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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탐구생활 #3 대구 중구의 크리스탈 주복이 세 자매 이야기 [마리오소다]

26.09.03

안녕하세요. 마리오소다입니다.

 

다소 유치해서 읽을 때 손발이 좀 오그라 들지만 

재밌어서 한 번 열면 멈출수 없는 프링글스 같은 시리즈

단지 탐구생활 3탄입니다!

 

여러분은 대구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대프리카? 수성구의 학군? 납작만두?

대구를 임장하고 시세를 입력하면서
주상복합이 정말 많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다고 소문은 듣긴 들었지만 정말, 많더라고요.)

 

특히 화려한 신축 주상복합이 도심 한복판에서 여기저기 들어서 있고,
그 자태를 뽐내는 모습에 “우와~” 하며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는데요,

어떤 주상복합은 조경도 훌륭하고 개방감도 꽤나 좋아서
“어랏? 내가 알고 있던 답답하고 오피스텔 같은 느낌의 주상복합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드는 곳도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투자나 실거주까지 가능할까 하는 생각까지 연결되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대구의 중심 동성로 옆, 

동인동에 위치한 신축 주복 세 자매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주상복합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예쁜 크리스탈 주복이 세 자매 이야기>

(이는 부동산 사장님들, 현지인들과 소통하면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저의 상상력을 추가해 픽션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유동인구가 다니는 동일로, 
그 옆동에는 밤이 되면 그 한편에서 반짝반짝 화려하게 빛나는 세 자매가 있다.

 

첫째, 크리스탈 “힐스테이트동인센트럴 24년생”
둘째, 루미나 “대구역센트럴대원칸타빌 24년생”
셋째, 골드 “힐스테이트동인더스카이 25년생”

 

어두운 밤, 화려한 불빛을 뽐내는 세 자매에게 다가가 보았는데,
멀리서 보던 모습과는 달리 가까이 가보니 어쩐지 조용하고 휑한 느낌의 자매들은
썰렁한 느낌을 채우기 위해 리본에, 대리석에 오늘도 치장에 한창이다.

날렵한 턱선을 위해 저녁 운동을 하고 있던 중 막내 골드가 말했다.

 

골드 :
“아, 근데 언니들, 그거 알아? 아빠가… 아빠가 내일부터 나도 그때 왔었던 왕싸다 사장님한테 넘길 생각인가 봐.”

루미나 :
“응? 아니, 못 들었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골드 :
“아니, 내가 공실이 많다고 아빠가 너무 힘들었나 봐. 그래서…”

크리스탈 :
“어어, 근데 그래서 너 할인 분양도 했잖아. 네가 너무 빨리 태어나는 바람에 우리도 안 팔려서 같이 할인당했는데, 덕분에 ‘마피 세 자매’라는 별명도 붙었는데, 이번에는 또 무슨 소리야?”

골드 :
“그러니까, 너무 굴욕적이야 언니. 내가 듣기로는 왕싸다 사장님이 이 지역에서는 전세를 잘 빼기로 유명한 사람인가 봐.

아빠가 그 사장님 말에 홀라당 넘어가서 할인해서 파느니 그냥 전세를 싸게 놔서 일단 밀린 대출금 갚고 버텨보다가 2년 후에 제값 받고 팔아보자는 전략인 것 같아.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왕싸다 사장님한테 남은 공실 몽땅 줘서 싸게 맞춰달라고 부탁했대. 공실만 없애주면 보상은 두둑하게 해주겠다고.”

루미나 :
“안 그래도 그 사장님 배가 두둑해 보였는데, 더 두둑해지시겠네? ㅎㅎㅎ”

골드 :
“언니들 웃을 때가 아닐걸? 내 전세가 싸지면 언니네도…. 그리고 저~쪽 다른 애들도 영향이 있을걸?”

크리스탈 :
“어머, 듣고 보니 그렇네? 그럼 우리도 너네 집으로 손님 다 뺏기고 가격도 안 오르는 거 아니야?”

루미나 :
“아니야 언니, 왕싸다 사장님네 같은 법인 전세는 보증보험 가입이 까다로워서 사람들이 안 좋아해~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크리스탈 :
“무슨 소리야. 그래도 싼 거에 장사 없어. 일단 사람들은 싸다고 하면 먼저 보고 거기부터 찾아본다고.”

루미나 :
“음…, 그런가? 그럼 나 오늘부터 어제 산 가발이라도 쓰고 있어야지. 안 되겠네. 조명도 더 반짝거리게 해야 할 것 같아.”

골드 :
“나도 조경 쪽 화장 더 빡세게 해야겠다. 하여간 그 사장님이 내일부터 ‘세일 파티’ 연다고 하니까 다들 준비 잘해놔.”

크리스탈 :
“악 뭐야, 갑자기? 오늘 저녁 굶어야겠다!”

 

나는 동인동 주복이 세 자매의 첫째, 크리스탈이다.

나의 아침 루틴은 밤새 쌓인 노폐물과 붓기를 빼기 위한 스트레칭과 마사지이다.

내가 태어날 때만 해도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잘 빠진 구조에, 말도 안 되게 넓은 팬트리.
구조는 이 동네에서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지.

