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 지역 규제 정책이 나오고, 40시간이 지나 투자를 했습니다.
너무나 긴박했던 이틀이었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최근 동생 신혼집과 + 부모님 갈아타기 임장/계약/잔금으로 정신이 없었지만
이 핑계로 제 투자를 소홀히 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왜 진작 투자를 안했을 까?"라는 아쉬움과
"어떻게든 투자는 마무리했다"는 안도감 사이에 있는 감정을 지닌 채 3일이 지났습니다.
긴박했던 40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보고
놓친 부분이 없는지 복기해보려고 합니다.

10월 15일 (발표 D-Day) 오전 9시
"예상보다 강력했던 규제 발표, 이제 끝났다는 좌절감"
마포·성동·분당 정도만 묶일 줄 알았는데, ‘서울 전 지역 확대’라는 소문이 아침부터 돌기 시작했다.
단톡방은 순식간에 난리가 났고 얼마 후 실제 발표도 소문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때 부모님 갈아타기 잔금을 치루고 있었고,
"내 그동안의 공부가 허무하게 끝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아쉬움과 자책감에 가득한 침울한 표정으로 부동산을 나왔다.

오전 11시
"희망의 빛이 되어준 전화 한 통"
"아직 5일 남았어요"
운전을 하고 있는데, 부동산 사장님들과 동료들의 연락이 쏟아졌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1~3순위 단지에 전화를 돌렸다
"매물이 없어요" / "끝난거 아니었어요?" / "전화 불나서 너무 바빠요" / "이미 늦었어요"
사장님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건, 매도자가 급할거라는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고
나같은 매수자가 급한 분위기인 점은 분명했다.
(아니 매도자도 급하지만, 매수자의 급한 속도가 월등히 빨랐다)
"혹시 생기면 꼭 연락 주셔야해요"라는 듣지도 않는 한 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지만
그럼에도, 왠지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오후 14시~16시
"차분하게 현재 상황과 투자 후보를 정리해보자"
집에와서 정책 자료를 다시 읽었다.
19일까지 계약이면 괜찮다는 문장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보유 현금, 주식 상황, 와이프 신용대출을 다시 한 번 계산했다.
그리고 전날까지 수백번은 살피고 또 살폈던 파일을 열었다.
[ 빱's 투자 단지 리스트.xlsx ]
다행히도 전날까지 사장님들과 수시로 전화하면서 어느 정도의 상황은 파악한 상태이다.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에 마음이 한결 놓였다.

오후 16시~20시
"50통의 전화를 통한 물건 상세 파악"
파일 속에 있는 후보 단지들은 가리지 않고 모두 전화를 돌렸다.
- 각 단지별 투자 대상 TOP3 정보를 상세하게 파악하고
- 현재 매수자가 얼만큼 붙어있는지, 매도자는 왜 매도하려고 하는지 분위기를 파악한 다음
- 매물별 상세 조건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사실 그냥 모든 정보를 다 적었다.
그렇게 통화와 정리를 끝내고
짧지만, 아이와의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했다.


오후 20시~24시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후보 11개를 준비하다"
전화로 파악한 매물 중 투자금과 상황에 맞는 물건을 20개 정도를 준비했다.
그리고 우선 컨택할 후보매물 1위 ~ 11위를 선정했다.

오전에 전화로 느낀 분위기는 이 중 확실히 몇개의 물건은
'이미 날라 갔거나, 날라가고 있거나, 날라갔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나는 결심을 한다
"이 중 하나는 무조건 산다. 진짜 한 개는 남아 있을 거다 "

오후 24시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후보 11개를 준비하다"
밤 12시지만 조심스럽게 매물을 보유한 사장님과 통화를 한다. (1,2,3등 단지)
사장님은 "너가 처음은 아니라는 듯" 괜찮다며 출근하면 바로 예약해준다고 말씀을 해 주셨다.

하루 종일 육아하느라, 짜증섞인 남편의 투정 받아주느라 고생했을 와이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다음날을 위해 잠이 든다.

