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위 칼럼] '요즘 좀 힘들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크리스마스 이브인 어제, 여느 아빠들과 같이 딸아이와 이런 저런 일들을 했다. 편지도 쓰고 밖에서 눈사람도 굴렸다. 산타할아버지한테 우리 집 지나치지 말아달라고 기도도 했다. 중간중간 시간이 날 때마다 시세를 조사하고 강의를 준비했다.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나자 몸이 무거워졌다.


'할까, 말까' 고민이 되길래 후딱 양말 신고 옷 입고 나와버렸다. 나라는 사람은 가서도 운동하기 싫은건지 계속 매트 깔고 누워만 있길래 카페에 글을 올렸다. '저 지금 운동하러 왔어요'라고.


이젠 운동하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고 공언했으니.


더 이상 바벨이 들리지 않을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 어둠이 내린 조용한 체육관에서 나 혼자 낑낑대며 운동한다.


누군가는 나에게 '지금 저게 뭐하는거냐'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에겐 꽤나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마흔이 되기 전, 언젠가 마흔이 된다면 가장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은 '아, 진짜 마흔부터는 몸이 달라'라고 이야기하던 선배들의 푸념이었다. 내가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 선배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김선임. 너도 마흔 넘어봐'


오만한 나에 대한 벌이었을까. 정말 마흔이 넘어서자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하루가 달랐다. 임장을 하는 것은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닌 노동이다. 전혀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었다면 갑작스레 몸을 굉장히 많이 쓰는 일인데다가 정신 또한 오랜 시간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그 때마다 내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럴 때 겁을 집어먹는다. 이후에 약간의 무력감과 속상함을 느낀다. 혹자들은 나이를 들어가는 것이 그런 것이라 말한다.

나라고 다를 게 있었을까. 똑같은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꼈다. 그 와중에도 밀려오는 일상에 치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려보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헬스장에 등록을 했다. 무슨 운동을 어찌 해야 할지 몰라 눈으로 대충 보고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했다. 창피할 때도 있었지만 그냥 했다. 내가 평소 ‘처음엔 못 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못한다고 피하고 나아지려고 하지 않는 게 더 창피한 거에요’라고 강의를 들으러 오신 분들에게 말하므로.

대신 빠지지 않고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정확히 만 2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나 역시 여느 초심자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처음엔 배운 적도 해본 적도 없기에 자세도 수행능력도 엉망이었지만, 그럼에도 오히려 더 올바르게 배워보겠다고 투지를 불태우고 힘을 냈다. 내가 월부에 강의를 들으러 오신 분들께 한 말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많이 나아졌다. 역시 하루하루 쌓아나가는 그 시간들은 배신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투자에서 그것을 경험했으니 더 흔들리지 않고 밀어부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지만, 나는 앞으로의 내 몸과 건강, 나아가 정신이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당신이 지금 힘들다는 생각과 함께 무력감이나 좌절감과 함께 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할 수 있는 것’을 정리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엔 창피하고 속상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겠지만 남들의 시선 따위는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고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자신을 한 번 돌아보라. 올 한 해의 나는 어떠했는지. 나 역시 위 답변에 100% 만족하는 삶을 살진 못했다. 어떤 땐 남들의 시선이 두려웠고, 어떤 땐 숨막혀했다. 그러나 나는 내 삶의 다른 영역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다가올 새해를 그리고 있다.

운동 마치고 집에 오니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은 피곤한데 가끔 이럴 때가 있지. 별 기대없이 가벼운 책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내달려 읽었다. 마치 나에게 하는 말씀인 것 같은 글귀들이 많아서였는지 모른다.



내가 힘들 때 하는 두 번째는 너무 당연하겠지만 책을 읽는 것이다. 사람으로부터의 위로도 좋지만 책에 적혀있는 활자는 이상하게 더 마음을 열기에 편하단 생각을 한다. 마주보고 있는 사람이 하는 쓴소리는 기분이 나쁠 법도 한데, 책에 있는 쓴소리는 이상하게 편하다. 그리고 차분하게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이유는 모르겠다(물론 사람으로부터 제대로 듣지 못하는 사람은 책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타인의 팩폭이 너무 두려운 사람이라면 책부터 시작해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힘들 때 사람을 찾아 푸념을 늘어놓으며 위로를 구하기보다는 어지간하면 책을 읽고 나를 다시 세우려고 노력한다(좋은 영상도 도움이 된다. 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한 ‘페이커’의 영상과 같은)

나는 가끔 사람들을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목적지가 없이 길을 헤매거나 아니면 지하주차장에만 있다. 물론 목적지를 가지고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든 느리게든 가는 자동차도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처럼.

단순히 목적지를 가지고 출발한다고 다 도착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가 참 어려운 지점이다. 누군가는 고장이 나서 멈추고 누군가는 연료가 떨어져 멈춘다. 난 고장나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하고, 연료를 채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요즘 참 힘들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나가서 걷고, 책을 읽어보았으면 한다. 김성근 감독님의 책에 있는 그 글자들은 나라는 자동차의 연료 탱크 게이지를 끝까지 채워놓았다. 다시 열심히 살면 된다. 살고 싶다. 다음에 또 연료가 떨어지겠지만, 그 땐 또 채우면 된다. 책으로. 아니면 좋은 영상으로(내가 열심히 글을 쓰고 유튜브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연료가 될 수 있으니)

글을 쓰고 나는 임장을 나갈 것이다. 눈이 오는 크리스마스. 사람들은 이런 날까지 뭐하는 것이냐고 할 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일을 해야 한다. 월부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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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라아user-level-chip
23. 12. 27. 20:12

멘토님 마지막 문구가 마음에 너무 와닿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매순간 남들이 저를 지켜보지 않지만 제자신은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않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에 속상해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겠습니다. 연말에 응원의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저는 멘토님과 오래오래함께하고 싶습니다. 건강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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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희user-level-chip
23. 12. 27. 20:21

멋진 마인드 닮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타등등user-level-chip
23. 12. 27. 20:26

너나위 멘토님 감사합니다. 멘토 님은 저를 월부 환경에 들어오게 하신 분이세요 저의 목적지에 갈 수 있게 한 연료 같은 분이십니다. 항상 좋은 글과 영상 너무 잘 보고 읽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