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말입니다.
정부가 7만 3천 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이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 초에는 발표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발표가 나면 시장은 하루 만에 시끄러워집니다.
그런데 그날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반응합니다.
"여기가 어디지?" 지도를 켜고, 검색을 하고, 유튜브를 찾습니다.
그러는 사이 판단할 시간은 지나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순서를 바꿔보려고 합니다.
발표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발표 전에 기준선을 만들어 두는 일입니다.
먼저, 확정된 것과 안 된 것을 나누겠습니다
8·13 대책에서 정부는 수도권에 신규 택지 10만 가구를 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중 우선 공개된 곳은 세 곳입니다.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일대, 경기 남양주 와부읍, 경기 광주 장지동 경강선 광주역 일원.
합계 2만 7천 가구, 2029~2030년 착공 계획입니다.
남은 물량이 7만 3천 가구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은 7만 3000가구 모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량입니다. 일부가 아니라요.
정부의 행동도 이 말과 맞아떨어집니다.
대책 발표일인 8월 13일, 서울 강서·경기 남양주·경기 광주 일대 49.41㎢를 2031년 8월까지 5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습니다.
여기에 서울 및 서울 인접 지역 그린벨트 503.82㎢를 올해 말까지 한시 지정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중구·용산구·성동구·동대문구·영등포구·동작구를 뺀 19개 자치구의 녹지가 들어갔습니다.
국립공원까지 포함된 광범위한 지정이었습니다.
유력 후보지만 골라 묶으면 그곳이 곧 정답 표시가 되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읽으면 이렇게 됩니다. 남은 후보지는 그린벨트 안에 있습니다.
예상 후보지 5곳과 입지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곳은 다섯 곳입니다.
이데일리·파이낸셜뉴스·뉴스핌·서울신문·이투데이 등 언론사의 보도가 거의 동일한 명단을 제시합니다.
① 강남구 세곡·자곡동 일대
가장 자주 1순위로 언급됩니다.
이미 세곡지구가 조성돼 있어 기반시설을 그대로 쓸 수 있고, 경사가 완만해 택지 조성에 적합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으로 내곡·세곡 일대 약 5㎢를 이미 해제한 전례도 있습니다.
교통은 개선 구간에 들어가 있습니다.
위례과천선이 2026년 예산안 본회의를 통과했고, 자곡역·세곡역 신설이 거론됩니다.
다만 노선 확정 전 단계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② 수서차량기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순수 그린벨트가 아니라 기존 철도 기반시설 부지이고, 서울시는 앞서 이곳을 '입체복합개발' 대상으로 검토해 왔습니다.
입지는 강합니다.
KTX·SRT 수서역, GTX-A, 수서역세권 개발, 수서광주선 복선전철이 한 지점에 모입니다.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상 '수서·문정지역중심'입니다.
③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서초구는 서울에서 그린벨트가 가장 많은 자치구입니다.
서초구 중 내곡동은 이미 서초포레스타·힐스테이트서초젠트리스 등 그린벨트 해제 후 조성된 단지가 자리 잡은 곳입니다.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생활권이고, 헌릉로를 통해 양재IC·내곡IC 접근이 좋습니다.
④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올림픽공원 동측 일대입니다.
5호선·9호선 생활권에 잠실 접근성이 좋습니다.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인접한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1988년, 5540세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는 점입니다. 단지 커뮤니티에는 최고 45층·9200가구 구상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공공택지 지정과 재건축 일정이 같은 생활권에서 겹칩니다.
⑤ 경기 하남시 감북지구
서울 강동·송파구와 맞닿아 있어 입지 평가는 좋습니다.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주민 반대와 소송으로 5년 만에 해제된 곳입니다.
여기엔 뚜렷한 걸림돌이 있습니다.
일부 기사에서 나온 감정평가업계 관계자의 인터뷰를 보면 "감북지구는 감일지구 등 주변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 인접 그린벨트도 상당수 해제돼 토지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며 "입지가 우수하지만 높은 토지가격 탓에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올해 1~8월 감북 일대 100㎡ 이상 전·답 중 지분거래가 아닌 거래는 2건, 3.3㎡당 각각 약 128만원과 240만원이었습니다.
후보지 인근 신축 시세, 기준선을 여기서 잡습니다
후보지 자체는 살 수 없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고, 실제 물건도 없습니다.
그래서 봐야 하는 건 인근 단지의 현재 시세입니다.
발표 후 가격이 움직이는지, 이미 반영돼 있는지를 판단할 기준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 후보지 | 인근 단지 | 준공 | 시세 | 기준 |
|---|---|---|---|---|
| 세곡·자곡동 | 래미안강남힐즈(1020세대) | 2014.06 | 35평 23.1억 | 아실 실거래, 26.08 |
| 세곡·자곡동 | 자곡동 평균 평당가 | - | 5565만원(강남구 9943만원) | KB, 26.08 |
| 수서차량기지 | 강남더샵포레스트(400세대) | 2016.07 | 47평 32억(최고가) | 아실 실거래, 2026.6 |
| 내곡동 | 서초포레스타2단지(1077세대) | 2015.06 | 37평 19.9억(최고가) | 아실 실거래, 26.08 |
| 내곡동 | 서초더샵포레(1264세대) | 2014.08 | 34평 19.5억(최고가) | 아실 실거래, 26.07 |
| 내곡동 | 서초포레스타5단지(547세대) | 2014.05 | 34평 19.8억 | 아실 실거래, 26.04 |
| 방이동 | 올림픽선수기자촌(5540세대) | 1988.06 | 34평 29.5억 | 아실 실거래, 26.08 |
| 방이동 인접생활권 | 헬리오시티(9510세대) | 2018 | 33평 29억 | 아실 실거래, 26.08 |
| 하남 감북 | 감일수자인(512세대) | 2022.09 | 34평 16.1억(최고가) | 아실 실거래, 26.09 |
| 하남 감북 | 감일스타힐스(578세대) | 2021.10 | 34평 14.8억 | 아실 실거래, 26.08 |
이 표에서 읽을 게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같은 강남권이라도 층이 다릅니다.
