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집마련을 준비하고 계신 분, 혹은 지금 물건을 보고 계신 분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근 이런 기사 두 개를 보셨을 겁니다.
"강남보다 더 뜨거운 지역이 생겼다. 배액배상까지 나온다. 지금 안 사면 늦는다."
"규제가 더 나올 것 같다. 금리가 올라서 무섭다. 가격 떨어지는 거 아니냐."
이 두 기사를 보고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오른다는 기사 보고 사고 싶어지셨나요. 내린다는 기사 보고 못 사겠다는 생각이 드셨나요. 혼란스러우신 거 당연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기사가 오락가락하는 건 원래 그렇습니다. 시장은 항상 두 목소리가 공존하는 곳이니까요.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오른다는 기사 보고 사고 싶어지고, 내린다는 기사 보고 못 사겠고. 내 판단의 기준이 오늘 어떤 기사가 나왔느냐에 따라 흔들리는 것. 그게 진짜 문제입니다.
가격이 오를 것 같아서 사고, 떨어질 것 같아서 안 사는 방식으로 결정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 전재산인 내 집을, 내 투자를 그냥 시장에 맡기는 겁니다.
그렇게 산 물건은 가격이 조금만 내려가도 버티기가 힘들어집니다. 왜냐면 내가 왜 샀는지 설명할 수 없으니까요. 분위기가, 당시의 기사가 이유였는데, 기사가 바뀌어버린 겁니다.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게 매수 이유가 되면 안 됩니다. 가격이 떨어질 것 같다는 게 매수를 미루는 이유가 되면 안 되빈다.
매수하려는 대상의 가치를 먼저 봐야 합니다.
(당연한 말 같으면서도..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치를 본다는 게 무엇일까요.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매수하려는 단지를, 그 지역 사람들이 왜 주거지로 선택하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통은 어떤지, 주변 직장 접근성은 어떤지, 생활 환경과 학군은 어떤지. 그 입지 가치를 내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가치를 보고 있는 겁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금 보고 있는 단지에 대해 아래 네 가지를 한 줄씩 직접 적어보세요.

이 네 칸을 내 말로 채울 수 있다면, 가격이 흔들려도 내 판단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스스로 채울 수 없다면, 아직 그 물건을 살 준비가 안 된 겁니다.
가치를 확인하고 매수했다고 생각했는데, 가격이 오르지 않으니 흔들리기 시작했던적이 있습니다.
"역세권이 아니어서 그런가." "세대수가 생각보다 작아서 그런가." 처음엔 충분하다고 봤던 것들이 갑자기 부족해 보였습니다. 다른 지역 가격이 먼저 오른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저쪽이 더 좋은 물건이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상 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가격이 제 판단을 흔들고 있었던 겁니다.
그때 한 가지 행동을 했습니다. 처음 매수할 때 정리해뒀던 메모를 꺼내봤습니다. 가격이 주춤하고 실거래가 낮게 다시 거래되던 그 시기에요.
거기 적어둔 가치 판단에 대한 근거는 하나도 변하지 않아 있었습니다. 교통도, 환경도, 사람들이 그 동네를 선택하는 이유도. 그대로 였습니다. 그 한 장이 흔들리던 마음을 잡아줬습니다.
가치 판단을 잘 해온 분들도 사람인지라 흔들립니다. 가격이 안 오르면 불안하고, 다른 곳이 먼저 오르면 조급해집니다. 시장은 언제든 예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가니까요.
다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매수하기 전부터 이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봤다는 근거를 스스로 정리해둔 사람입니다. 흔들릴 때 그 한 장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사람.
가치가 변하지 않았다면, 가격이 아직 따라오지 않은 것 뿐입니다. 그 확신이 있어야 버틸 수 있습니다.
위에서 비워뒀던 네 칸 — 교통, 직장 접근성, 생활 환경, 학군 — 을 내 말로 채워보세요. 검색해서 복붙하는 게 아니라, 직접 임장하고 느낀 것, 직접 확인한 것으로요.
그게 채워지면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물건, 가격이 안 올라도 내가 이걸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살 수 있는 사람이 된 겁니다.
오를 때 기뻐하고 내릴 때 흔들리는 게 아니라 — 오르지 않아도 저평가임을 확신하고, 너무 오르면 오히려 가치 대비 고평가가 아닌지 의심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게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판단하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배액배상 기사도, 금리 기사도, 어떤 지역이 강남보다 뜨겁다는 기사도. 그 사람에게는 그냥 시장의 소음일 뿐이게 됩니다.
시장이 뭐라 하든, 기사가 어떻게 바뀌든, 내가 확인한 가치를 믿고 흔들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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