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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공경] 더 높아지고 싶었던 선택들이 내게 알려준 것

26.05.31 (수정됨)

사람은 누구나 더 높아지고 싶어 한다.

 

더 높은 직급, 더 좋은 집, 더 나은 생활권, 더 많은 자산.
 

조금만 주변을 둘러봐도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길 위에 이미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이 꼭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삶과 완전히 같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부러웠다.
나도 그곳에 닿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높아진다는 것이 언제나 성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때로는 그 높이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의 끝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그것을 뒤늦게 ‘피터의 법칙’이라는 말로 이해하게 되었다.


2021년 6월, 직장에서의 승진이 그랬다.

그 시기에 그 직급을 달고, 부서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면
나라는 사람의 가치도 올라가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다른 것들도 자연스럽게 지켜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오판이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가족들이 크게 아픈 시간을 지나면서
내 앞에 놓인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직급이 올라간다고 해서
삶을 감당하는 힘까지 함께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가 얼마나 무력한 사람인지 마주하게 되었다.

 

2022년 6월의 실거주 집 갈아타기도 마찬가지였다.

첫 갈아타기였다.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 정착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포부가 무색하게도
그해 하반기부터 금리는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피부로 느꼈고,
매달 납부해야 하는 원리금은 점점 늘어났다.

 

숫자로만 보던 금리 상승은
곧 생활의 무게가 되었다.

 

그때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선택이
언제나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 모든 시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기 때문이다.

 

월부에서 배운 뒤 알게 된 스티브 잡스의 말,
Connecting the dots.

 

‘당신이 하는 모든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것이다’ 

그 말은 어느새 내 삶을 대하는 태도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그 당시에는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결정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선택들은 오히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분기점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부족함의 자각이 나를 다음 단계로 밀어 올렸다.

 

무능을 느끼는 순간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무능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다음 선택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최근 정주영 작가의 신작
《체력을 바꿔야 재력이 바뀐다》를 읽으며
나는 다시 한 번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에너지가 변화하는 세 가지 상태를 설명한다.

 

첫 번째는 에너지가 들뜨는 상태다.

내 경험으로 보자면
승진 이후, 갈아타기 이후에 마주했던 무력감이 여기에 가까웠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런 결심이 강하게 올라오는 시기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두 번째는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는 상태다.
처음의 결심이 식고, 뜨거웠던 마음이 가라앉고,
결국 익숙한 자리로 돌아가려는 힘이 생기는 시기다.

 

나는 이 대목에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지”라는 말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때 뜨겁게 결심한다.
삶을 바꾸겠다고 말하고, 이전과는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간다.

 

익숙한 생각, 익숙한 소비, 익숙한 판단, 익숙한 핑계.

 

결국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진짜 변화는
강하게 들뜨는 순간이 아니라
다시 가라앉으려는 그 시기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세 번째 상태는
그 불안정함 속에서도 나와 내 주변을 하나의 방향으로 유도해
결국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단계다.

 

나는 이 부분이 《원씽》에서 말하는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많은 것을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방향으로 계속 쌓아가는 것이다.

 

내가 요즘 자주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내 최종 비전보드가 흔들리지 않고,
그 방향을 향해 쌓아가는 하루의 습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면,
지금의 고민 또한 언젠가는 하나의 점이 되어 연결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점들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울타리에
분명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새 나는
내가 소유한 자산을 모두 처분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는
원하는 생활권과 원하는 단지를 선택해
어디든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과거와는 달라졌다.

이제는 주담대를 일으키지 않아도
이 지역 안에서는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생겼다.

 

이 사실은 내게 묘한 안도감을 준다.

 

2022년 갈아타기를 통해 느꼈던
또 한 번의 피터의 법칙을
다시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사함.

 

그리고 적어도 이 지역 안에서는
누군가와의 상대적 비교나 상대적 빈곤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

 

자본주의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가
꼭 엄청난 부자가 되는 순간에만 찾아오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다만 그 선택에도 분명한 대가가 있다.

이 지역 안에서 안정적인 실거주를 선택한다면
가족에게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그려온 최종 비전보드로 향하는 길은
더 멀어질 수도 있다.

 

혹은 그 길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기술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을 이전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쌓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아이들이 학령기에 접어들기까지는 2년이 남아 있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집의 임차기간도 2년이 남아 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여러 경우의 수를 적어보고 있다.

 

현재 지역에서 실거주를 선택하는 길.
서울에서 실거주를 선택하는 길.
지금처럼 임차인의 신분을 유지하며
전세 레버리지 투자를 이어가는 길.

 

각각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그 선택 뒤에 따라올 기회비용을 비교하고 있다.

 

어떤 선택지가 나를 또다시 피터의 법칙으로 이끌까.

 

어떤 선택지가 훗날 Connecting the dots가 되어
나를 최종 비전보드로 데려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두 가지 법칙을 모두 떠나
어떤 선택지가 내가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가족에게
가장 이로운 길일까.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면 답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미 내 생각은 움직이고 있다.
내 마음은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고 있다.
그리고 내 행동은 과거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당장 할 수 있는 단 하나를 하며 시간을 쌓아갈 것이다.

 

성공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는 알 수 없다.

 

노력한 만큼 정확히 보상받는 것이 인생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쩌면 성공은
노력한 순서대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에게
어느 날 무작위처럼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금 할 수 있는 단 하나를 한다.

 

오늘의 선택을 기록하고,
오늘의 행동을 쌓고,
오늘의 고민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지금의 이 고민도 하나의 점이 되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울타리 안에
분명히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오늘도 기록하고 행동한다.

 


댓글

경이남
26.05.31 23:16

성공은 노력을 계속하는 사람에게 무작위처럼 찾아온다 경위님의 지속적인 노력을 알기에 성공은 이미 온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글을 읽고 저도 깨닫는게 많네요 노력하겠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리치샘킴
26.06.01 11:20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 월부에서 뵌 경위님은 정말 열심히 하는 분으로 기억이 됩니다~ ^^ 어떤 결정을 하시던 그 결정에 후회없는 최선을 다하면 그 걸로 족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응원할게요!! 파이팅!!

내뜻대로22
26.06.01 12:36

와닿는 글이네요. 부공경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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