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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이, 자음과모음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난 20일, 이런 말을 SNS에 올린 사람은 국내 최초로 ETF를 도입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였습니다.
그는 지금 자신의 회사가 직접 운용 중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지만"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투자 중단을 권했습니다.
그리고 3시간 만에 이 글을 조용히 지웠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지난 5월 27일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상장됐습니다.
ETF 16종, ETN 2종을 합쳐 총 18종이 동시에 상장됐고,
상장 첫날 규모만 4조3,227억원으로 국내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도입 배경에는 "해외에는 이미 테슬라·엔비디아 같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활발히 거래되는데,
국내는 규제 때문에 출시되지 못해 투자 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업계 논리가 있었습니다.
상장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랠리 속에 연초 대비 큰 폭으로 급등한 상태였습니다.
실제로 상장 첫날 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ETF는 20%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이날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국내 기업 최초로 1조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시장의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다만 도입 당시부터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함께 있었습니다.
국내 개별 주식에는 ±30% 가격제한폭이 있어, 이 상품들의 이론적 일일 변동폭은 ±60%에 달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기본예탁금 1,000만원과 사전교육 이수가 투자 조건으로 붙었습니다.
배재규 대표는 20일 자신의 SNS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비난하겠지만 지금이라도 투자를 멈추길 바란다.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지만
결론은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흘러 원주가 제자리에 와도 ETF 가격은 제자리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원주 변동성이 지금처럼 크면 매일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누구도 변동성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탓"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해당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대표가 이런 경고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고,
논란이 커지자 배재규 대표는 글을 올린 지 3시간여 만에 삭제했습니다.
지난 5월 27일부터 7월 16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224만3,000원에서 184만2,000원으로 17.9% 하락했습니다.
| 구분 | 이론상 손익(단순 2배) | 실제 손익 | 차이 |
|---|---|---|---|
| 레버리지(2배) 상품 | -35.8% | -47.5% | 11.7%p 더 큰 손실 |
| 인버스(-2배, '곱버스') 상품 | +35.8% | -31.1% | 66.9%p 차이 |
SK하이닉스가 17.9% 떨어졌으니 레버리지 상품은 이론적으로 35.8% 손실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손실은 47.5%로, 이론치보다 11.7%포인트나 더 컸습니다.
더 극적인 건 인버스 상품입니다.
주가가 떨어졌으니 이론적으로는 35.8% 수익을 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31.1% 손실을 냈습니다.
이 상품들은 매일 그날의 수익률을 2배로 재조정(리밸런싱)하는 구조입니다.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 오를 때 번 돈과 내릴 때 잃은 돈이 복리로 쌓이면서 원금 자체가 조금씩 깎여나갑니다.
원래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그 사이 오르내림이 잦았다면 ETF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변동성이 클수록 이 효과는 더 커집니다.
이 사례를 주식 이야기로만 읽고 넘어가기 쉽지만,
레버리지가 작동하는 원리 자체는 부동산 투자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부동산에서도 무리한 대출은 자산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잃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리며 3년 6개월 만에 긴축으로 돌아섰고,
그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7%대 중반까지 올랐습니다.
금리가 오를수록 매달 갚아야 할 이자가 늘고, 그만큼 원금이 줄어드는 속도도 함께 느려집니다.
레버리지는 상승기에는 수익을 배로 불려주지만,
하락기에는 정확히 가장 버티기 힘든 시점에 강제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주식에서는 이게 '반대매매'로 나타나고,
부동산에서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급매나 경매로 넘어가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두 경우 모두 '내가 팔고 싶을 때'가 아니라 '팔아야만 하는 시점'에 처분하게 된다는 점에서 똑같이 위험합니다.
자산 상황을 잘 파악해서 무리하지 않는 투자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