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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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인] 유리공 저글링을 잘하는 방법

 

ⓒPICRYL

 

 

2022년 10월 4일에 적었던

둘도 없는 소중한 글 옮겨봅니다

https://cafe.naver.com/wecando7/6737035

 

 

 

 

 

 

 

 

9월 1일 목요일 19시 30분
 

 

 

 


"엄마랑 28일에 데이트 안할래?"

 

 

 

 

 

출장 후 간만에 본가에서 저녁을 먹던 중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9월 28일에

휴가를 낼 수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다니고 있는 회사가 좀 자유로운 편이라

언제든 휴가를 낼 수는 있다만.

 

 

 

 


왜 굳이 28일이지? 평일인데?

심지어 월욜이나 금욜도 아닌 수욜인데??

항상 괜찮다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분이라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병원 아니면 법원이라고 ㅋㅋㅋ

 

 

 

 

 

여쭤보니 정답은 병원이었습니다.
몇년 전 자궁에서 근종이 발견됐었고
증상이 없는거라 나중에 떼면 된다했는데
시간이 흘러흘러 다가오는 28일이 바로 수술날
수술 당일에는 보호자가 필요해서 휴가를 내달라.

 

 

 

 

 

아버지는 거래처 일정으로 안되고.
동생은 소방관이라 빼기 힘들고.

그래도 간단한 수술이라는 말을 믿고

뭐 큰일이야 있겠어? 가라앉힌 다음

낼 출근해서 휴가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9월 2일 금요일 9시
 

 

 

 


회사에 출근한 저는 무너졌습니다

휴가 좀 쓰겠다고 부서에 말씀드리고

개인 달력 9월 28일에 표시하려는데
까만 4글자가 제 뒤통수를 쎄게 쳤습니다.

 

 

 

 

 

'엄마 생일'

 

 

 

 

 

바로 모친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생일날 병원이라니! 생일날 수술이라니!
케이크에 초 불붙여서 후~ 해야하는데!!

 

 

 

 

 

"생일 그거 뭐라고..? 아빠랑 포개면 되지!"

 

 

 

 

 

두 분의 생일은 단 보름 차이.
매년 듣는 '포갠다'는 말을 들었고
매년 하는 '그럴순 없다'는 말을 뱉었습니다.

그래도 뭐 간단한 수술이라 했으니깐

퇴원하는 날 케이크에 촛불 후~ 하기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9월 28일 오전 8시 30분
 

 

 

 


수술 D-DAY
엄마 수술 시작은 8시 50분...
어머니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습니다!!
워낙에 웃는 상인데다가 병원에서 근무하셔서

이정도 수술은 소풍이라고ㅋㅋㅋ

 

 

 

 

 

"푹 쉬고 올게 걱정마~"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나 봤던

수술실 앞 보호자 대기실.
엘리베이터만 7개인 큰 병원이라

어디가 우리 엄마 수술실인지.
 

 

 

 

 

'괜찮으시겠지?'
'큰 수술 아니랬으니까?'
'잘 버티고 있으시겠지?'

오조오억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시간도 그만큼 빠르게 흘러 갔습니다.

 

 

 

 

 

9월 28일 수요일 11시 10분
 

 

 

 


918호 병실은 간호사 세 분이 서 계셨고
그 사이로 보이는 어머니께선

곡소리를 내며 아파하셨습니다.

 

 

 

 

 

간호사께선 도대체 보호자분 어디 계셨냐고.
수술은 잘 끝났는데 혈압이 떨어지지 않아

어머니께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혈압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진통제를 한 대 더 놓아주시고는
10분마다 혈압 체크하러 온다며 병실을 나갔습니다.

저는 모친께 다가가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어머니의 대답은 글을 적는 지금도 생생합니다.

 

 

 

 

 

"선생님 머리가 너무 아파요. 살려주세요."

 

 

 

 

 

30년 키운 자기 자식도 못알아보고

힘겹게 숨을 내쉬며 아파하는 우리 엄마.
저는 어머니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도
수술하는 것도
그리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것도

함께하지 못한 못난 아들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15분마다 투약 가능한
무통주사 파란 버튼을 눌러주는 것뿐

 

 

 

 

 

꾹-

 

 

 

 

 

퉁퉁 부은 엄마 손을 꼭 잡았습니다.
엄마 손목에 환자 식별 팔찌에는
우리 엄마 이름 세글자와
혈액형 AB형 그리고 수술명

TLH: 복강경하 전자궁 적출술

 

 

 

 

 

"제발 죽을거 같애요."

 

 

 

 

 

꾹-

 

 

 

 

 

분명히 작은 혹 제거하는 수술이라셨는데
왜 나를 속였냐는 야속함 보다는
얼마나 아프실까
또 지난 몇년 간 얼마나 아프셨을까

 

 

 

 


왜 나는 몰랐을까 나밖에 몰랐으니까
아파서 울고 있는 어머니 옆에서

차마 눈물을 흘릴 순 없었습니다.
엄마 참 예뻤는데 언제 이렇게 늙었는지.

