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은 2024년 11월 선도지구 선정 이후 도시마다 속도가 크게 갈리고 있습니다.
분당·평촌·산본은 선도지구 대부분이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마치고 사업시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지만, 일산은 10월 현재까지도 지정된 구역이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1기 신도시에 투자한다면 '재건축 호재'라는 한 단어가 아니라 도시별 속도, 분담금, 이주, 규제라는 네 가지 숫자로 따로따로 판단해야 합니다.
"1기 신도시는 결국 다 재건축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언제 되느냐와 얼마를 더 내야 하느냐에 따라 같은 호재도 전혀 다른 투자가 됩니다.
왜 같은 1기 신도시인데 어떤 곳은 달리고, 어떤 곳은 제자리일까요?

1기 신도시, 30년 만에 다시 짓는 도시
1기 신도시는 1989년 주택 200만 호 건설 계획으로 발표된 분당(성남)·일산(고양)·평촌(안양)·산본(군포)·중동(부천) 다섯 곳으로, 약 29만 가구 규모입니다.
1990년대 초 입주를 시작해 대부분 준공 30년을 넘기면서 배관 노후, 주차난, 층간소음 같은 문제가 커졌습니다.
이를 한꺼번에 정비하기 위해 2024년 4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됐습니다.
일반 재건축과 달리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완화, 정비계획과 구역 지정을 한 번에 처리하는 특별정비계획 같은 특례가 주어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2024년 11월, 도시별로 먼저 사업을 시작할 '선도지구' 13개 구역(3만5,897가구)이 선정됐습니다.
여기에 연립주택 단지를 위한 별도 정비물량으로 분당 목련마을, 일산 정발마을 2곳이 함께 선정돼, 흔히 '선도지구 15곳'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도시별 기준용적률과 진행 속도
| 도시 | 기준용적률 | 진행 상황 (2026년 기준) | 규제 |
|---|---|---|---|
| 분당 | 326% | 선도지구 양지·샛별·시범 현대우성과 별도물량 목련 특별정비구역 지정 완료, 2차 신청 진행. 연간 정비 물량 1만2천 가구로 관리 |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
| 평촌 | 330% | 선도지구 3곳(꿈마을금호, 꿈마을우성, 샘마을) 모두 지정 완료. 샘마을은 9월 지정 고시, 2,334가구에서 4,127가구로 계획 |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안양 동안구) |
| 산본 | 330% | 9-2·11구역 1기 신도시 최초 지정(2025년 12월), 11구역 LH 사업시행약정(2026년 8월). 12·13구역은 2차로 특별정비계획 수립 중 | 비규제 |
| 중동 | 350% | 선도지구 은하마을 6월 지정(2,387가구에서 최대 3,432가구). 반달A·금강·중흥 등 5개 마을은 10월 주민공람 중이며 연내 지정이 목표 | 비규제 |
| 일산 | 300% | 10월 현재 지정 구역 없음. 선도지구 백송마을이 연말 일산 첫 지정 전망이고, 후곡마을과 강촌·백마 1·2단지(16구역)도 주민공람을 거치며 속도를 내는 중. 기준용적률 350% 상향 검토 | 비규제 |
첫째, 속도는 용적률 숫자 하나가 아니라 사업성으로 갈립니다.
분당은 기준용적률이 326%로 평촌·산본보다 낮지만, 집값이 높아 일반분양 수익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쉬워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반대로 일산은 기준용적률이 300%로 다섯 곳 중 가장 낮은 데다 집값도 상대적으로 낮아, 기준을 넘겨 짓는 만큼 공공기여 부담이 커지고 사업성이 떨어집니다.
주민들이 350% 상향을 요구하며 진통을 겪은 이유입니다.
둘째, 규제 여부가 투자 방식을 바꿉니다.
분당과 평촌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 집을 사면 직접 들어가 2년을 살아야 합니다. 반면 산본·일산·중동은 비규제지역이라 세를 끼고 매수할 수 있습니다.
산본으로 보는 재건축의 실제 시간표
재건축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입니다.
