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10년. 딱 그 만큼만 살 수 있다면?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충실히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환기할 수 있게 해주는 책.
- 너나위님
지난 4월 내마 오프 3강 시작하기 전에, 너나위님이 영화 한 편을 소개해줬다. <남은 인생 10년>, 이 책이 원작이다. 쉴 때 '구해줘 월부' 그런거 말고 영확관에서 이런거 한 번 봤으면 한다셔서 곧장 영화관으로 갔었다. 러닝타임 2시간 4분 중에 2시간을 울다가 나왔던게 생각난다. (FFFJ)
이건 책으로 무조건 봐야겠다 싶어서 바로 YES24 주문을 넣었다. 이건 아끼고 아껴서 5월에 책 30권 읽을 때 맨 마지막 날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책장에 꽂아두었다. 그리고 5월, 라이브 월부스터디에서 너나위님이 책 한 권을 추천해주셨다.
책과 영화는 시한부를 선고 받은 주인공의 상황과 주변에 주요 인물만 같을 뿐, 내용과 스토리가 전혀 달랐다. 책을 읽으며 고마츠 나나 배우분의 얼굴이 떠오르겠구나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전개에 주인공 '마쓰리'가 새롭게 그려졌다. 다만 눈물이 난건 똑같았다.
'대체 어떻게 살아야 했던 거야...!'
"고마워"라는 말, "미안해"라는 말, "사랑해"라는 말을 후회없이 건내도 후회가 남는 게 내 인생이고 내 하루인거 같다.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지 배울 수 있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영화만 본 사람이라면 책을 추천하고 싶고, 책만 본 사람이라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책과 영화 둘 다 아직 보지 못했다면,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두고 둘 중 어느 것이든 바로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오늘은 누군가에겐 돌아올 수 없을 만큼 소중한 하루이기 때문이다.
남은 인생이 10년뿐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나요?
p11. 앞으로 10년밖에 살 수 없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느긋하게 지낼까? 아니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며 내달릴까? 살날이 10년밖에 안 남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가면, 이 순간 무엇을 할까?
p17. 아빠, 미안해. 성인식 날 후리소데 못 입게 돼서. 엄마, 미안해. 뭐 하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딸이라서. 언니, 미안해. 가끔은 다정하게 굴지 말라고 생각하는 쌀쌀맞은 동생이라서, 미안해. 제일 늦게 태어났으면서 제일 먼저 죽어서. 이제 8년 남았네.
p42. 즐겁다는 감정은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누구에게도 휩쓸리지 않는 거. 너무 간단해서 웃음이 났다. 웃음은 중요하다. 웃음은 꼭 필요하다. 즐겁다는 느낌이야말로 인생의 토대가 아닐까. 인생은 즐기는 사람이 이긴다.
p58. 예전에는 남들과 같아서 싫었는데, 지금은 남들과 같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 어차피 남들과 같을 수 없다면 강해지고 싶다. 남들과 다른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강해지고 싶다. 강해지고 싶다. 마음이 굳어버릴 정도로 강해지고 싶다.
p67. 병에 걸리기 전 나는 참 빛나 보였다. 추억 속의 나는 뭐든 할 수 있는 아이였던 것 같다. 실제로는 그저 겁쟁이였으면서. 언니와 비교 당하기 싫어서 반대 캐릭터를 연기하닥가 사람들 반응이 좋았던 캐릭터를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축제의 마쓰리가 되었다. 얌전한 언니와 정반대로 생긱발랄했다. 슬퍼도 웃었다. 속상해도 웃었다. 내게 남은 시간이 10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웃어넘겼다. 신에게는 거역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부러워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웃는 게 낫지 않을까.
p78. 죽는 건 두렵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나는 결국 죽음에 이를 테니까. 나는 죽는다. 그것만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까 안심하길.
p89.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위해 죽는 걸까. 왜 나였을까. 도망갈 길 없는 이곳은 좁은 우리 같다. 어디로 가든 결국에는 벽에 부딪히고 만다. 과거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미래도 바꾸지 못한다. 죽음이 두렵다. 그런데 사는 일도 두렵다. 내 인생을 내가 선택할 수가 없다.
p108. 미유키는 내 지뢰가 뭔지 모른다. 그래서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 사람인 척 연기하면 마음까지도 꾸며낼 수 있다. 편했다. 환자가 아닌 나는. 이대로 거짓이 진실이 되면 좋겠다고 아주 잠깐 신에게 빌었다.
