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30대 직장인 부부의 경제적 자립기 #2. 아버지의 20년 된 차와 신용카드

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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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이어서

 

 

30대 직장인 부부의 경제적 자립기 

#2. 아버지의 20년 된 차와 신용카드

 

그렇게 나의 30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2016년이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20년 된 낡은 자동차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나보다도 더 소비에 인색하신 편이었다. 나 또한 아버지의 소비 습관 덕분인지 동갑내기 남자들이 하나씩은 갖고 있을 자동차나 시계, 신발 등을 소유하는 것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의 눈에도 20년 가까이 된 아버지의 자동차는 다소 상태가 심하기는(?) 했다. 차체에는 작은 흠집들이 가득했고 겨울철 엔진 소리는 거칠었다. 수동 스틱 운전이었던터라 아버지는 장거리 운전이라도 하신 날이면 피곤하신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지금껏 모아온 돈을 의미있는 일에 소비하고 싶었다. 나는 20개월로 만기된 곗돈에 성과급을 더해 고급 세단을 선물해드렸다. 지금까지 내가 한 '소비' 중 가장 큰 금액이었다.

 

우리 아들이 사 준 차를 타보는 구나

 

브런치 글 이미지 1

 

대부분의 소비에 "필요 없다"며 손사래를 치시던 아버지도 내 기대보다 훨씬 기뻐하셨고 내심 고마워하셨다. 아직 돈에 대한 지식이나 철학은 전무했지만 '돈'을 통해 내 가족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는 있었다. 돈이 나에게 크게 중요한 적이 없었지만, 내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게 된 계기였다. 가치있는 소비가 주는 즐거움은 지금의 나에게도 마음 깊이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나에게 또 다른 영향을 주기도 했으니, 바로 신용카드 생활의 시작이었다. 차량을 계약하면서 현대카드 신용카드로 구매를 하면 소비 금액에 따라 M포인트를 적립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카드를 만들었고 상당한 포인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신용카드는 수년 간 나의 소비패턴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신용카드를 만든 후,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소비 패턴을 가지게 되었다. 월급을 받으면 생활비를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부터 소비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조금씩 계좌 잔액에 대해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과거에는 월급이 들어오면 계좌에 남은 돈을 꼼꼼히 확인했지만, 이제는 내 계좌에 실제로 얼마가 남아 있는지 계산을 하기가 복잡해졌기에 신경을 덜 쓰게 됐다. 어차피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과 실제 내 계좌에 남은 잔액은 같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평소에는 하지 않았을 큰 소비, 주로 여행이나 데이트, 모임에 내 평소 씀씀이보다 많은 비용을 쓰게 되는 날이 잦아졌다. 평소 씀씀이가 크지 않았던 나였기에 이러한 변화는 좀 더 극적이었다.

 

다음 달 월급에서 갚으면 되지

 

소액 연체가 되는 달이 가끔씩 발생했고, 그 때마다 내 신용점수는 대폭 낮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신용점수에 대한 감도 딱히 없었다. 휴대폰 요금이나 몇십 만원 수준의 연체가 이따금씩 발생하는 수준이었기에 안일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매달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인데 대출 받을 일이 있을까'

 

그러던 중 아버지의 직장이 부산으로 이전을 하게 되면서 나와 내 동생은 새롭게 집을 구해야 할 시점이 찾아왔다. 그간 무심했던 내 신용도로 내 명의의 대출을 받아야 할 시점이기도 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다음 편에 이어서)

 

 


댓글


미피의모험
25. 08. 15. 21:04

와 드디어 2편!! 기다렸습니다. ㅠㅠ 신용카드 부분 너무 공감합니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그 세계를 시작하면 악순환이 끊어지질 않더라구요...

주아팬더
25. 08. 15. 21:08

2편 너무나도 기다렸습니다! 신용가드.. 재테크를 막는 수단인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3편이 기대가 됩니다!

유쾌한미즈송
25. 08. 15. 23:43

다음편 글이 기다려집니다. 아버지께 세단을 선물하는 아들. 음~~ 일단 넘 감동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