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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공경]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26.04.24 (수정됨)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다.

반드시 부자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이유를,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2021년 9월 23일.

내 인생이 바뀐 날이다.

 

아들, 딸이 태어나고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내 부모님의 삶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하셨다.
 

아버지 스물여섯, 어머니 스물넷.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나이에

부모가 되었고,

곧바로 가장이 되셨다.
 

처음 시작은 월세였다.

 

오래된 주택들이 빼곡한 골목,

그곳에서 우리 가족의 시간이 시작됐다.

 

 

하지만 삶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시련을 주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큰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집안의 가장이 되셨다.
 

남겨진 빚과

부양해야 할 가족들,

그리고 아직 어린 두 자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감당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아버지가 힘들어하던 모습보다

항상 ‘버티고 있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게

너무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었다.

 

성인이 되고,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게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걸.

 

 

아버지는 외벌이였다.

 

한정된 월급 안에서

부모님과 자녀를 모두 책임져야 했다.

 

그럼에도 나는

집안이 무너진다는 느낌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지켜내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저축을 먼저 하셨다.

 

그리고 일정 금액이 모이면

어김없이 자산을 사셨다.
 

아파트, 땅, 상가.

 

나는 그게 왜 필요한지 몰랐다.

그저 “왜 저렇게까지 하실까”라는 생각뿐이었다.

 

어머니는 가끔 말리셨고

두 분이 다투시던 모습도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그게

가족을 지키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아버지는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분이 아니셨다.

 

중학생 때였다.

 

유행하던 패딩이 너무 갖고 싶어서

아버지를 졸랐던 적이 있다.

 

결국 사주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는 그 옷을 입지 않게 되었다.

 

그 패딩은

아버지의 옷이 되었다.

 

그렇게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직도 아버지의 겨울을 함께하는 중이다.

 

차도 마찬가지였다.

 

십 년이 훌쩍 넘은 차를

고장 없이 잘 굴러간다는 이유로

계속 타고 다니셨다.

 

나는 그게

그저 검소함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건 검소함이 아니라

우선순위였다.

 

아버지는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두셨고

현재보다 미래를 먼저 선택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부자라고 생각한다.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삶의 방향 때문이었다.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가족을 지킨다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예전에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이

막연한 욕심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다르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책임에 가깝다.

 

아버지는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려고 하셨다.

 

그게

그분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부모 덕이다.

운이 좋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덕’이라는 말 뒤에는

누군가의 선택과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그걸 가볍게 소비할 수 없다.

 

 

나는 아직 부족하다.

 

아버지께서 스물여섯에 감당하셨던 무게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여전히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확신한다.

나는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그 길을 걸어온 사람이

내 바로 옆에 계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분이 내게 남겨주신 것은

돈이 아니라 

방식이었다.


이제는 내가

그 방식을 이어갈 차례다.

 

내 아이들이 훗날

지금의 나처럼

과거를 돌아보며 말할 수 있도록.

 

“우리 아버지는 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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