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링님, 꼭 집을 사야 하나요?”
요즘 2030분들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그럴 때 저는 답을 드리기 전에 표정을 먼저 봅니다.
대부분 지친 얼굴로 물어보십니다.
답을 구하는 얼굴이 아니라, 이미 정해놓은 답을 확인받으려는 얼굴입니다.
저는 그 얼굴이 익숙합니다. 13년 전, 제 얼굴이었으니까요.
서울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6억원에 가까워졌습니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7천만원이 넘게 올랐습니다.
매달 1,000만원씩 오른 셈입니다.

강북 14개구 중위가격도 1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 숫자 앞에서 “그래도 도전해보세요”라는 말이 들릴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모든 사람이 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지 말아야 할 상황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확인하고 싶습니다.
같은 “안 살래요”인데 뜻이 완전 다른 두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는 “따져보니 지금은 안 사는 게 맞다” 입니다.
다른 하나는 “따져볼 것도 없이 나는 안 된다”입니다.
집을 사지 않았다는 결과는 같습니다.
그런데 앞의 사람에게는 계획이 있습니다.
안 사기로 했으니 그 돈을 어디에 둘지, 주거는 어떻게 안정시킬지가 뒤따라옵니다.
뒤의 사람에게는 계획이 없습니다.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 생각하기를 그만둔 것이니까요.
구분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일 갑자기 5억이 생긴다면, 나는 집을 살 것인가?
여기서 “그럼 당연히 사죠”라는 답이 나온다면, 사지 않기로 한 게 아닙니다.
못 사고 있는 겁니다
포기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포기를 선택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아무것도 점검하지 않게 됩니다.
과거의 저도 그 대가를 아주 비싸게 치렀습니다.
이번 달 서울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7억원을 넘겼습니다.
통계작성 이후 처음입니다.
올해 1월과 비교하면 반년만에 5%가 올랐습니다.
전세가 부담스러워 월세로 옮긴 분들은 어떨까요.
서울아파트 월세도 같은 시간 5% 넘게 올랐습니다. 전세와 거의 같은 속도 입니다.
사다리의 모든 칸이 동시에 올라갔습니다.
매매도, 전세도, 월세까지도요.
전세로 사는 분들에게 여쭤봅니다.
지금 내는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내린 분 계신가요?
월세 사시는 분들, 2년 전 계약서와 지금 계약서 금액을 비교해보신 적 있나요?
이 질문을 드리면, 대부분 잠깐 멈추십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대가를 치르고 있었구나’
그게 지금 이 시장의 실제 모습입니다.
안 사면 대가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대가가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안 사면 최소한 리스크는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도 돈이 들고, 안 사도 돈이 듭니다. 방향이 다를 뿐 입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이겁니다.
사느냐 마느냐의 결단이 아니라, 어느 쪽이든 드는 비용을 정확히 아는 일
이달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오른 곳이 어디였을까요. 강남이 아닙니다.
중랑구가 2.08%로 1위 였습니다. 강북구,성북구,노원구,강서구가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서초구는 0.17%로 서울에서 가장 적게 올랐고, 강남구와 용산구도 서울 평균을 밑돌았습니다.
구를 묶어서 보면 더 분명합니다. 강북 14개구가 강남 11개구보다 더 올랐습니다.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가 진입을 노리던 구간이 가장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가 고가 주택 위주의 상승이었다면 올해는 중저가 지역이 뒤따라 오르는 흐름입니다.
시장에서는 이걸 ‘키 맞추기’라고 부릅니다.
경기도는 편차가 더 큽니다. 화성 동탄구가 6.25% 급등해 역대 최고 상승률인 현재,
고양 일산서구는 떨어졌습니다. 이천, 파주, 평택도 마이너스입니다.
지방도시들을 보면 더욱더 편차가 벌어집니다.
같은 나라 시장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다른 국면에 있습니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서울 평균 16억”이라는 숫자는,
내가 실제로 볼 만한 곳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하나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내 예산으로 갈 수 있는 지역이 오르고 있는지 내리고 있는지,
비싼 편인지 싼 편인지, 그 숫자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숫자 하나를 근거삼아 포기하려고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그 얼굴,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집이 필요하다고 처음 느낀 건 2013년, 아이가 태어나던 해였습니다.
그런데 내 집을 마련하기에 제가 가진 돈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현실을 확인하고 제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습니다.
“내 집을 갖는 건 나한테 너무 먼 미래의 일이야”
그리고 고민하기를 그만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제가 몰랐던 게 있습니다.
내 집 마련이 아니어도,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가질 방법이 있었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몰랐다는 게 아닙니다.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렇게 저는 ‘부동산 투자’라는 것을 배울 기회를 통째로 놓쳤습니다.
3년이 흘러 2016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도 내 집 마련할 돈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을 공부하며 딱 하나가 달라졌습니다.