번쩍번쩍한 대리석에 깨끗한 신축.
뻥 뚫린 뷰, 그리고 힐스테이트 가문에,
무엇보다 대구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동성로 옆 동네라고.

내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모든 사람이 나에게 달려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쩐지 처음에 아빠가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은 듯하다.

 

응? 그럴 리가 없는데?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세대수가 적어서 폼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게 왜? 나야 나, 힐스테이트라고.
힐스테이트 모르세요?


1군 브랜드라고요. 그깟 세대수가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동인동이라서 별로라고?

저기요, 모르는 소리.
여기 다 개발돼 봐요. 그런 소리 못 할 거예요.

 

그리고 자꾸 위치가 애매하다고 다들 그러는데,
동성로도 좀 힘내면 걸어갈 수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나씩 들을 때마다 사실 나는 속상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액세서리와 명품 옷을 하나씩 사기 시작했고, 외모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인기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퍼스널 컬러에 맞춰서 조명 색도 바꿔보고, 펌도 해봤다.

조금씩 나아지는 내 외모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그래도 하나둘씩 나에게 이사 오는 사람들이 생기긴 했다.

 

그래도 나는 둘째보다는 나은 거다.

둘째는 브랜드도 칸타빌이다. 칸타빌.

어우 쟤 어떻게 해.
본인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둘째는 우리 셋 중에서 제일 열심히 사는 아이다.

팬트리며 옵션이며, 가끔은 우리 집보다도 낫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 저렇게 꾸미는 법을 배웠지?

둘째도 점점 예뻐지긴 하는데, 글쎄다.

그저 아픈 손가락인 우리 둘째, 잘돼야 할 텐데 걱정이 많다.

조금이라도 주름이 생기면… 쟨 진짜 답이 없는 것 같은데. 마음 아파라.

 

우리 셋째, 골드는 쟤도 일단 힐스테이트 1군 브랜드에 세대 수도 우리 중에는 제일 많고
이름 뒤에 스카이까지 달고 있다.

아빠가 셋째만큼은 명문대를 보내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는지,
조경도 문주도 화려하고 예쁘게 만들어 놨다.

우리 셋 중에는 쟤가 제일 어리고, 음음, 제일 예쁜 거 인정.

근데 쟤는 뭐가 부족해서 저런 신세가 됐는지 모르겠네.

본인도 영문을 몰라 쟤도 어디서 피부에 좋다는 건 일단 닥치는 대로 다 먹고 있는 것 같다.

.

.

오늘은 ‘세일 파티’가 열리는 날.

로비에는 ‘특별 혜택’, 창문에는 ‘놓치면 후회’,
로비에는 ‘지금이 기회’라는 풍선이 가득했다.

 

골드 :
“우리도 신혼부부에 착한 주인들과 귀여운 아이들이 많이 들어오면 좋겠다~”

크리스탈 :
“이번에 새로 들인 명품 소나무가 있는데, 그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난 자신 있어.”

루미나 :
“언니 치사하다. 혼자만 좋은 거 사고, 우리도 좀 알려주지.
어, 사람들 오기 시작한다! 나 플랜카드 잘 걸려 있어?”

골드 :
“응응 예뻐. 걱정 마.”

 

 

그런데 사람들이 내가 새로 산 명품 소나무는 보지 않고,
다들 또 내가 모르겠는 소리만 한다.

 

“여기서 마트는 어떻게 가요? 애들 학교 가는 길은 어때요?
주변 환경이 너무 안 좋은 거 아니에요?”

 

“이 정도 옵션 갖춘 신축이 이 가격이면 진짜 거저 가져가는 거예요.
이제부터 본격 상승장이에요.
앞에도 북구도 6억까지 올랐는데, 우리는 중구인데 당연히 치고 가죠.
싸게 가서 이득 보시고 팔면 돼요.”

 

“흠, 그래도. 그건 알겠는데, 여기 동네가 좀… 밤에 오니 술집도 많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아이 키우면서 사는 건 좀 고민되긴 하는 것 같아요. 상가도 아직 많이 비어 있어서 좀 그렇고…”

 

“아이고, 금방 들어와요. 우리가 하락장 때 분양을 해서 그런 거지, 여기도 이제 사람 차고 하면 생활 상권 들어오고 하면 살기 괜찮아지니까 나 믿고 들어오면 돼요.”

 

“그런가요? 그런데 사장님, 근데 이 가격이면 다른 동네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죠?”

 

“……”

 

골드 :
“오늘은 그래도 한 팀이 전세 계약했어. 신혼부부래.”

크리스탈 :
“나도, 팔고 다시 수성구로 가고 싶어서 안달 내던 주인이 엄청 깎아주고 하나 팔았어.
어휴. 하루 종일 배 나올까 봐 힘주고 다녔더니 피곤하다. 화장도 못 지우고 잘 것 같아.”

루미나 :
“다들 축하해. 나는 오늘도 공쳤네. 내일 크리스탈 언니 거랑 똑같은 소나무 사야겠다.”


