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하면서 정오쯤 건대입구역에서 잠실 방향 지하철을 탔다.
좌석이 텅텅 비어 있었다. 열차 안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주변을 힐끗 둘러 보았는데 내 주변 나와 같이 탑승한 사람들도
‘응? 주말 이 시간에 들어온 지하철에 아무도 없다고?’ 하는 표정이었다.
가장 끝 좌석에 편히 기대어 앉았는데 순간 뭔가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가 뭔가에 홀려서 몇 년을 타던 이 지하철을 거꾸로 탄 것은 아닐까??’
‘잠실 방향이 아니라 성수 방향이 아닐까?(성수 방향이어도 사람이 적을 이유는 없는데…)’
‘뭐야, 2호선 지선을 탄 거 아니야? (무슨 소리야? ㅡㅡ)’
순간 고개를 들어 바깥을 바라본 내 눈에 성수 두 글자가 어렴풋이 보이는 것도 같았다.
‘뭔가 이상해. 주말 이 시간에 지하철 좌석에 아무도 없을 리는 없어. 일단 내리자.’
몸을 재빨리 일으켜 열차에서 나왔다. 나 혼자만 내렸다.
바로 문이 닫혔고 열차는 출발했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당연히 열차 방향을 거꾸로 탄 것도, 2호선 지선도 아니었다.
그냥 운 좋게도 내가 앉아서 갈 수 있는 열차를 타게 된 것이었다.
4분 뒤에 다음 열차가 도착했고,
열차는 여느 때처럼 앉을 자리 없는 주말의 그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목적지까지 내내 서서 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 번 내렸다가 다음 열차를 탄 것이기 때문에 출근시간도 5분 이상 늦어졌다.
문득 이런 가벼운 자책이 들었다.
내가 몇 년 동안 몸으로 오간 출근길이었는데 왜 거기서 그런 의심을 했을까?
심지어 말도 안 되는 상상 (내가 있는 곳이 2호선 지선 아니야?)까지 해 가면서 불안해 했을까?
그냥 앉아서 갔으면 끝 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한강을 보면서 갔을 텐데 왜 성급히 내렸을까?
솔직히 약간 섬뜩할 정도였는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투자 상황과 오버랩 되면서 내가 앞으로 이런 우를 범할까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행운( 좋은 투자 기회 발견, 하락장 / 편히 앉아서 갈 수 있는 빈 지하철 )은 아무 때나 찾아 오는 것이 아닌데,
내가 몇 년 동안 몸으로 익힌 결정( 독강임투와 투자 / 잠실 방향 지하철 타기)을 행했을 때
평소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 위축된 시장 분위기 / 텅텅 빈 지하철 )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것 ( 매수하지 않기, 성급히 매도해 버리기 / 지하철에서 내려 버리기 ).
열심히 노력해 왔고, 시장에 남아 있었고, 내가 있는 환경을 믿는다면
기회가 왔을 때 의심 없이 확신 가지고 행하는 것 혹은 버티는 것을 해야 한다.
오늘의 기억이 남아 있어서 다음에는 뭐든 그럴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반성의 원인이 자기의심이 아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