1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산본 11구역의 실제 진행 속도를 보면 감이 옵니다.
| 시점 | 단계 |
|---|---|
| 2024년 11월 | 선도지구 선정, LH 예비사업시행자 |
| 2025년 10월 말 | 특별정비계획 수립·지정 제안 |
| 2025년 11월 | 주민공람 (추정분담금 공개) |
| 2025년 12월 23일 | 특별정비계획 결정·특별정비구역 지정 고시 |
| 2026년 3월 | LH 정식 사업시행자 지정 |
| 2026년 8월 | 사업시행약정 체결, 하반기 시공사 선정 예정 |
선도지구 선정부터 구역 지정까지 13개월, 다시 사업시행약정까지 8개월이 걸렸습니다.
특별법 덕분에 일반 재건축보다는 분명 빠르지만, 여기서부터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 이주, 착공, 준공까지는 아직 많은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뒤따르는 산본 12·13구역은 올해 5월 LH가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돼 특별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11구역 속도를 그대로 적용하면 연내 구역 지정을 목표로 하더라도 내년 초로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래 목표였던 '2027년 첫 착공, 2030년 첫 입주'도 업계에서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 전에 꼭 확인해야 할 여섯 가지
① 추정분담금
재건축 투자의 가장 큰 변수입니다. 특별정비계획 주민공람 때 처음 공개되는데, 예상보다 크면 기대감이 꺾이며 가격이 조정받을 수 있습니다. 공람 전후의 시세와 호가 변화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② 물량 관리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 수요로 인한 전세난을 막기 위해 해마다 정비할 수 있는 물량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분당은 연 1만2천 가구, 산본은 연 1~2개 구역 수준입니다.
선도지구가 아닌 단지는 '순번'을 기다려야 하고, 시장이 과열되면 인허가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습니다.
③ 동의율과 사업성
같은 도시 안에서도 구역마다 동의율과 사업성이 다릅니다. 동의율이 낮은 구역은 분담금이 공개된 뒤 반대가 늘어 속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대지지분이 크고 기존 용적률이 낮을수록 사업성이 좋습니다.
④ 이주 계획
수천 가구가 한꺼번에 이주하면 인근 전셋값이 오르고, 이주처를 구하지 못하면 사업이 지연됩니다. 분당이 물량을 제한하는 이유도 '이주난' 우려 때문입니다.
세를 끼고 산 투자자라면 이주 시점에 세입자를 내보내는 일정도 미리 계산해야 합니다.
⑤ 규제와 지위양도 제한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이 일정 단계를 넘으면 조합원 지위를 넘길 수 없습니다(10년 보유·5년 거주한 1세대 1주택자 등 일부 예외).
분당과 평촌은 이미 투기과열지구라 이 제한을 전제로 계획을 세워야 하고, 지금 비규제인 산본·일산·중동도 시장이 과열되면 규제지역으로 묶일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매수·매도 계획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와 세금 구조 변화
사업 막바지에는 재건축으로 오른 이익의 일부를 부담금으로 내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변수가 됩니다.
