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묶었습니다.
그날 채권 뉴스는 만기마다 말이 달랐습니다.
3년물은 '금리 상승', 10년물은 '강세'. 같은 날, 같은 나라의 채권인데요.
결론부터 드리겠습니다.
채권은 받을 돈이 처음부터 정해진 물건입니다.
그래서 금리가 바뀌면, 받을 돈 대신 가격이 바뀝니다.(오늘 이야기는 이자가 고정된 일반 채권 기준입니다.)
오늘은 이 한 줄을 월세 받는 집 하나로 정리해드릴게요.
퇴근길에 경제 뉴스를 켭니다.
'채권금리 상승'. 좋은 소식인가 싶어 넘깁니다.
다음 기사는 '채권 약세'라고 합니다. 금리가 올랐는데 약세라니요.
대부분 여기서 창을 닫습니다.
괜찮습니다. 헷갈리는 게 정상입니다.
같은 일을 어떤 기사는 금리로, 어떤 기사는 가격으로 말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오늘은 딱 3단계만 가겠습니다.
1. 월세 받는 집으로 원리 잡기
2. 지금 뉴스 숫자 읽기. 나는 살 사람인가, 가진 사람인가
3. 사기 전에 꼭 확인할 3가지
월세가 정해진 집으로 원리 잡기
이런 집이 있다고 해볼게요.
월세 50만 원. 1년이면 600만 원.
계약서에 '이 월세는 앞으로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집을 사려는 사람은 계산부터 합니다. "이 돈 넣으면 1년에 몇 % 받지?"
| 사는 사람이 원하는 수익률 | 이 집에 낼 수 있는 가격 |
|---|---|
| 5% | 1억 2000만 원 |
| 6% | 1억 원 |
| 8% | 7500만 원 |
월세는 600만 원 그대로입니다.
바뀐 건 사람들이 원하는 수익률, 그리고 거기에 맞춰 움직인 가격뿐입니다.
예금 금리가 오르면 누가 이 집을 예전 가격에 사겠어요. 가격이 내려와야 팔립니다.
채권이 정확히 이 집입니다.
월세는 채권이 약속한 이자, 계약서는 채권 증서, 사는 사람이 원하는 수익률은 뉴스에 나오는 채권금리입니다.
실제 집은 월세도 바뀌고 집값 자체가 오르기도 하죠.
채권은 그 변수가 없어서, 이 계산이 훨씬 정직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이자가 못 움직이니 가격이 움직입니다. 채권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갑니다.
지금 뉴스 숫자 읽기. 나는 살 사람인가, 가진 사람인가
채권에는 숫자가 두 개 붙어 있습니다.
하나는 처음 계약서에 적힌 이자율입니다.
표면금리라고 부릅니다. 월세 50만 원 같은 숫자예요.
다른 하나는 '오늘 이 가격에 사서 만기까지 들고 가면 1년에 몇 %를 받느냐'입니다.
뉴스의 채권금리는 이쪽입니다.
10월 22일 장 마감 기준으로 나라가 빌린 돈의 시세는 이랬습니다.
기준금리는 3.00%였습니다.
| 국고채 만기 | 10월 22일 금리 |
|---|---|
| 3년 | 연 3.840% |
| 10년 | 연 4.152% |
| 30년 | 연 4.239% |
| 50년 | 연 4.274% |
50년짜리도 있습니다. 나라가 50년 뒤에 갚겠다는 약속에도 매일 가격이 매겨집니다.
표면금리는 계약서, 뉴스 금리는 오늘의 시세입니다.
최근 한 달이 좋은 예입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9월 28일 연 4.119%로 마감했습니다.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10월 21일 오전 3.832%. 한 달도 안 돼 0.287%p 내려왔습니다.
9월 말에 3년짜리 국채를 산 사람이 있다고 해볼게요.
표면금리 3.8%를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금리가 이만큼 내려올 때 채권 가격은 약 0.8% 오릅니다.
1,000만 원어치면 약 8만 원입니다. 이자는 따로 받습니다. 한 달이 안 되는 기간에요.
같은 기간, 이제 막 사려는 사람은 사정이 다릅니다.
9월 말 4.1%대였던 수익률이 3.8%대로 낮아진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니까요.
금리가 오를 때는 정확히 반대입니다.
같은 금리 뉴스라도 이미 가진 사람과 새로 사려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반대입니다.
여기까지 오셨다면 원리는 이미 잡으신 겁니다.
이제 원리 위에 세 가지 정보를 더 얹어보겠습니다.
만기, 발행한 곳, 그리고 세금입니다.