자곡동 평당가는 5565만원, 강남구 평균은 9943만원입니다.
차이가 4378만원입니다.
그린벨트 해제로 조성된 택지는 강남 안에서 별도의 가격대를 형성해 왔습니다.
둘째, 신축 여부보다 위치가 중요합니다.
감일수자인은 2022년 입주 신축인데 34평 15.5억입니다.
올림픽선수기자촌은 1988년 39년차인데 34평 27.5억입니다.
12억 차이가 준공연도가 아니라 위치에서 나옵니다.
셋째, 일부는 이미 반영이 시작됐습니다.
강남더샵포레스트 47평은 지난해 3월 26억 4500만원에서 올해 6월 32억으로 5억 5500만원 올랐습니다.
수서역세권·GTX·수서광주선이 겹친 결과입니다.
발표를 기다리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값이 붙기 시작한 자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냉정해져야 합니다.
문진석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3곳 중 28곳(84.8%)이 입주까지 7년 이상 걸렸습니다.
3기 신도시는 후보지 발표부터 첫 착공까지 평균 68개월이 걸렸습니다.
정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간소화와 인허가·보상 병행으로 이를 37개월까지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빨랐던 인천 계양조차 2018년 12월 후보지 발표 후 첫 입주까지 8년이 걸립니다.
바로 앞 사례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2024년 8·8 대책으로 발표한 서초 서리풀지구는 지구 지정만 완료된 상태에서 주민 반발과 토지 보상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의 이견도 남아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녹지 훼손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혀 왔고, 용산공원 검토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용산구가 각각 반대 입장문을 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발표는 이번 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은 2030년대입니다.
가저환수원리로 다시 보겠습니다
이 이슈를 여섯 가지로 나눠 보면 판단이 정리됩니다.
가치.
후보지 자체의 가치는 아직 없습니다.
지구 지정 전이고, 토지거래허가구역입니다.
가치가 있는 건 인근 기성 단지의 생활권입니다.
저평가.
자곡동 평당 5565만원 vs 강남구 9943만원.
이 격차가 저평가인지, 입지 차이의 정당한 반영인지를 구분하는 게 핵심입니다.
교통 개선이 실제 확정 단계로 넘어가는 구간에서만 격차가 좁혀집니다.
환금성.
여기가 이번 이슈의 최대 약점입니다.
후보지 인근 토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입니다.
아파트도 서울 전역과 수도권 15곳이 이미 허가구역입니다.
사고 싶을 때 살 수 없고, 팔고 싶을 때 팔기 어렵습니다.
수익성.
공공택지 물량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됩니다.
청약 관점에서는 기회입니다.
다만 84.8%가 7년 이상이라는 숫자를 곱해서 보셔야 합니다.
원금보존.
기준금리는 8월 27일 두 번째 연속 인상으로 3.00%가 됐습니다.
조달 비용이 오른 구간에서 "발표 기대감"만으로 레버리지를 늘리는 건 원금보존과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리스크.
서울시 반대, 주민 반발, 보상 지연, 사업성.
감북지구가 2010년에 지정됐다가 5년 만에 해제된 사례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후보지 발표가 곧 사업 확정은 아닙니다.
여섯 개 중 환금성과 리스크가 명확히 약합니다.
이건 매수 근거가 아니라 관찰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발표 전에 해두실 일 세 가지
하나, 표를 그대로 옮겨 적어 두십시오.
후보지 5곳, 인근 단지, 오늘 시세.
발표 후 이 숫자가 얼마나 움직이는지가 시장의 실제 반응입니다.
기준선이 없으면 기사 제목에 휘둘립니다.
둘, 발표 당일에는 후보지가 아니라 '빠진 곳'을 보십시오.
8·13 때 시장이 주목했던 강남권 그린벨트는 1차 발표에서 빠졌습니다.
무엇이 들어갔느냐보다, 무엇이 또 빠졌느냐가 정부와 서울시의 협의 결과를 알려줍니다.
셋, 청약 조건을 지금 정리해 두십시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입니다.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소득·자산 요건.
발표 후에 준비하면 늦습니다.
발표는 이벤트입니다.
이벤트는 사람을 급하게 만듭니다. 급해지면 원리를 건너뜁니다.
원리를 건너뛴 결정은 대체로 비쌉니다.
이번 달 말에 지도 하나가 공개될 겁니다.
그 지도를 보고 움직일 사람과, 그 지도를 자기 기준에 대입해 볼 사람으로 갈릴 겁니다.
오늘 다섯 곳을 본 이유도 그것입니다.
그 다섯 곳을 사자는 게 아니라, 그 다섯 곳이 확정된 것도 아닙니다.
낯선 지역을 하루 안에 읽는 연습을 해두자는 겁니다.
발표된 지역이 오늘 본 곳과 전혀 달라도 손해가 아닙니다.
순서를 익혔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기준은 발표 전에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이 그 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