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85주째 오르고 있습니다.
과거를 통틀어 최장 상승 기록과 같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강남과 서초, 최근에는 송파까지 강남 3구라 불리는 지역은 반대로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얼핏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면 집값이 비싼 강남과 서초도 함께 올라야 할 것 같은데 최근 시장에서는 오히려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강남과 서초에서는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성북, 노원, 중랑 등 서울 지역뿐 아니라 경기도 외곽까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서울, 수도권 안에서도 집값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단순히 ‘강남 집값이 좀 떨어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집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더 좋은 지역이나 단지로 갈아타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집은 오르고 있는데 내가 가고 싶었던 집의 가격이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히려 상승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금, 더 적은 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오히려 갈아타기가 쉬워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나타나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같은 서울인데 집값의 움직임은 완전히 다릅니다
9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13% 올랐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85주 연속 상승하면서 역대 최장 상승 기간과 같은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잠시 이야기했지만 실제 지역별로 나눠보면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강남구는 한 주 동안 0.42%, 서초구는 0.37%, 송파구는 0.14% 떨어졌습니다. 강남과 서초는 7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반대로 서대문구는 0.44%, 성북구는 0.39%, 노원구는 0.37%, 중랑구는 0.36% 올랐습니다.
거래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지난 8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2,672건 가운데 9억원 이하 거래는 1,426건으로 전체의 53.4%를 차지했습니다. 올해 1월 47.1%였던 것과 비교하면 9억원 이하 주택의 거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강남·서초·송파의 서울 전체 거래 비중은 지난 5월 16.1%에서 8월에는 9.3%까지 낮아졌습니다.
물론 이것만 보고 ‘사람들이 강남을 떠나 외곽으로 몰리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8월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량 자체가 전월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출 규제와 금리 등으로 자금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남아 있는 매수 수요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모든 지역의 집값을 똑같이 움직이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곳은 오르고 어떤 곳은 가격이 조정되면서 가격의 차이 즉 비대칭을 만들게 됩니다. 갈아타기를 생각한다면 바로 이 부분을 봐야합니다.
갈아타기는 하락장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갈아타기하기 좋은 시기는 집값이 떨어지는 하락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 평소 비싸서 가지 못했던 집도 싸게 살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갈아타기는 조금 다릅니다. 갈아타기는 내가 가고 싶은 집만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집도 팔아야 하는 매도라는 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진 집이 10억원이고, 가고 싶은 집이 15억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두 집의 가격 차이는 5억원입니다.
그런데 하락장이 와서 내 집이 8억원으로 떨어지고 가고 싶은 집도 13억원으로 떨어졌다면 어떨까요? 두 집 모두 2억원씩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필요한 돈은 5억원입니다. 집값이 크게 떨어졌다고 해서 갈아타기가 쉬워진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상승장에서도 갈아타기가 쉬워질 수 있습니다.
내 집이 10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랐는데 내가 가고 싶은 집은 15억원에서 14억원으로 내려왔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5억원이었던 가격 차이가 3억원으로 줄어듭니다. 시장 전체로 보면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내가 갈아타기 위해 필요한 돈은 오히려 2억원 줄어든 것입니다.
그래서 갈아타기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상승장이냐, 하락장이냐가 아닙니다.
갈아타기는 시기에 상관없이 ‘가격의 비대칭’이 생길 때 가능해집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렇게 가격에 대한 비대칭이 생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규제지역 지정이나 해제, 대출 한도 변화, 세금, 금리처럼 정책과 구매력에 영향을 주는 환경이 바뀌어도 모든 아파트가 똑같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부담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조정되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특정 지역에 규제가 집중되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이 더 강하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세금이나 자금 부담이 커진 지역에서는 매물이 늘면서 가격 조정이 먼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결국 같은 상승장 안에서도 어떤 집은 가격이 오르지만 다른 집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기에는 평소 가격 차이가 컸던 단지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갈아타기를 생각한다면 ‘언제 집값이 떨어질까?’ 만 기다리기보다 ‘내가 가진 집과 가고 싶은 집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은가?’ 를 함께 봐야 합니다.
지금은 갈아타기 좋은 시기입니다
가격의 비대칭이 생기면 중요한 변화가 하나 나타납니다. 예전에는 예산 밖에 있던 집이 어느 순간 내 예산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래 왼쪽 단지는 강남 3구에 위치한 단지, 오른쪽은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신도시에 위치한 역세권 신축 단지입니다. 입지 가치로만 따졌을 때는 훨씬 더 큰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 필요하지만 가격 차이가 3억 정도 밖에 나지 않습니다.

