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중산층이지. 월급 잘 나오고, 굶는 것도 아니고, 남들만큼 사니까."
그래도 괜찮은 기업에 다니는 36세 김 과장(가명). 그는 스스로의 삶에 꽤 만족했습니다. 맞벌이 월 소득 700만 원. 주말이면 아울렛에서 쇼핑을 즐기고, 1년에 한 번은 해외로 휴가를 떠납니다.
서울은 너무 비싸 경기도 신도시 깔끔한 신축 아파트에 5억 전세로 들어왔지만, "지금은 거품이야. 집값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되지"라며 느긋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회사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밤잠을 설쳤습니다. 3년 전 "그 돈 주고 그 낡은 아파트를 왜 사냐"며 말렸던 친구의 후배의 집값이 4억이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옆자리 동기는 “최근 주식으로 연봉만큼 벌었다”며 신이 나 있었고, 재테크에 관심 없다던 친구조차 “요새 금값이 사상 최고가라 금 투자한 게 쏠쏠하다” 며 웃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주식, 금... 주변 사람들은 모두 돈을 벌고 있는데, 오직 김 과장의 자산만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반면 김 과장이 깔고 앉은 전세금 5억. 그중 2억 원은 매달 이자가 나가는 은행 대출입니다. 은행에 꼬박꼬박 이자를 바치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1원도 오르지 않는 전세금만 지키고 있습니다.
2년 뒤 돌려받을 돈은 원금 그대로. 물가 상승분과 그동안 낸 이자 비용을 생각하면 완벽한 '마이너스' 투자를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집에 돌아와 텅 빈 통장 잔고를 보며 김 과장의 머릿속에 자책감이 스칩니다.
'나는 대체 뭐 하고 살아온 거지?'
20대 때는 막연히 기대했습니다. "취업해서 월급 성실히 모으고 적금 들면, 40대쯤엔 나도 10억쯤은 있지 않을까?"
하지만 막상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어 마주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불안할까요? 숫자로 먼저 현실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평범한 중산층'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부모가 맞벌이하며 자식 대학 보내고,"
"휴가 때는 제주도나 동남아 여행 정도는 다녀오고,"
"자녀 결혼할 때 5천만 원 정도는 지원해 주고,"
"노후에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는 삶."
그리고 이 정도를 유지하면서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순자산 9억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로 살펴보면 현실과 꽤나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대한민국 40대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3억 9천만 원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평범'하다고 생각한 9억과 현실의 3억 9천만 원 사이에는 5억 원이라는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죠. 즉, 자가 30평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빚 없이 여유롭게 사는 삶은 '평범한 중산층'이 아니라, ‘상위 20%’ 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다른 것들을 제외하고 순자산 10억 정도를 갖기 위해서는 얼마나 걸릴까요?
2025년 3/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인 가구 기준 약 844만원 입니다. 적지 않은 돈이죠? 하지만 냉정하게 계산했을 때 이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숨만 쉬면서 10년을 꼬박 모아야 겨우 10억이라는 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생활비, 대출 이자, 자녀 학원비를 쓰면서 10억을 모은다? 근로 소득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국가데이터처ㆍ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요약한 기사를 살펴보면 최근 자산 시장의 상승으로 "벌어졌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차이는 더 급격하게 벌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순자산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무려 134.4배로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118배였던 격차가 1년 만에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입니다.
상위 20%의 자산이 1억 넘게 늘어날 때, 오히려 하위 20%는 오히려 자산이 줄어든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상위 20% 자산 구성을 보면 부동산이 76.7%를 차지합니다. 해당 그룹은 부동산으로 인해 약 1.1억 자산이 늘어난 반면, 부동산이 없는 하위 20%의 자산은 37만 원에 정도만 늘었습니다. 정말 뼈 빠지게 일해서 월급을 모으고 달려가는 동안, 집을 가진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가지 통계 중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할 것은 세대별 자산 증감입니다. 부동산 상승장에 올라탄 40대(+7.4%), 50대(+7.9%)의 자산은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자산 형성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39세 이하 청년층은 순자산이 0.9% 감소하며 오히려 뒤쳐지고 있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근로소득만 믿고 성실하게 저축이라는 선택을 했다면 결과적으로는 가장 가난해지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 통계로 증명된 셈입니다.

3040 시기에는 소득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때지만, 동시에 버는 만큼 지출의 유혹이 커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SNS의 영향으로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비교를 하게 됩니다.
그렇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해외여행은 기본이 되었고, 좋은 차를 타는 것도 당연한 모습을 보입니다. 명품에도 눈이 가고, 1인당 20만 원이 넘는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도 종종 즐깁니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데 뭐”라며 합리화하면서요.
하지만 바로 이 순간 누군가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계속해서 늘어가는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의 파도를 타기 위해, 당장의 소비를 멈추고 가치 있는 자산에 투자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투자를 결심한 그들의 현재 모습은 초라해 보일 수 있습니다. 여행 갈 돈을 아끼고, 외식도 하지 않고,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꾹 참고.
그리고 주변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야, 왜 그렇게 궁상맞게 사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즐겨야지."
물론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 필요하며 본인 인생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일단 쓰고 남는 돈으로 투자하자는 태도로는 절대 자산을 키울 수 없습니다. 저축액을 먼저 떼어놓고 남은 돈으로 소비한다는 강제적인(?!) 저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아직 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없는 무주택자라면, 돈을 모으고 불려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중에 시작해도 괜찮겠지’,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넘긴다면 다시 또 시간이 흐른 뒤에는 지금보다 더 손쓸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주거비와 생활비는 매년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KB금융그룹의 '2025 KB골든라이프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후 부부에게 필요한 최소 생활비만 월 248만원입니다. (여유로운 생활이 아닌 '생존'을 위한 최소 금액 기준)
하지만 적정 생활비(월 350만 원) 대비 준비된 금액은 65.7%에 불과합니다. 소득이 끊기는 시점을 생각했을 때 은퇴를 60세라고 생각한다면 30년 정도 버티기 위해서는 최소한 10억이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변수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내가 일하지 않아도 돈이 돈을 벌어주는 구조를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3040대에게 "순자산 10억"은 누군가에게는 이미 달성한 숫자일 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억이라는 금액이 그저 막연한 금액이 아닙니다.
저축 구조를 만들어서 소득을 관리하고 투자를 하는 방법을 올바르게 배운다면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누구나 다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문제는 ‘그래서 언제 시작할 것인가?' 라고 생각합니다.
남과 비교하며 "나는 왜 10억이 없지?"라고 자책하는 대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 내 상황을 탓하며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현재 내 상황을 냉정하게 가늠해 보고,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기준점으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해야 할 것은 막연한 불안해하기가 아닙니다. 돈이 일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만이 미래의 불안을 잠재워줄 유일한 방법입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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