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은 짧지만, 흘려보내기엔 깁니다
11월이 시작됐습니다.
이맘때면 “집은 내년에 알아보려고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연말은 바쁘고, 대출은 막혔다고 하고, 금리는 오른다고 하니 그럴 만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두 달 만에 집을 살 수는 없습니다.
수억 원,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결정을 서두를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내년에”라는 말이 내 집이 필요하다는 사실과 지금 시장의 모습을 외면하는 이유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올해 남은 두 달이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시장을 똑바로 보고, 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고, 내 집 마련의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세 가지를 차례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하나, 시장을 똑바로 보기
새 아파트는 거의 없고, 내년에는 더 줄어듭니다.
11월 서울 입주 아파트는 소규모 단지 세 곳, 500세대가 채 되지 않습니다. 12월도 600세대 남짓입니다.
더 눈여겨볼 것은 내년입니다. 서울의 새 아파트 입주는 2025년 5만 7천여 세대에서 올해 2만 2천여 세대로 줄었고, 2027년에는 1만 1천 세대 남짓에 그칩니다.
인구 958만 명인 서울의 적정 입주 물량은 4만 8천여 세대인데, 그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물량입니다. 경기도는 11월에 3천여 세대가 입주하지만 대부분 평택과 이천이라,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를 받아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세가 빠듯합니다.
새 아파트가 줄면서 서울 전셋값은 입주장의 영향을 받는 서초를 뺀 거의 모든 구에서 오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곧 겨울 학군 이사철입니다. 보통 수능이 끝나면 학군지 전세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해 12월부터 2월 사이 전셋값이 오릅니다. 작년 겨울에도 서울 전셋값은 쉬지 않고 올랐고, 전세 매물은 한 달 새 10% 넘게 줄었습니다. 다만 금리가 급하게 올랐던 2022년 겨울에는 학군지 전셋값이 오히려 크게 내렸습니다. 올해도 금리는 많이 올랐고, 더 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내비칩니다. 다만, 금리와 공급 가운데 어느 쪽 힘이 더 셀지 지켜봐야 하는 겨울입니다.
돈을 빌리는 조건은 어려워졌습니다.
기준금리는 연 3%까지 올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4년 만에 가장 높아졌습니다. 고정금리는 처음으로 5%대에 올라섰습니다. 보통 은행은 연말이면 대출 문을 좁힙니다. 그리고 새해가 되면 다시 엽니다.

내년 판을 바꿀 결정이 이 두 달 안에 내려집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연말 국회에서 확정되면 대부분 내년부터 시행됩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2027~2028년 두 해 동안 한시적으로 낮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임대사업자 주택도 2027년에 팔아야 세제 혜택을 가장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중과 완화를 활용하려는 다주택자 매물과 임대사업자 매물이 함께 나오면서, 내년에는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두 달 안에 시장이 뒤집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공급은 더 줄고, 전세는 빠듯하고, 내년 초를 움직일 변수들이 지금 정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물이 쌓이고 거래가 줄어든 지역이 많다는 것은, 준비된 사람에게는 집을 고르고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둘, 내 상황에서 할 일 확인하기
시장을 봤다면, 이제 나를 볼 차례입니다.
같은 시장이라도 사람마다 해야 할 일은 다릅니다.
내 필요와 나의 시간표
나는 왜 집이 필요한지, 언제까지 필요한지 적어보십시오.
전세 만기, 아이의 입학, 직장 이동처럼 내 시간표를 정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정해져야 “언젠가”가 “언제까지”로 바뀝니다.
내 자금의 실제 크기
지금 쓸 수 있는 현금, 은행에서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대출, 금리가 더 올라도 매달 감당할 수 있는 상환액을 확인하십시오.
대출은 계산기보다 은행 두세 곳에 직접 상담받아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취득세, 중개수수료, 이사와 수리 비용까지 더해야 진짜 내 예산이 나옵니다.
우리집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
출퇴근 시간, 아이 학교, 동네 환경 가운데 무엇을 가장 먼저 지킬지 순서를 정하세요.
그 순서와 예산이 만나는 곳이 내가 공부해야 할 지역입니다.
