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피커입니다.
전세금 반환 과정에 대한 글을 한번 쓴 적이 있습니다. (https://weolbu.com/s/OiMJhCECP2)
당시의 저는 재산조회를 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전세금의 대부분을 돌려받아 경험을 나누고자 한번 더 글을 써봅니다.
사실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였고,
전세금을 못돌려받으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저의 경우보다 어려운 상황임을 알기에 이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의 의사 선택을 공유 드리면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써봅니다.
임대인이 이 집을 매도하려고 내놓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단지 근처 부사님들께 전화해서 제 사정을 이야기하고 꼭 팔아달라고 읍소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임장 중에 남편에게 연락을 받게 됩니다.
매수자가 붙었는데 임차권등기 때문에 대출이 안나온다, 먼저 말소해줄 수 있냐, 원래 다 그렇게 한다, 내가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다 하는 매수측 부사님의 연락이 왔다고 하더라구요.
임차권등기를 먼저 말소해주면 안된다는건 너무 잘 알았지만 막상 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혹했습니다.
실무에서 진짜 저렇게 하나? 내가 말소하지 않으면 겨우 온 이 기회가 날아가는거 아닌가?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잔금일에 임차권등기 말소하는 조건으로 대출 나오더라구요,
부동산 사장님께 임차권등기 말소를 먼저 하는건 안되고
확인해보니 대출이 나오더라 말씀드리며 매수자한테 다시 알아보라고 전달해달라 말씀드렸습니다.
다행히 임차권등기 선말소 없이 계약이 진행 되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 말씀 곧이곧대로 믿지 말기, 내 돈 책임 안져주신다. 직접 확인해야한다.
❗️잔금일 임차권등기 말소조건으로 대출 나온다.
임대인은 해당 주택을 매도해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겠다고 했지만,
문제는 매매가가 제 전세보증금보다 낮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받아야 할 돈
✔️ 매매가
✔️ 추가 상황
가장 먼저 결정해야 했던 것은 얼마를 받으면 임차권등기를 말소해 줄 것인가였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보증금, 소송비용, 지연이자까지 모두 받은 뒤 임차권등기를 말소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임대인이 그 금액을 한 번에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전세보증금만큼만 모두 반환받으면 임차권등기를 말소해 주기로 했습니다.
(일부 금액만 변제받을 경우 비용, 이자, 원본 순으로 변제됩니다. 전세보증금액만큼 먼저 받았더라도 비용, 이자가 먼저 변제되기에 전세보증금 원금의 일부가 미변제 된 상태로 남습니다. 그래서 미변제된 원금에 대한 지연이자 12%는 계속 발생하게 됩니다. 참고해주시고 아래에는 편의상 전세보증금액이라고 기재하였습니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다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임차권등기가 설정되어 있었고, 임대인은 매매대금 외에도 추가 현금을 마련해야 보증금을 모두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매수자도 이 거래를 위험하게 판단했는지 계약금을 소액만 지급한 채 계약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드디어 돈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와 함께,
‘혹시라도 계약이 파기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을 동시에 안고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시기가 3월부터 4월 초까지였습니다.
계약이 파기될까하는 불안함에 매도측 부동산 사장님께 연락을 종종 드렸고,
잘 진행되고 있다는 말씀을 듣고 안심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던 5월 중순, 부동산 사장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잔금일에는 매매대금만 오가면 바로 임차권등기를 말소할 수 있도록,
전세보증금 액수에서 매매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약 n천만 원을 5월 말에 먼저 입금해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말은 곧 임대인이 부족한 자금을 마련했다는 뜻이었기에 그제야 마음을 조금 놓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정말 끝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5월 말이 되었는데도 돈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부동산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고, 그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매수인의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와 잔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돈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데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방향이 정해지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허탈하고 착잡하고 화가 났습니다.
당시 저는 투자를 위해 실거주 주택도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 보증금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투자금 규모가 크게 달라졌고,
만약 계약이 무산된다면 추가 투자를 진행하기도 애매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계속 희망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계약금도 들어간 계약인데 설마 포기하겠어.’
‘임대인도 결국 나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니 둘이 방법을 찾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정말 계약이 깨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감정을 조금 내려놓고 현실적으로 상황을 다시 정리해 봤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가장 유리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부족한 돈을 제가 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제 투자금이 줄어들고, 부동산 대신 새로운 채권을 갖게 되는 것이니 부담도 컸습니다.
하지만 차용증을 작성하고 근저당까지 설정한다면, 어느 정도는 위험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매매 당사자가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고민은 계속 되었습니다.

결국 매매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그러고나니 생각이 명확해졌습니다.
연락주신 매도측 사장님께 연락드려서 저희가 부족한 금액을 빌려드리는 걸로 말씀드렸고,
이율, 상환기간 등에 대한 협의를 거쳐 계약을 다시 살렸습니다.
중간에 다른 과정들이 몇 더 있었지만 무사히 잔금까지 마치고
1년 반 이상을 못받았던 전세금의 대부분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직 남은 채권이 있기에 완전히 깔끔한 마무리는 아니지만
나머지 또한 차차 해결해나가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필요한 법적 절차를 미리 마무리 해둔 점.
임차권등기, 지급명령(또는 소송), 판결까지 필요한 절차를 미리 진행해 둔 것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임대인은 12%의 지연이자를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려는 동기가 생겼습니다.
또한 잔액은 이후에도 강제집행을 통해 회수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있었기에, 일부를 먼저 회수하고 임차권등기를 말소하는 선택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을 추스르고 목적을 바라본 것.
솔직히 화도 많이 났고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내 목적이 무엇이지?’
제 목적은 임대인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세보증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적을 기준으로 생각하니, 자존심이나 감정보다는 어떤 선택이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이 모든 상황의 정답은 아닙니다.
저 역시 운이 따랐던 부분이 있었고,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께 제 경험이 하나의 사례가 되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