만기. 얼마나 크게 흔들리나?
다시 월세 집으로 가볼게요.
2년 뒤 월세를 새로 정할 수 있는 집, 그리고 30년 동안 월세가 묶인 집이 있습니다.
주변 시세가 오르면 어느 집 주인이 더 손해일까요?
30년 묶인 집입니다. 낮은 월세를 30년 동안 받아야 하니까요.
채권도 같습니다.
10월 22일 금리 수준에서 금리가 1%p 움직일 때 가격 변화를 직접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표면금리가 시장금리와 비슷하고 6개월마다 이자를 주는 국채 가정)
| 만기 | 금리 1%p 상승 시 가격 | 금리 1%p 하락 시 가격 |
|---|---|---|
| 3년 | 약 -2.8% | 약 +2.9% |
| 10년 | 약 -7.8% | 약 +8.6% |
| 30년 | 약 -15.1% | 약 +19.1% |
금리가 내려갈 때 장기채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과, 금리가 오를 때 크게 내려가는 것은 같은 원리입니다.
다만 크기는 살짝 다릅니다.
같은 1%p라도 금리가 내릴 때 오르는 폭이, 오를 때 빠지는 폭보다 조금 더 큽니다.
만기가 길수록 같은 금리 변화에 가격이 더 크게 움직입니다.
금리 수준과 함께 봐야 할 정보는?
지금 금리 수준이 어디에 있는지와 함께,
두 가지 정보를 같이 보면 그림이 더 분명해집니다.
첫째, 앞으로의 금리 경로입니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금리를 묶으면서도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계속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의 눈은 11월 26일 금통위로 가 있습니다.
금리가 이후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위 표만큼 가격도 함께 움직입니다.
둘째, 누가 발행했느냐입니다.
같은 3년짜리인데 10월 22일 국고채는 연 3.840%, AA- 등급 회사채는 연 4.524%였습니다.
이 0.68%p 차이에는 '약속한 돈을 못 받을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반영돼 있습니다.
사고팔기 쉬운 정도의 차이도 함께 들어 있고요.
월세 집으로 치면, 세입자의 형편에 따라 같은 월세라도 집의 거래 가격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같은 만기라도 발행한 곳에 따라 금리가 다르고, 그 차이에는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세금. 세전과 세후는 다르다
이자와 가격 차익은 세금 처리가 다릅니다.
개인이 채권을 직접 사면 이자에는 15.4% 세금이 붙습니다.
반면 매입 가격과 매도·상환 가격의 차이에서 생긴 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단, 중간에 팔 때 가격에 포함된 '보유 기간만큼의 이자'는 차익이 아니라 이자로 보고 세금을 뗍니다.
그래서 세전 수익률이 같아도, 표면금리와 매입 가격의 조합에 따라 세후 금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국내 상장 채권 ETF는 사고팔아 생긴 차익에도 15.4%가 붙습니다.
같은 채권이라도 보유 방식에 따라 세금 구조가 달라집니다.
이자 등 금융소득이 1년에 2,000만 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쳐 과세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두세요.
세전 금리와 세후 금액은 다를 수 있고, 직접 보유인지 ETF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구체적인 판단은 세무 전문가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만기까지 들고 가면?
개별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중간 가격 변동이 최종 결과에 주는 영향은 줄어듭니다.
발행한 곳이 약속을 지킨다는 전제에서요.
다만 만기에 돌려받는 건 '내가 낸 돈'이 아니라 채권에 적힌 원금입니다.
원금보다 높은 가격에 샀다면 그 차이는 이미 뉴스의 채권금리에 반영돼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수익률은 계약서 이자율보다 매입 가격 기준 수익률에 가깝습니다.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채권 ETF에는 이 설명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채권 뉴스를 읽을 때 떠올릴 5가지 질문
☑️ 나는 살 사람인가, 가진 사람인가
☑️ 만기는 몇 년인가 (흔들림의 크기)
☑️ 누가 갚는 약속인가 (나라인지 회사인지, 등급은 어떤지)
☑️ 계약서 이자율이 아니라 지금 가격 기준 수익률을 봤는가
☑️ 세금 떼고 비교했는가 (직접 보유와 ETF는 다름)
증권사 앱의 채권 메뉴에는 만기와 발행처별 수익률이 나란히 나옵니다.
오늘 내용을 실제 숫자로 비교해보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할 일은 하나입니다.
쓰시는 증권사 앱 채권 메뉴에서 같은 3년 만기 국채와 회사채를 하나씩 골라 수익률을 나란히 적어보세요.
사지 않고 보시기만 하세요.
숫자를 읽는 눈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