10월 16일 (발표 D+1) 오전 8시
"나만 이유를 아는 고혈압, 현장으로 출동"
6개월간 미뤄왔던 건강검진을 받았다. 난생 처음으로 고혈압이 나왔다.
의사가 물었다. “최근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었나요?”
'어제.. 정ㅂ....'
원인을 정확히 알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병원에서 준 쿠폰으로 본죽 한 그릇 먹고 바로 부동산으로 향했다

오전 11시
"수도 없이 이뤄지고 있는 계약들을 목격하다"
내가 도착한 곳은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이다.
그래서인지 평일이었음에도,
주민인지 아님 나와 같은 투자자인지 구분 안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손에 들고 있는 계약서를 보면서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늦었나.. 그깟 건강검진 오늘 안 받을 걸.."
왠지 모를 허탈감에 가득찬 채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간다.

오후 12시
"집 보기 거절... 그리고 식빵과 편지 한 장"
다행히 1 , 2등 물건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세입자 할머니가 욕을 하면서 집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금은 안보고 사야되는 시기 아니야?' 라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래도 배운사람으로써 그럴 순 없다는 생각에, 단지 상가에서 식빵을 사고 편지를 썼다.


오후 13시
"한 손엔 제육... 한 손엔 노트북"
사장님이 추천해준 근처 백반집에서 고민없이 제육을 시키고 노트북을 켰다.
쉴 틈이 없다는 생각에
근처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지만. 내가 놓치고 있는 새 매물은 없었다.
뭔 음식을 그리 빨리 먹냐고 이모님이 한 마디 하셨지만 시간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우산을 놓고 나왔다.
그날의 하루는 다 이런 식이었다.

오후 15시
"매수자 우위? NO! 안 팔아요~"
1등 물건 - 식빵을 걸어 둔 1등 물건의 매도자가 소식을 듣고 원래 가격에서 +5천만 원을 올렸다.
그 가격이면 투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식빵값 6500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할머니께서 전화가 왔다 "왜 부동산도 아니면서 나서냐"라는 핀잔과 함께 욕을 먹었지만 참았다.
" 진작 5천 올렸으면 식빵이라도 회수해가지고 오는건데.. "
2등 물건 - 다시 컨택한 2등 물건은 계좌 요청을 하자 마자 +2천만원을 올렸다.
토요일까지 시간이 있다보니 매도자는 토요일까지 분위기를 살펴보겠다는 명확한 스탠스였다.
"현실을 냉정히 파악하세요! 라고 하기에는 급한 건 내 쪽이었다."
다시 또 꿈이 멀어지는 것 같다.

오후 17시
"다른 지역에서도 날라가고 있는 후보 물건들.."
1, 2등 물건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지역으로 향하던 중 연락이 왔다
제육먹으면서 전화를 돌렸던 5분전에 있던 단지내 다른 부동산들이었다.
+ 19시 30분 1개 / +20시 30분 1개
두 건의 예약이 잡혔다..
그렇게 운전을하고 가던 중 도착 예정인 사장님한테 연락이 온다
"물건 나갔다. 오지 마라" ..
뿐만 아니라 8등 10등 단지에서도 계약이 되었다는 연락이 동시에 왔다
물건을 전체적으로 정리해야되는 상황이었다.
차 안에서 노트북으로 매물의 우선순위를 다시 파악하기 시작했다

오후 19시
"마음은 이미 1등을 향해 있었다."
매물 우선순위를 정리해 1등~4등 물건을 다시 선별했다.
그리고 2등과 3등 물건을 봤다.
1등과 2등 물건은 장부 물건이라 보는 사람이 나뿐이었고 경쟁자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3등 물건은 기억도 안날 정도로 대충 봤다.
집을 본 후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2등 물건을 계약 하려고 합니다. 다만 8시30분에 다른 부동산에서 물건 하나만 더 보고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은 핀잔을 주셨지만 어차피 1등을 하겠다는 마음이 정해져있기에 흘려들었다.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음 사무실을 향했다.

오후 20시
"주체 못한 감정. 부동산을 박차고 나오다"
드디어 1등 물건! 매매가도 다른 물건보다 1억 쌌고.
많이 들 수 있던 투자금도 주전세 조건으로 협상까지 완료한 상황이었다.
신축이기에 물건 훑고 문제 없으면 계약만 하면 종지부를 찍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솔직히 이정도 가격이면 화장실이 푸세식이라고 할지라도 계약하겠다는 마인드였다.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사장님 얼굴은 어두웠다.
"조금 전에 매도자가 안 판다고 했어요"
"대신 203동 3층이랑 205동 8층이 있는데요 사장님~~"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낚시 물건이구나"
너무 화가 났고 화를 참지는 않았다 굳이 참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문을 박차고 부동산을 나와 10발자국을 걸어 아까 부동산으로 다시 굽신거리면서 들어갔다.

