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의 양극화가 완화되고 있다

위 그래프는 서울의 하위 20% 아파트 比 상위 20% 아파트 매매가 및 전세가 배율 추이를 2009년부터 2026년까지 그린 것이다. 가령 하위 20% 아파트 매매가가 4억이고 상위 20% 아파트 매매가가 20억이면 매매가 배율은 5고, 하위 20% 아파트 전세가가 2억이고 상위 20% 아파트 전세가가 8억이면 전세가 배율은 4다.
그래프에서 보시다시피 서울은 2026년 들어 하위 20% 아파트 매매가 比 상위 20% 아파트 매매가 배율이 줄어들고 있다. 양극화가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매매가의 양극화가 과도하게 진행된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전세가의 양극화 수준과 비교해도 그렇다. 그래프에도 나오듯이 서울 전세가의 양극화 수준은 그렇게 악화되지 않았다. 2022년 2~3분기에 서울 하위 20% 아파트 매매가 比 상위 20% 아파트 매매가 배율은 4.2배였고, 마찬가지로 서울 하위 20% 아파트 전세가 比 상위 20% 아파트 전세가 배율도 4.2배였다. 그런데 2025년 12월 기준으로 전자는 6.9배, 후자는 4.4배가 되었다. 즉,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전세가 양극화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전세가 배율 4.2배 → 4.4배), 매매가 양극화는 크게 악화된 셈이다(매매가 배율 4.2배 → 6.9배).
그리고 2022년 2~3분기에 서울 상위 50% 아파트 매매가 比 상위 20% 아파트 매매가 배율은 2.2배였고, 서울 상위 50% 아파트 전세가 比 상위 20% 아파트 전세가 배율은 2.1배였는데 이 역시 2025년 12월에는 각각 3.1배와 2.2배가 되었다. 중위 아파트와 비교해도 전세가 대비 매매가의 양극화는 상당히 커진 셈이다.
전세가가 "주택의 사용 가치"를 의미하고, 매매가가 "주택의 사용 가치 + 투자 가치"를 의미한다고 본다면, 상급지 주택의 사용 가치 대비 투자 가치가 많이 부풀려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서울 매매가의 양극화는 다주택자 규제 지속에 따른 '똘똘한 한 채' 트렌드의 강화가 영향을 미친 부분이 크다. 그런데 2026년 들어 양극화 수준이 꺾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다주택자 규제가 완화되어 '똘똘한 한 채' 트렌드가 종막을 고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직접적인 트리거는 올해초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 시그널이 다주택자들로 하여금 차익이 큰 주택, 즉 상급지 주택들부터 매도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뿐만은 아니다. 서울의 상급지에 해당하는 강남3구는 이재명 대통령의 양도세 중과 부활 시그널 이전인 2025년 4분기에 이미 상승을 멈췄기 때문이다. 이는 펀더멘탈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2. 상급지의 오버슈팅 지표는 명확하다

위 그래프는 M2 통화량과 서울 아파트 상위 20% 아파트 및 중위 아파트 매매가를 2009년 12월 기준 1.0으로 전제하고 2025년 12월까지 추이를 그려본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M2 통화량 대비해서 서울 상위 20% 아파트 매매가는 상승하지 못했으나 2021년이 되어서야 따라잡더니 2025년에는 추월하기에 이른다. 반면 서울 중위 아파트는 M2 통화량 대비 증가폭이 지지부진하다.

위 그래프는 전국 상위 10% 소득과 서울 아파트 상위 20% 아파트 및 중위 아파트 매매가를 2009년 12월 기준 1.0으로 전제하고 2025년 12월까지 추이를 그려본 것이다. 서울 상위 20% 아파트와 중위 아파트 매매가 모두 2017년에 전국 상위 10% 가구 소득 증가폭을 추월했는데 서울 상위 20% 아파트는 그 이후 더더욱 고공행진을 그린다.
결국 서울 상위 20% 아파트 매매가는 M2 통화량, 전국 상위 10% 소득 어느 쪽과 비교해도 특히 2025년에 오버슈팅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눈에 띄는 부분을 하나 더 거론하자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는 서울 상위 20% 아파트와 중위 아파트 매매가가 비슷한 폭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그래프에서도 두 선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겹쳐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두 선은 2019년부터 차이를 벌리기 시작하더니 2025년까지 차이를 확대해나갔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돈의 흐름이 한쪽으로 쏠린 것이다. 그리고 돈의 흐름을 한쪽으로 쏠리게 한 계기는 2018년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작으로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똘똘한 한 채' 트렌드를 심화시킨 점을 들 수 있다. 이것이 서울 내에서도 양극화를 심화시킨 주범이다.