이 세 가지를 적고 나면
막연했던 “언젠가 내 집”이 “언제까지, 어디, 얼마로”라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뀝니다.
셋,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기
집을 사는 일은 주말에 한두 번 집을 보고 시세를 찾아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 지역을 알고, 같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단지들을 비교하고, 현장을 반복해서 보면서 가격이 적정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언제 살까”가 아니라 “이 과정을 언제 시작할까”입니다.
공부를 시작하세요
좋은 지역을 고르는 기준, 곧 일자리와 교통, 학군, 환경, 공급을 보는 눈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책이든 강의든,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이번 달 안에 정하십시오.
기록을 시작하세요
내 예산으로 갈 수 있는 지역 두세 곳을 정해보세요.
그 안의 단지들이 최근 얼마에 거래됐는지, 가장 비쌀때는 얼마였는지, 전세는 얼마인지 적어두세요.
두 달만 기록해도 “이 동네에서 이 가격이면 어떤 수준인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현장에 첫발을 디뎌보세요
단지 하나가 아니라 동네 전체를 걸어보고, 부동산 몇 곳에 들러 지금 분위기를 물어보세요.
매물이 많고 거래가 뜸한 지금은, 서두르는 사람 없이 차분하게 비교해볼 수 있는 때입니다.
두 달 안에 이 모든 것을 끝낼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끝냈느냐가 아니라 시작했느냐입니다.
같은 시장, 두 신혼부부의 다른 선택
최근 두 신혼부부를 만났습니다.
두 부부 모두 전세로 살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부부는 전세 만기가 다가오자 다시 전세를 구하러 다녔습니다.
공급이 많은 지역은 아니었지만, 마침 근처에 새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주변 집값이 잠시 내려가 있었습니다. 상반기에 보던 가격보다 수천만 원 싸진 상태였습니다.
제가 봤을 때 너무 쌌고 무엇보다 그 지역에서 입지, 연식 다 좋은 단지였습니다.
매매를 생각해보면 어떻겠냐고 묻자, 일단 전세로 살아보고 생각하겠다고 했습니다.
집이 잘 안 팔리는 걸 보니, 원래 사려던 단지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집이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모르니
“잘 안 팔린다”는 시장 분위기를 그 집의 가치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입주 물량 때문에 잠시 눌린 가격인지
집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구분할 기준이 없었기에
싸진 가격이 기회가 아니라 두려움으로 보였습니다.
두 번째 부부는 전세 만기가 1년쯤 남아 있었습니다.
이들이 사는 지역도 앞으로 입주가 많지 않았고, 전세는 정말 씨가 말라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럴 때는 괜히 움직였다가 큰일 나는 건 아닐까 싶어, 남은 만기를 붙잡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부부는 그 1년을 기다리는 데 쓰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장이 어떤 모습인지, 앞으로 나아질 부분이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내 집 마련은 어느 정도인지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집을 사겠다는 결심이 서자, 남은 전세 만기를 기다리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내 집 마련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거창하지 않을 수 있는 17평 소형아파트였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예산으로 작은 아파트라도 교통,환경 등 따질 수 있는 부분을 따져 최선의 내 집 마련을 한 것입니다.
두 부부를 가른 것은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을 똑바로 보았는지, 내 상황을 확인했는지, 그리고 결심을 실행으로 옮겼는지였습니다.
같은 시장도 아는 사람에게는 기회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으로 보입니다.
두 부부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부는 다음 전세 만기가 다가오면 지금과 똑같은 고민을 다시 하게 될 것입니다.
전세를 또 구할지, 이번에는 사야 할지, 도돌이표처럼 말입니다.
두 번째 부부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집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 다음 단계를 고민할 것입니다.
그것은 불안에서 나오는 고민이 아니라,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고민입니다.
마치며
집을 사는 결정은 하루에도, 한 달에도 내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작이 늦어질수록 좋은 기회를 알아보는 눈도 늦게 생깁니다.
매물이 쌓이고 거래가 줄어든 지금은, 준비된 사람에게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시장입니다.
올해 남은 두 달, 시장을 외면하지 않고 그 “준비된 사람”이 되는 첫걸음을 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쌀쌀해지고 있는 11월 입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