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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탐구생활 #1 창원 성산구 롯데맨션, 이빨 빠진 호랑이도 호랑이다 [마리오소다]

16시간 전 (수정됨)

안녕하세요. 마리오소다입니다. 

 

아는 지역을 늘리기 위해 그 달의 임장지를 열심히 돌고, 

부동산에 전화도하고 매물까지 보고오게 되면, 

필연적으로 부동산 사장님이나, 현지인들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오게 됩니다.

 

그러면, 처음에는 콘크리트로만 보였던 아파트들에 그들만의 이야기가 씌워지면서

점점 그 지역의 소리들이 들리게 되고, 해당 지역을 더 선명하게 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단지 탐구생활’ 은 임장을 다니면서 듣게 되는,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운 단지들의 이야기들을

단지의 관점에서 재미있게 소설처럼 풀어서 써본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단지는, 현지인들은 창원의 은마아파트라고도 부르는 창원 성산구의 롯데맨션입니다. 

 

 창원의 성산구를 임장해보면 용지호수공원의 쾌적한 환경 주변에 둘러싸인 아파트들을 보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환경이 이런 모습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좀 더 들어가 보면 용호초를 비롯해 반송중, 반송여중 등 창원 지역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학교와 학원가가 형성되어 있어,

엄마들이 좋아하는 학군지의 모습도 갖추고 있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자커뮤니티도 만들어진 모습을 보이는 동네입니다. 

 

그 동네를 대표하는 단지로는 구축인 트리비앙, 신축에 속하는 용지더샵 레이크파크, 창원용지아이파크 등이 있는데, 

호수와 어루어진 대단지에서는 매일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젊은 사람들이 모여 살며 활기가 넘칩니다. 

 

 

그뿐만 아니라, 관공서와도 가깝고, 

중심상권과 대형 마트, 백화점과의 접근성도 훌륭해서 성산구 내에서는

힐링할 수 있는 자연환경과 쾌적함, 편리성을 갖춘 선호하는 입지 요소를 골고루 갖춘 동네이며 

창원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손꼽히는 선호도를 가진 입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용지호수를 중심으로 걷다 보면 예쁜 가로수길에 카페 거리가 나오고,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 가족들과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옆에는 낮은 층수의 낡고 오래된 건물 하나가 

어쩐지 이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꽤나 넓은 자리를 조용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역의 이빨빠진 호랑이, 롯데맨션입니다. 

맨션이라는 이름부터가 벌써 심상치 않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사실 첫 인상은 그냥 오래된 5층짜리 썩축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시세를 따면서 그 가격에 깜짝 놀랐습니다.

 

(2026년 8월 호가기준)

  • 롯데맨션 1984년식 79㎡  9억 / 141㎡ 매매호가 14.5억
  • 용지아이파크 2017년식 84㎡ 10.2억
  • 용지더샵레이크파크 2017년식 84㎡ 11.2억
  • 트리비앙  2006년식 84㎡ 6.95억 / 148㎡ 11억


 

(2026년 8월 실거래가기준 그래프)


 

웬만한 신축단지만큼의 호가를 부르고 있는 84년생 롯데 맨션의 정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은 무엇이 있을지,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여다볼까 합니다. 


<롯데맨션 이야기>

(이는 부동산 사장님들과 현지인과 소통하면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저의 상상력을 추가해 픽션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지난주, 내가 오랜 시간 모신 주인이 세상을 떠났다. 

 

1984년 롯데라는 1군 브랜드를 달고 탄생한 나는 오랜 세월 이 지역에서 대장 노릇을 해왔다.

연인들이 한 바퀴를 다 돌면 헤어진다는 재미있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약 1.2km의 긴 산책 코스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용지호수를 바라보며

네모반듯하게 지어진 나는, 이 지역 부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몸이다.  

 

  주변 관공서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용지호수 뷰가 보이는 나를 갖고 싶어 했고, 이곳에 살고 싶어 했다. 

특히 남서향의 호수뷰를 품고 있는 나는, 늘 이 단지, 아니 이 지역에서 가장 비싼 호가를 자랑했었다.

 

내가 한 번 어흥하고 포효하면 주변 집값까지 기세등등하게 올랐다. 

 

내 주인은 당시 이지역에서 잘나가는 교육계 인사였고, 

그가 고위직으로 승진한 해에 호수뷰를 품고 있는 나에게 단번에 사랑에 빠진 그는

옆집과 나, 두 세대를 매입해서 한 집처럼 이어지는 공사를 했고, 

두 세대를 넓게 이어 붙인 별장 같은 집에서 태준이와 태린이를 키웠다.

 

태준이와 태린이가 크는 동안, 우리 가족은 모두 행복했고, . 

파노라마 호수뷰를 품은 나는 우리 가족이 가장 사랑하고 애정하는 장소였다. 

태준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날도, 태린이가 반송여중 교복을 처음 입고 설레던 날도

우리 가족의 행복했던 모습들을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 주인은 특별한 날이면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서 잔치를 벌였고, 

내게 놀러온 모든 사람들은 좋은 추억을 만들고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가곤했다. 

 

 그런데 태준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 즈음이었나 

나와 내 친구들의 이곳저곳에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상하수도 냄새가 심하다고 인상을 찌푸리고 갔고, 

태린이는 녹물이 나오고 툭하면 고장나는 난방탓에 겨울이 되면 매일 불평불만을 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성화였다. 

 

  이제는 구축을 넘어 썩축이 되어버린 우리는, 

고쳐도 고쳐도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생기면서 주인의 속을 썩였다.

 

 우리는 늙어갔고, 태린이가 결혼을 하던해에 생긴, 삐까뻔쩍한 신축 단지들에 이곳 부자들은 마음을 빼앗겼다.