상급지의 오버슈팅을 가리키는 지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위 그래프에서 짙은 선은 서울 전세가율, 옅은 선은 강남3구 전세가율이며, 빨간 막대 그래프는 서울 전세가율과 강남3구 전세가율의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물론 서울 전세가율보다 강남3구 전세가율이 낮은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그 폭이다. 강남3구 전세가율과 서울 전세가율 차이가 너무 벌어진다면 이는 곧 강남3구 전세가 대비 매매가의 오버슈팅이 심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프를 보면 서울 전세가율과 강남3구 전세가율의 차이가 가장 큰 것은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였다. 그런데 이에 버금가는 것이 2025년 하반기였다. 여러 모로 2025년 상급지 매매가는 오버슈팅한 측면이 엿보인다.
#3. 그러나 모든 유동성 지표가 상방을 가리키고 있다
자, 이렇게 보면 상급지의 오버슈팅은 명확한 바, 향후 상급지의 매매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탈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서울 부동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유동성"을 들여다보자.
우선 주식.
2026년 1분기 서울 15억원 이상 주택 매입 비용의 9.3%가 주식ㆍ채권 매각 대금이었다. 이는 2021년 4.9%, 2022년 4.5%, 2023년 4.1%, 2024년 4.6%, 2025년 4.7%보다 월등히 높아진 비율이다. 2025년 하반기 서울 주택 구입에 쓰인 금융 자산 매각 대금이 2조 948억원이었는데 2026년 1분기는 2조 941억원이었다. 코스피가 2월 25일에 6,000을 뚫고 3월말 5,000까지 떨어진 상황에서도 이 정도였다. 8,000도 뚫고 올라간 적이 있는 2분기에 더 많은 주식ㆍ채권 매각 대금이 서울 부동산에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추정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니나다를까 서울 15억원 이상 주택 매입 비용의 주식ㆍ채권 매각 대금 비중은 4월에는 13.5%까지 올라갔다.)
정부는 부동산에서 주식 시장으로 머니무브를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누차 언급한 바 있으나, 결국 코스피 급등에 따른 주식 수익은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어있다. 일상 생활의 기반을 이루는 의식주에서 주는 주(株)가 아니라 주(住)이기 때문이다. 그 경중이 다르다.
다음은 반도체.
작년부터 이야기해왔던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이 받게 될 거대한 성과급은 시간이 갈수록 그 존재를 과시할 것이다.
우선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7.8만명 중에서 메모리사업부 2.8만명은 6억원, 공통 조직 3만명은 5억원, 시스템LSIㆍ파운드리사업부 2만명은 1.6억원 가량의 성과급을 2027년 1월경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를 자사주 형태로 지급받게 되는데, 3분의 1만 즉시 매도가 가능하고,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년ㆍ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게다가 자사주를 받게 되면서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 되는데 회사가 세금을 먼저 떼는 원천징수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가령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2027년 1월에 6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받게 되는데, 이 중에 3분의 1인 2억원 상당의 자사주만 즉시 처분이 가능하나, 6억원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빼고 지급되기 때문에 2027년 1월에 처분 가능한 자사주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세후 3~4억 가량의 자사주는 2028년 1월과 2029년 1월에 처분이 가능한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026년 1월에 평균 1.4억(세전)의 성과급을 수령했을 때 80% 가량의 임직원이 세금 부담 경감을 위해 이 성과급 중 일부를 퇴직연금으로 돌렸는데, 이 흐름은 2027년 1월 지급받을 7억(세전) 성과급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이야기되는 반도체 직원발 부동산 급등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임직원들이 2027년 1월에 받게될 막대한 금액의 자사주 중에서 즉시 처분 가능한 자사주는 3분의 1 수준인데 이마저 거의 다 세금으로 내게 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2028년 1월과 2029년 1월에 처분 가능하게 제한이 풀리는 자사주는 세금을 이미 냈기 때문에 순수한 수령금이 된다. 그때 비로소 집값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유동성이 생기는 셈이다. 게다가 사람의 심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추후 막대한 세후 성과급을 수령받게 된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자연스레 소비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경기 용인의 신세계사우스시티점은 올해 1분기 럭셔리 주얼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3% 급증했고, 롯데백화점 동탄점 명품 매출도 +40% 늘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직장인 멤버십인 "클럽 프렌즈"도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직원이 가장 많은데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어디 그뿐인가.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무주택자에 한해 최대 5억원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지원받게 되었다. SK하이닉스 임직원들도 동일한 제도를 요구함에 따라 같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금리는 연 1.5% 수준으로 파격적이다. 게다가 해당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DSR 산정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상환기간이 10년으로 짧다는 말도 있으나 뭐가 대수인가. 매년 수억원의 성과급이 들어오는데.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해당 지역 부동산은 실거주해야만 매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의 부동산 매수 대상 지역도 그 범위를 좁히는 효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실거주해야만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통근 가능 지역의 부동산을 매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에서는 동남권, 경기에서도 동남권이 반도체 초호황의 수혜지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상급지의 오버슈팅을 깨부술 요소가 생기는 셈이다.