다른 예시를 보면 왼쪽은 뉴타운으로 인해 천지 개벽을 하고 있으며 여의도와 강남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울의 아파트이며, 오른쪽은 강남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입니다.

하나만 더 살펴보면 오른쪽 단지(빨간색)는 강남까지 1시간 넘게 소요가 되는 신축 단지, 왼쪽(파란색)은 서울에서 말하는 상급지에 위치한 단지는 아니지만 지역내에서는 선호하는 단지이며 과거 2억이 넘게 차이가 났지만 현재는 1억 정도로 좁혀진 상황입니다.

최근 이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강남과 서초는 7주 연속 가격이 하락했고, 강남3구 전체가 최근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을 낮춘 거래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외곽은 무섭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이것을 보고 ‘이제 강남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다’ ‘앞으로는 외곽만 오른다’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 강남 집값이 더 떨어질지 다시 올라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갈아타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사실 꼭 이걸 맞힐 필요도 없습니다.
확인해야 하는 것은 내가 가고 싶었던 단지에서 예전에는 없던 가격이 나오고 있는가? 그리고 그 가격이 내 집을 팔았을 때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 들어왔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입니다.
갈아타기는 단순히 서울 평균 가격이나 상승장, 하락장이라는 시기를 보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는 일이기 때문에 전체 시장보다 내가 보고 있는 두 집의 가격이 더 중요합니다.
갈아타기를 생각한다면 3가지를 적어보세요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확인하면 좋을까요? 갈아타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우선 세 가지 숫자를 적어보셨으면 합니다.
첫번째는 내 집을 지금 실제로 팔 수 있는 가격입니다.
과거 최고가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입니다. 최근 실거래와 현재 매물을 함께 살펴보면서 실제 매도가 가능한 가격을 적어봅니다.
두번째는 내가 가고 싶은 집을 지금 실제로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마찬가지로 과거 최고가가 아니라 현재 나온 매물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가격을 낮춘 매물이나 매도자의 상황에 따라 협상할 수 있는 조건이 없는지도 함께 봅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두 집의 가격 차이입니다.
현재 두 집의 가격 차이가 4억원이라면 3개월 전에는 얼마였는지, 6개월 전에는 얼마였는지도 함께 적어보세요. 5억원이던 차이가 4억원이 됐는지 4억원이던 차이가 3억원으로 줄어들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그리고 가격 차이가 줄었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
그 차이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예산 안으로 들어왔는가?
가지고 있는 현금과 가능한 대출을 더했을 때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는지, 갈아타기 이후 매달 부담해야 할 원리금은 얼마인지, 취득세와 중개수수료, 이사비 같은 비용까지 포함해도 무리가 없는지를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가격 차이가 줄었다고 해서 무조건 갈아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좋은 집으로 이동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집을 무리 없이 오래 보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오를 때도 갈아타기 기회는 생깁니다
우리는 흔히 집값이 많이 떨어져야 갈아타기 기회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갈아타기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집이 싸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집과 내가 가고 싶은 집의 움직임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내 집보다 가고 싶은 집이 덜 오를 수도 있고, 내 집이 오르는 동안 가고 싶은 집이 잠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규제와 정책, 대출과 금리 조건이 달라지면 이런 가격의 비대칭은 언제든 생길 수 있습니다.
‘서울 집값이 이렇게 올랐으니 이제 갈아타기는 늦었다’ 고 생각해버리면 오히려 중요한 변화를 놓칠 수 있습니다. 갈아타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한 번쯤 다시 계산해보셨으면 합니다. 예전에 5억원이 필요했던 갈아타기가 지금도 여전히 5억원이 필요한지, 아니면 어느새 4억원, 3억원으로 줄어들었는지를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갈아타기가 쉬워졌다는 것은 집값이 싸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보유한 집과 가고 싶은 집의 가격 차이가 좁혀졌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하락장이 올 때만 좁혀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서로 다른 지역과 가격대가 다르게 움직일 때 더 빠르게 좁혀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갈아타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시장이 앞으로 오를지 내릴지를 맞히려고 하기보다 내가 보유한 집과 내가 가고 싶은 혹은 갖고 싶은 집 사이의 가격 차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보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생각했던 것보다 이미 조금 가까워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