p130. "사랑해." 때로는 누가 내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 말만 들어도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할 테니까. 여자에게 들어도 좋을 거 같다. "사랑해." 얼마나 기분 좋은 말인지. 그 한마디만으로 가슴이 따뜻하지는 것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말해볼까.
p161. 더는 가즈토와 만나지 않겠다.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눈을 감으면 또렷이 떠오른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불편하다. 미술실 추억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은데.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만나고 말았다.
p173. 항상 지금, 이 순간,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를 빈다. 매 순간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건 수많은 아픔과 그때 입은 상처로 깨달아 알지만, 그런데도 마음은 늘 개운하지가 않다. 모든 걸 가진 사람의 눈에는 뭐가 보일까. 내가 원하는 건 뭘까? 아, 시간인가. 제일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맨 먼저 떠올랐다. 동시에 가즈토의 웃는 얼굴도 함께. 목숨에 연연하지 말자. 죽음이 두려워지면 더는 웃지 못할 테니까.
p187. 즐거웠던 하루였는데... 마지막에 와서 나는 왜 울어야 하는 걸까. 인생은 즐기는 사람이 이긴다던데, 가즈토와 있으면 즐거움 뒤에 꼭 괴로움이 찾아온다. 즐거웠던 만큼 괴로움도 크다. 괴롭지만 그래도 또 보고 싶다. 분명 맨 먼저 없애버린 게 연애 감정이었는데. 제발 죽기 싫다는 마음이 들게 하지 말아줘.
p204. 대체 며칠 밤이나 누군가의 목소리에 매질을 당해야 하는 걸까. 못 견디게 보고 싶었다. 내가 좀 더 강하고 건강해서 계속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달려가서 무너질 듯 위태로운 너를 안아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데. 그렇지만 지금 내 두 손은 너무나도 미덥지 못하고 불안정해서 너를 안아줄 수도 없다. 나는 부족하다. 너에게는 너무 부족하다.
p222. 미안. 미안. 미안. 모두 미안해. 누구라도 책임지라며, 내팽개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원래 아무도 대신 책임져줄 수 없는 게 각자의 인생이잖아. 가즈토를 만나고 그걸 이해하게 됐어. 그래서 미안해. 미야의 손이 굉장히 거칠더라. 일하는 사람의 손이었어. 힘내, 미야. 가게가 번창하기를 지금은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 나오가 행복하기를, 사오리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랄게. 상처를 입히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어. 내가 너희 모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너희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p233. 생명이 사랑스럽고 시간이 애달파서 미칠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야말로 죽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여운 나 자신과 이별하는 일도 죽음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나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길걸. 나를 가장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좀 더 일찍 이런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p249. 가즈토가 좋다. 하지만 이걸로 끝은 아니다. 물론 끝낼 수는 있겠지만.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p261. 사랑하는 게 숨통이 막힐 듯 괴롭다. 무겁고 깊어서 푹 빠져버린다. 그때는 혼자 가라앉아야지. 가즈토에게 손을 뻗지 않도록 마음을 굳게 먹어야지. 이제 슬슬... 죽을 준비를 시작해야지.
p270. 내 소원에 '우리'는 없다. '부디 가즈토가 행복하게 해주세요.' 칠석날 아침, 상점가에 있던 조릿대에 그렇게 쓴 종이를 묶었다. 그게 내가 바라는 단 한 가지. 기도밖에 할 수 없는 내 소원이다.
p288. 한계였다. 계속 거짓말을 하기도 지쳤다. 그만 자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포기가 아니었다. 끝까지 완주하고 나서 오는 피로감이었다. 그렇기에 죽을 것 같이 피곤해도 만족스러웠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그만 잠들고 싶다.
p301. 죽음만이 유일한 안식이라 생각했던 나를, 네가 살게 해줬어. 그래서 나는 죽음이 무서워졌어. 죽는 게 무서워. 그렇기에 내가 지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더더욱 실감하게 됐고. 가즈토, 고마워.
p311. 죽을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내 마음이 모두 담긴 이 노트를 버리는 일뿐. 남은 시간 3년도 치열하게 살아보자. 가즈토가 내게 가르쳐주었으니까. 삶이 이토록 사랑스럽다는 사실을. 죽을 준비는 끝났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온 힘을 다해 살아보는 거다.
✅ 마인드
"고마워"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미안해" 동생한테 전화하기.
"사랑해" 비브라늄공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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