<1군 브랜드에 세대수 짱짱한 주상복합이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지방은 신축을 좋아한다고 하고,
대구 분들은 주상복합을 좋아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아서,

사실 처음부터 주상복합 주택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편견 없이 보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만난 크리스탈 세 자매를 보고 제일 헷갈렸었는데요.

그중 막내를 맡고 있는 골드, 힐스테이트동인더스카이는 세대 수도 짱짱하고,
조경도 멋있고, 구조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외지인 입장에서 위치도 이 정도면 대구에서 빠지지 않는 위치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25년식 초신축이었거든요.

그리고 반월당과 동성로 중심에 있는 삐까번쩍한 주상복합들을 볼 때도 그랬습니다.

서울로 치면 종로나 명동이랑 가까운 건데 당연히
수요가 분명히 있지 않을까?

 

그런데 전화 임장과 직접 현장을 방문해서 들은 이야기들은
제 생각을 조금은 신중하게 바꿔주었습니다.

 

지난 대구의 상승장 끝물에 메이저 건설사들이 미친 듯이
이 대구의 노른자 땅들에 신축 주상복합을 짓기 시작했고,

이들 주상복합을 분양받은 사람들 중에
진짜로 그곳에 거주하고 싶어서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부동산 사장님도 계셨습니다.

 

그럼 그분들은 왜 분양받았나요?라고 물어보면,

 

“그때는 상승장이었고, 다들 프리미엄 받고 팔 생각이었지.
근데 시장이 싸늘하게 식어가니까 그런 것들이 마피로 거래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나마 마피로라도 거래가 되기 시작한 지금은 상황이 더 좋은 거다.”

라고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때 상승장에서 우리의 욕망이 어떤 선택을 하게 만드는지,
주택 가격이 오르는 것에 젖어 있다 보면 어떤 자산이든 다 오른다는 편견을 가지기 쉽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락장은 늘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싸늘합니다.

사람들은 철저하게 좋은 것만을 먼저 선택적으로 취하게 되었고,
집을 사는 것을 보류하고, 주거비용이 압도적으로 싼 전세나 월세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아집니다.

프리미엄은커녕, 마피 거래도 힘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하락으로 꺾이는 시점은 언제 갑자기 또 찾아 올지 아무도 모르죠.

 

 

서울의 명동과 같은 대구의 동성로는 분명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비싸고 좋은 곳입니다.

그러나 이곳과 가깝다는 것, 동성로 안에 있다는 것이 좋기만 할까요?

편의성 면에서 분명 장점이 있으나,
편의성이 좋은 환경과 거주 면에서 환경이 좋은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단위 수요는 

마트가 몇 개, 백화점이 몇 개, 중심까지의 이동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와 같은 정량적인 요소도 체크하지만,

결국 “사람 사는 곳다운”, “뭔가 쾌적하고 안전하다”라는 그 정성적인 부분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그것이 거주 욕구로 이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같으면 이곳에서 내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 놓고 살고 싶을까?

그런 마음이 드는 곳,
그것이 입지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잠깐, 그럼 주상복합은 무조건 아닐까요?>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그럼 주상복합은 무조건 아니다, 일까요?

저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말씀드렸듯이 주상복합이라도 사람 살 만한 곳,
안전함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곳,
나와 비슷한 환경을 추구하는 이웃이 많이 사는 곳.

아이들 소리와 가족이 많이 보이는 곳은
거주나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주상복합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주상복합이 어떤 입지에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인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방 광역시라고 무조건 신축도 아니고,
땅의 힘이 좋다고 무조건 구축도 괜찮다,
혹은 주상복합은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사람들이 그 지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고 싶어 하는 요소가 있는지,
안정감을 느끼는 곳인지를
현장에서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임장을 하면서 저 역시
처음에는 신축이라는 것, 1군 브랜드라는 것,
화려한 조경과 좋은 옵션, 그리고 중심지라는 것에
조금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 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변을 걸어보고,
‘여기에서 내가 실제로 살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니
조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집은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지 분석을 위한 입지 분석이 아닌,
사람들이 진짜로 선호하는 본질을 찾기 위한 입지 분석을 하다 보면

신축 세 자매의 화려한 외모 공세에서도 평정심을 찾고
진짜 내실이 꽉 찬 보금자리를, 혹은 투자처를 찾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의 단지 탐구생활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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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말리부로
26.09.04 06:52

저는 '세 자매 이야기' 라는 소설울 읽는줄 알았습니다 소다님~ㅎㅎㅎㅎ 정말 같이 현장에 있던 기억에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단순히 신축, 브랜드,세대수 등 단편적인 것만 보는것이 아니라, 정말 사람들이 살고 싶은 단지인가?가 정말 중요한 점이라는걸 소다님 덕분에 다시 한번 복기하게 되었어요~ 너무 재밌고 유익한글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당 소다님!!(다음 소설도 넘 기대중~ㅎㅎ)

인생집중
26.09.03 23:11

소다님 흥미 진진하게 인사이트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꿈꾸는사피엔스
26.09.03 23:13

크으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재미와 교훈 모두 다가져가는 단지 탐구생활 시리즈 넘 좋네유. 구독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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