또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는 집이 '조합원입주권'으로 바뀌어 양도세 계산 방식이 달라지니, 매도 시점에 따라 세금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단계별로 이렇게 대응해보세요
| 사업 단계 | 특징 | 대응 |
|---|---|---|
| 선도지구·순번 대기 | 기대감은 크지만 일정·분담금 불확실 | 가격보다 사업성(대지지분, 기존 용적률, 동의율)을 먼저 비교 |
| 특별정비계획 공람 | 추정분담금 처음 공개 | 분담금을 반영한 총투자금으로 인근 신축과 다시 비교 |
| 구역 지정·사업시행자 지정 | 사업 확정성이 높아지는 구간 | 규제지역이라면 지위양도 제한 시점을 반드시 확인 |
| 시공사 선정·관리처분 | 가격이 미래 가치를 상당 부분 반영 | 보유자는 세금·이주 일정에 맞춰 보유·매도 판단 |
보유자라면, 상황별 매도 액션플랜
이미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를 가지고 있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언제 팔 것인가"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언제든 팔 수 있다"가 아니라 "팔 수 있을 때 팔 준비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규제지역 지정이나 분담금 공개는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1. 먼저 세금 시계와 사업 시계를 겹쳐 보세요
매도 시점은 사업 일정만으로 정할 수 없습니다.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세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보유 기간 | 양도세율 (주택) | 판단 포인트 |
|---|---|---|
| 1년 미만 | 70% | 호재가 와도 세후 수익이 크게 줄어듦 |
| 1년 이상 ~ 2년 미만 | 60% | 규제·분담금 위험이 크다면 이 구간 매도도 검토 |
| 2년 이상 | 기본세율 6~45% | 1세대 1주택이면 비과세 가능(조정지역 취득 시 2년 거주 필요), 조정지역 다주택이면 중과 |
이 표를 사업 일정과 나란히 놓아보면, 세율이 내려가는 날과 사업의 큰 이벤트(주민공람, 구역 지정, 시공사 선정)가 언제 겹치는지 보입니다. 그 겹치는 구간이 매도 판단의 핵심 시점이 됩니다.
2. 시나리오별로 미리 결정해두세요
| 시나리오 | 상황 | 매도 전략 |
|---|---|---|
| A. 비규제 유지 | 지위양도 제한이 없어 사업 단계와 관계없이 언제든 매도 가능 | 세율이 내려가는 시점(보유 2년 이후) 이후로 매도 시점을 잡고, 구역 지정·시공사 선정 같은 호재 구간에 맞춰 호가를 조정 |
| B. 투기과열지구 지정 (산본·일산·중동 등 현재 비규제 지역) | 일정 단계 이후 지위양도가 막혀 사실상 매도가 어려워질 수 있음 (분당·평촌은 이미 해당) | 지정 발표 즉시 매도 여부를 결정. 단기세율을 내더라도 파는 비용과, 입주까지 자금이 수년간 묶이는 비용을 비교 |
| C. 분담금이 예상보다 큼 | 주민공람 후 기대감이 꺾이며 가격 조정 가능 | 공람 전후 시세와 호가를 확인하고, 조정이 본격화되기 전에 매도를 검토. 동의율이 낮은 구역이라면 사업 지연 위험도 함께 고려 |
| D. 사업이 순조롭고 실거주 가능 | 구역 지정·시공사 선정이 예정대로 진행 | 1주택 비과세 요건과 입주 시점까지의 자금 계획(분담금, 이주 기간 거주비)을 감당할 수 있다면 끝까지 보유해 새 아파트를 받는 선택도 가능 |
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
기다려서 아끼는 세금이 기다리는 동안의 가격·규제 위험보다 크면 기다리고, 반대라면 먼저 파는 것이죠.
3. 지금 바로 해둘 일 4가지
① 세무 상담 : 보유 주택 수, 1세대 1주택 비과세 가능 여부, 혼인 합가 같은 특례, 보유 기간별 예상 세금을 미리 비교합니다.
② 매도 기준가 설정 : 희망가와 최저가를 세후 순수익 기준으로 정해두면 기회가 왔을 때 바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③ 매수 수요 파악 : 인근 중개사무소 두세 곳에 대기 매수자와 최근 거래가를 확인합니다. 매물 등록은 시점을 정한 뒤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④ 임대차 조건 정리 : 세입자 계약 만기, 갱신권 사용 여부를 확인해 전세 낀 매매 조건을 정리하고, 세입자의 매수 의향도 먼저 물어봅니다. 실입주가 가능하다면 실입주 후 매도할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미리 준비하면 어떤 시나리오가 오더라도 당황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계획대로 파는 것이 됩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정비사업이고, 장기적으로 도시의 모습을 크게 바꿀 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다섯 도시가 같은 속도로 가지 않듯, 같은 도시 안에서도 구역마다 결과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1기 신도시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움직이기보다, 내가 보는 구역의 진행 단계, 분담금, 이주 일정, 규제를 하나씩 확인하고,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다른 선택지와 비교해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