 

 

 

 

 

"한번만 살려주세요. 죽기 싫어요."

 

 

 

 

 

꾹-

 

 

 

 

 

몸 안에 마취가스가 빠져나가야해서

아픈 와중에 심호흡을 크게 하는 어머니
24시간 동안 물도 못마신다는데

입으로 숨쉬어서 얼마나 목이 마를까

 

 

 

 


간호사님은 혈압을 재러 오시고.
저는 혈압 몇이냐고 물어보고.
세상에서 제일 긴 15분을

몇 번이나 보냈을까요.

 

 

 

 

 

꾹-

 

꾹-

 

꾹-

 

 

 

 

 

어느덧 오후 5시를 훌쩍 넘긴 시간
어머니 혈압은 다행히 정상으로 내려왔고
의식도 되찾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보호자가 나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누가 병원 다니는 사람 아니랄까봐

무통주사 영어 이름도 다 아시고
링거 속도도 조절할 줄 안다고 웃으시는데
엄마 눈가에 주름이 저리도 깊었을까

피부과 좀 모시고 가야겠다 농담도 했습니다.

 

 

 

 

 

그리고 숨겨놓은 케익과 꽃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사랑하는 강여사님 생일 축하드려요!
엄마가 있어서 제가 있을 수 있었어요!

 

 

 

 

 

"큰 아들 덕분에 참 살만하네~"

 

 

 

 

 

케익은 아버지 조언대로 간호사실로 가져가

야간 준비하는 간호사분들께 드렸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마자

저는 하루종일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삶이라는 게임에서 다섯 개의 공을

저글링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 공은 각각 일, 가족, 건강, 친구, 정직이다.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것들을 모두

떨어뜨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저글링하고 있다.
건강, 친구, 정직, 특히 가족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그걸 떨어뜨리면 돌이킬 수 없이 흠이 나고,

이가 나가거나, 심지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원씽>, 게리 캘러

 

 

 

 


어머니의 큰 수술을 계기로
유리공과 보내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수많은 공들을 저글링하려면
.우선 공이 손에 닿아 있어야하고
위로 힘껏 던져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본 후
다시 알맞은 타이밍에 공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몇 가지, 나름대로의 결론을 지었습니다.

 

 

 

 


1. 유리공이 손에 닿아 있을 때
 

 

 

 


저글링을 마치고 내 손으로 돌아온 유리공
다친데는 없는지, 여전히 단단한지, 그리고 따뜻한지
3초만 시간내서 부모님 얼굴을 바라봅니다.
얼마나 늙었는지 잔소리도 해봅니다.

 

 

 

 

 

손가락, 손바닥으로 온전히 느껴보는 시간
또 어떻게 지냈는지 아니면

재밌는 일 없었는지 물어봅니다.
나를 재우던, 나를 부르던 목소리가

여전히 따뜻한지 귀 기울여 봅니다.

 

 

 

 


2. 유리공을 던져 손을 떠나 공중에 떠있을 때
 

 

 

 


팸데이를 후회없이 보냈다면

유리공을 힘껏 던집니다.
당신들께 그만큼 힘을 얻었고

또 언제든 힘을 받으러 갈 수 있다는

유리공처럼 단단한 확신이 있습니다.

더 힘껏 던질 수 있습니다.

 

 

 

 

 

유리공이 잘 올라가는지, 잘 내려오는지

괜히 전화 한 통 드려봅니다.

무슨 거창한 말을 해야할까 싶다가도
그냥 별거 아닌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세요? 밥먹었어요? 뭐먹었어요?

부모님 두 분 모두 마지막 멘트가

똑같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밥 잘 챙겨 먹고~"

 

 

 

 


3. 유리공을 알맞은 타이밍에 잡을 때
 

 

 

 


내가 원할 때 유리공을 잡아야 하고
유리공은 타이밍 맞춰 잡혀야 합니다.
가족 네 명이 모여 달력을 펼쳐서

다 함께 쉬는 날을 적어봤습니다.

 

 

 

 


모친은 병원에서 근무하셔서 월화수목금
부친 거래처 방문은 월수금, 나머지는 조절가능
동생은 소방관이라 3, 6, 9, 3 배수날은 근무
저는 양아치라 휴가를 자유롭게 낼 수 있습니다.

 

 

 

 

 

이걸 토대로 매월 팸데이를 정했습니다.
함께 근교에 드라이브를 가거나

아님 가까운 산에 등산을 가거나

하다 못해 대형마트에 따라가서

맛있는거를 사달라고 조릅니다.

 

 

 

 

 

 

 

 

 

 

어머니는 아주 빠르게 회복하셨고

지금은 빨리 동생따라 장가나 가라면서

주름 가득해도 아름다운 눈웃음으로

저의 하루와 투자를 응원해주십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어머니 사랑합니다❤️

 

 

 

 

 

제 경험이, 그리고 제 팸데이 법칙이

투자로 하루를 채우는 모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을 남겨주신 멤버에게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응원 댓글로 감사함을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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