, 고르게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이직한 직장의 첫 출근날과 겹치는데 괜찮냐며 축하와 응원도 받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빨리 가는 방법 대신, 멀리 가는 방법을 택한 사람들. 올 여름을 가장 뜨거웠던 계절로 기억할 사람들이 곁에 있다.
“이번 여름을 살면서, 정말 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
아직 우리 조원 중,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우리가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변하지 않는 이 시장의 ‘본질’을 배웠고, 어떤 단지를 어떤 방법으로 얼마에 사야 적정한 가격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배웠다.
“노력하고 계시죠?”
어느 누구도, 내 집 마련에 성공했는지 채근하며 묻지 않는다.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관심 단지는 늘었는지 시세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임장은 다니고 있는지 이번 청약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각자의 노력들을 포개어 둔다.
계획해둔 것을 하루 이틀 실천하지 못했다고 해서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목표조차 없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어쨌든 당신은 지금 꿈꾸던 인생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후회하지 않는 첫 단추. 정말 이렇게까지 몰라도 될까? 싶었던 사람에게 찾아온 단 하나의 기회.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다. 미래에 내 집 마련을 마친 내가 부끄러워 하지 않을 오늘을 보내고 있다.
▶내 집 마련 성공기, 갈아타기 성공기, 10억 달성기…
성공의 이야기들이 넘치는 월급쟁이 부자들에도, 성공 이전의 이야기. 내 옆 사람들이 배움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진짜 과정이 담긴 현재의 이야기가 유의미하지 않을까 용기를 내봤습니다. 지금 첫 ‘배움’을 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꼭 ‘배움'을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평생 ‘배움'을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함께 배우고, 성장해요.
'이렇게까지 몰라도 될까?' 싶은 사람에게 찾아온 단 하나의 기회 (첫 번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https://weolbu.com/community/84706
댓글
처음 월부에 왔던 때가 기억나네요♡ 언제나 좋은 환경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한 때가 떠오르는 글이었어요! 지금도 배우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공감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시작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목표와 꿈 모두 이뤄나가시길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