 

레이크파크와 아이파크.

이제는 다들 맨션이 아닌 파크에서 살고 싶어했다. 

맨션와 파크의 이름차이는 가격차이까지 만들어 냈다. 

 

늘 이동네 대장이었던나는 파크들에게 대장 타이틀을 넘겨주어야만 했다.

 태준이와 태린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를 사랑했던 두 아이들은 이제는 본인들이 더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필터를 쓰지 않아도 깨끗한 물과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는 파크들로 가버렸다.

 

  마지막까지 나의 아픈 모습까지도 사랑해준 건 우리 주인이었다. 

IMF때도, 금융위기때도, 크고 작은 힘든 일에도 그는 무슨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냈다. 

 

그 덕분에 태준이가 장가가던날, 나의 반쪽을 헐고, 옆집세대와 분리해서 매도한 돈으로

태준이와 태린이 신혼집 사는데 보태며 주인의 기를 살릴 수 있었다.  

 

이것 보라고.

그들이 사랑하는 그놈의 파크들도 결국 다 내 이빨 뽑아서 마련한 돈으로 들어갈 수있는거라고. 

 

  태준이와 태린이가 떠난 집에서 나의 주인과 사모님은 조용히 소박한 생활을 이어가셨다. 

  적적할 때면 두분이 손을 잡고 불빛이 반짝이는 호수를 산책하셨고, 나는 그들의 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우리집은 가끔 태준이와 태린이네 식구들이 올 때 빼고는 대부분 조용했다. 

 

  태준이와 태린이는 올때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이곳도 세를 주고 본인들이 사는 편하고 깨끗한 신축으로 오라고 내 주인을 설득했었다. 옆에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요즘 외지에서 온 새로운 주인들이 좋은 매물이 나오면 싼값이라도 전세를 주고 지네는 살지는 않는다고 한다. 

 

용적률이 어쩌고, 사업성이 어쩌고, 이곳이 창원의 은마아파트네 어쩌네 하는 소리를 늘어 뜨려 놓으며 

우리가 새 아파트로 변할 날만은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의 자존심을 긁어놨다.

 

  그러나 내 주인이 누구인가.

나는 우리 주인에게만은 영원한 신축이고, 영원한 첫사랑이다. 

그는 작년, 사모님이 떠나던 날에도 나와 함께 슬픔과 그리움의 시간을 보냈다. 

 

그가 급속도로 쇠약해지며 손바닥으로 바닥을 쓸며 집이 너무 크다며 헛헛한 마음의 소리를 할 때도, 

그는 나의 창가에 비치는 호수공원을 바라보며 공허한 마음을 채웠다. 

 

  주인이 세상을 뜨고, 태준이와 태린이가 나의 새주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세금 문제로 골칫거리가 되었음에도, 

태준이와 태린이는 나를 함부로 어찌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게 신축을 사랑하는 두 아이들도 내가 아직도 가진 힘은 무시하지 못한다. 

늙어 빠지고 약해졌어도 강력한 입지라는 것은 아직 건재하니깐 말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도 호랑이는 호랑이다.

 

입지 좋은 구축이야기가 서울에서만 통한다고 생각하는가? 

중소도시는 무조건 신축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를 봐라. 

창원이라는 중소도시에 있지만

내가 가진 환경과 입지 때문에 여력이 되는 부자들은 살진 않더라도 여전히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단지가 실제로 재건축되어, 다시 살고 싶은 단지로 변했을 때의 위력은

여느 대도시의 대장들 못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재력과 파워를 가진 창원의 부자들이 다시 한 번 포효하는 호랑이등에 올라타러 몰려올 것이다. 

 


<빈땅이 많고 입지 독점성이 떨어진다고 배운 지방에 재건축을?>

이 지역사람들이 롯데맨션을 생각하는 인식과 가수요가 만들어내는 호가를 보며,

중소도시에서 연식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외곽의 신축이 누리는 연식의 유통기한과 

중심부 단지들이 누리는 연식의 유통기한이 다를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 비해서 빈땅이 많은 지방이라도, 

결국 좋은 직장과 가깝고, 편의시설과 상권이 몰려있고, 거주 환경이 좋은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자연스럽게 그곳에 나도 살고 싶다는 생각들이 지역의 입지와 위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창원은 중소도시인데도 입지가 좋은 구축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기대하기도하고 

실제로 재건축이 계획되고, 진행되는 곳이 있기도해서

그 당시에 그런 모습이 제 기준에서는 의외였고, 재미있고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서울, 광역시, 중소도시를 구분해서 수학공식처럼 지역을 공부하려 하는 것보다 

이와 같은 요소들을 갖춘, 사람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땅이 있는지를 먼저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사실 좋은 입지와 좋은 투자는 반드시 같은 말은 아니기에, 투자적으로는 더 따져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사람들이 소유하고 싶어하는 구축이 가지는

“좋은 직장과 가까우면서 학군·환경·편의시설·상권·커뮤니티가 함께 형성된 곳” 이라는 특징을 

롯데맨션이 가진 입지를 통해서 학습하고,

비슷한 곳이 다른 지역에는 또 어디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새로운 지역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땅의 힘이 무엇인지 지방에서도 꼭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 단지,

롯데맨션 이야기를 마칩니다. 

댓글

인생집중
12시간 전N

와우 소다님 덕분에 입지의 힘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깊게 해볼 수 있었네요. 수도권이나 지방 모두 사람들의 수요가 모이는 곳! 사람들이 계속 살 이유나 가지고 싶은 입지는 어디든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인사이트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벽활동
10시간 전N

지방의 구축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입지 좋은 곳은 결국 수요가 몰린다는 것! 좋은 인사이트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적적한투자creator badge
9시간 전N

소다님 최고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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