또 있다. 정부다.
지난 5월 12일, 이재명 대통령은 "긴축 재정이 곧 포퓰리즘"이라는 색다른 인식을 드러내면서 적극적인 확장 재정 기조를 주문했다. 긴축 재정을 포퓰리즘이라고 언급할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확장 재정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현시점이 반도체 초호황이라는 점이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로 볼 때, 두 회사가 낼 법인세가 작년 우리 나라 전체의 법인세 세입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뿐인가. 직원들이 내는 소득세와 증시 활황에 따른 증권거래세도 급증이 예상된다. 100조원 이상의 초과 세수 전망도 헛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초과 세수가 대통령이 언급한 "적극적 확장 재정" 기조와 만날 경우 시장에 뿌려질 유동성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물론 정부는 7월까지 마련될 세제개편안에서 강도높은 부동산 세제를 예고하고 있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 고가 1주택자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는 부동산 세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 말이다.
공급이 감소한다.
주식 시장 활황, 반도체 초호황, 정부 확장 재정의 세 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유동성이 급증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매물도 감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동산 하락을 과연 예상할 수 있겠는가.
막대한 세금 부과?
공급 감소 상황에서 보유세의 대폭적인 증세는 반드시 조세의 전가를 초래한다. 종부세가 도입된 노무현 정부와 종부세가 확대ㆍ강화된 문재인 정부 시기 모두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에 비해 월세가 급등한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물며 0~200이 범위이고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 부족이 심한 것으로 간주되는 전세수급지수가 서울 183, 경기 179, 6대 광역시 169, 지방 168일 정도로 공급 부족 상황에서 보유세의 대폭적인 증세는 전월세가의 폭등을 초래할 것이다.
나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고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이유를 누누히 언급해왔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25만표 차이로 이겼을 때 서울에서 윤석열 후보가 31만표 차이로 이긴 것이 이재명 후보에게 치명타로 돌아온 셈인데, 이는 중과세 부과로 서울 1주택자를 적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굉장히 유리한 선거 지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민주당이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민주당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20ㆍ30대 여성이 대구보다 서울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것은 예사롭지 않은 시그널이다. 전월세가의 상승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론해볼 수 있다.
그런데 전월세가 급등을 유발할 수 있는 보유세 인상을 2027년에 감행한다? 마침 총선이 2028년 4월에 있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 이탈을 초래할 수 있는 규제를 택하는 용기(?)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 다시, 양극화
이런 상황에서 또 눈여겨볼 만한 발언이 나왔다.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은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공의 비용"이라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이다.
경제가 나빠서 생긴 위기가 아니라 경제가 잘 나가서 생긴 과열이나 구조적 전환기라는 해석인데, 문제는 성공의 과실을 가져가는 주체와 성공의 비용을 치르는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고물가는 전체 소득에서 식비, 주거비 등 필수 생계비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에 큰 부담을 지어주며, 고금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그리고 취약 차주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 그리고 고환율이 수출 기업에는 유리하나, 수입 내지는 내수 기업에는 불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이 시사하는 바는 현 정부가 지금의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이 고소득층보다는 서민들에게 보다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은 요소들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서민들은 주식 급등, 반도체 초호황으로 얻을 수 있는 과실이 제한적인 반면, 고물가ㆍ고금리ㆍ고환율은 일상 생활에 곧바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이래나저래나 양극화가 다시 심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 같다. 소득도 자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