오후 21시
"김밥 위의 계약서"
다행히 사장님들이 퇴근을 안했다. 김밥을 먹으면서 서류를 정리하고 계셨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2등 물건의 계좌를 달라고 했다.
매도자와 전화로 잔금시기등을 조율이 되었지만 그 자리에서 매도자는 +500만원을 올린다.
"그렇게 하시죠. 이제 진짜 계좌 주세요ㅠ"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고 충분히 괜찮은 투자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머리가 너무 아팠고 진짜 집에 가고 싶었다.

오후 22시
"또 멀어진 꿈, 다시 붙잡는 전화"
5분.. 10분..30분..1시간
사무실의 공기가 쎄함이 느껴지고 있다.
서로 말은 안했지만 사장님도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계신듯 싶었다.
결국 1시간이 지났는데 계좌는 오지 않았다.
알고보니 너무 싼 가격에 판다고 매도자 부부가 트러블이 생겼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토요일까지 팔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
또 꿈이 멀어졌지만...
오늘 하루만 3번째 겪는일이고 화낼 힘도 없어
주섬주섬 핸드폰을 챙기고 밖을 나왔다.
사무실 밖을 나가서 오전에 봤던 4등 물건 부동산에 전화를 한다.
원하는 가격을 얘기하고 이 가격을 해주면 계약금 넘기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사장님께 3등 물건에 대해 -1천 네고를 시작했다.
3등과 4등 중 내 조건을 받는 물건을 매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오후 23시
"마지막 협상.. 사장님의 역할은 중요하다"
전화로 협상한 4등 물건은 내일 아침에 답을 준다고 했다.
기다림과 동시에 사무실에서 3등 물건 협상에 집중했다.
아까 안중에도 없어서 물건을 보고도 기억이 안나는 바로 그 물건이었다.
협상이 지체된다. 이 매도자도 토요일까지는 상황을 보기로 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1천 -> -500만원으로 재협상을 시도한다. 안판다고 한다. 나는 짐을 싼다.
사장님이 불쌍해보였는지 매도 부동산에 전화해 소리를 친다.
"이 젊은 사장 하루종일 고생했다. 지금 진짜 짐 다쌌다. 500안깎으면 진짜 안한다. 내가 사진하나 보냈어 봐봐"
짐을 싸고 모자를 푹 눌러쓴 내 모습을 사진을 찍고 매도 사장님 카톡으로 보냈다.
"만약 500안깎으면 당신이랑 나랑 중개수수료 -150씩 반띵해서 이사람한테 -300해주자"
"150만원 날라가기 싫으면 어떻게든 협상해와"
사장님이 너무 고마웠다 눈물이 찔끔날뻔했지만 괜히 센척을 해야될 것 같은 느낌이라 아무렇지 않은척을 했다.


계좌를 받았다 사장님들이 싸워주신 덕분에 -500네고 후 매수를 했다.
고생했다며 사장님들이 악수를 청한다. 먼길 가야한다며 냉장고에서 미에로화이바와 이름 모를 일본 과자를 한웅큼 챙겨준다.
10.20 24시 15분
: 1시간 넘게 운전해서 집에 도착했는데 어떻게 집에 간지 기억조차 안난다.
: 하하옷씨와 카톡하고 씼자마자 스르르 잠이 든다.

그렇게 두 번째 서울 투자이자.
목표했던 자산재배치를 마무리했다.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하나의 투자를 한 다는 건
"실력, 돈, 시간, 상황, 체력 5박자가 어느 정도는 맞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나보다 더 준비되고 열심히 한 동료들이 규제 하나로 투자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했고.
그 절망감을 잠깐이나마 겪어본 사람으로써 어떤 마음인지 아주 조금은 알기에
여태까지 했던 매수 중에 가장 마음이 무거운 매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의 경험을 통해 5박자 중 "상황"을 제외한 4박자를 모두 충족한 동료들임을 알기에
언제든 찾아오는 기회에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곤 확신한다!
치열했던 40시간을 마무리하며!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