내 집 마련할 만큼 큰 돈이 없어도 내 이름의 집을 가질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배운 것을 하나하나 따라했고, 진짜 제 집을 가졌고, 그렇게 지금까지 시장에 남아있는 투자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알았습니다. 제가 도망쳤던 2013년이, 서울수도권 시장이 가장 저렴했던 순간이었다는 걸.
몰라서, 그냥 무서워서, 방법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돌아섰던 그때가 후회스럽습니다.
집을 못 사서가 아니라 알아보지도 않고 결론을 내린 게 가장 후회스럽습니다.
11년 넘게 시장에 있으며 확실히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주저하고 망설인 시간은, 단 한번도 저를 돕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완벽히 준비된 때를 기다려서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그 시작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전부였습니다.
거창한 걸 하시라는 게 아닙니다. 세 가지면 충분합니다.
첫번째. 내 숫자를 확정하기
지금 동원할 수 있는 총액과 대출가능금액을 확인합니다. 결과가 실망스러울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막연한 불안보다 확정된 숫자가 낫습니다. 불안은 다룰 수 없지만 제약은 다룰 수 있습니다.
두번째. 그 숫자에서 멈추지 말기
여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2013년의 제가 딱 첫번째만 했습니다.
숫자를 확인하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알고, 그걸 결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결론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 돈으로 내가 원하는 곳에 실거주 매수가 가능한가”는 여러 질문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답이 ‘아니오’라고 해서 부동산으로 자산을 만드는 일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걸 3년 뒤에 알았습니다.
그러니 첫번째 계산한 숫자를 손에 들고, 목록을 거기서 끝내지 마세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어떤 선택지들이 있는지,
하나도 빼놓지 말고 펼쳐 놓으시면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지금 예산으로 지방도시 매수가 가능한가
이것들 중 어느 하나도 '무조건 하세요'가 아닙니다. 다만 목록에 올려놓기 전까지는, 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세번째. 모르는 것을 배우기, 기한을 정해서
두번째 단계를 하다보면 반드시 모르는 것이 나옵니다.
2013년 제 진짜문제는 돈이 없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모르다는 걸 알고도 알아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공부해야지’는 오지 않습니다.
날짜가 있는 문장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번 달 안에 부동산 책 한권” “3개월 안에 관심지역 세 곳 임장"처럼요.
해보신 결과가 “지금은 내 집 마련이 어렵다”여도 괜찮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다만, “그러니 나는 안 되는구나”까지는 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2013년 제가 내린 결론이 정확히 그거였고, 3년을 잃었습니다.
오늘 하나만 하신다면, 이것부터 하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내가 모르는 것 세 가지'를 적어보세요. 종이 한 장이면 됩니다.
내 대출한도가 얼마인지 모른다. 내 예산으로 갈 수 있는 지역이 어디인지 모른다.
내 집 마련이 아니면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이런 것들입니다.
/
제가 2016년 처음 임장을 나갔던 날을 기억합니다.
지도 출력하고 버스 타고 갔습니다. 별거 없었습니다. 그냥 동네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처음으로 ‘내가 살 수 있는 동네'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그 전까지는 ‘살 수 없는 가격’만 봤으니까요.
이 세 가지를 하고 나서 석 달 뒤, 대부분의 분들은 달라집니다.
부동산 앱 화면이 달라 보입니다.
숫자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디가 비싼 편인지, 어디가 싼 편인지 조금씩 감이 생깁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사람과, 그냥 다 모르는 사람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집은 사든(buy) 살든(live),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떼어놓을 수 없는 공간입니다.
전세로 살아도 집이 필요하고, 월세로 살아도 집이 필요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그러니 뭐라도 사세요”가 아닙니다.
무서워서 회피하지는 마시라는 겁니다.
회피는 아무것도 막아주지 않습니다. 시작을 늦출 뿐입니다.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결론이든, 투자를 하겠다는 결론이든,
먼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셔야 합니다.
지금 내 집 마련이 어렵다해도 거기서 접지 마시고,
내 자산을 가질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셨으면 합니다.
무섭다고,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만 보입니다.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생각하면 길이 보입니다.
댓글
가슴이 막 울리는 글이예요. 집 사기를 포기하고 선택하지 않음에도 대가를 치룬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요. 살지 말지만 선택이 아니네요. 안 사기로 선택했다면 어디에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도 선택해야되는거고, 그 선택들 모두에 책임이 따르네요. 그러니까 내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뭐를 선택한건지 정신 똑똑히 차려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사고 살고 싶은데 잘 선택하는건지 막연히 두렵습니다 지금이 저에게 최적의 타이밍인지 제 선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무서워서요 혼자가 아닌 가족의 공간이라 더 조심하고 불안한것 같아요 고민이 끝이 없어 내려놓고 싶엇습니다 전 현재 양파링님 코칭 덕분에 시도햇엇고 이젠 갈아타기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때도 안주하지 않게 꼭 투자금을 비축하라고 말씀 주셧엇던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며 다짐을 하고 잇습니다 이글을 보며 안사는게 아니라 못사는거라는걸 다시 깨달앗습니다 말씀주신 세가지를 다시 정리해보겟습니다 3년전이나 지금이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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