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응원러야 생일때 뭐했어?
응원러: 생일 선물 사러 다녀왔어.
친구: 뭐 샀는데?
응원러: 서울 아파트 하나 사서 나한테 선물 했어.
친구: 오- 대박!!!!!!!!
그렇습니다. 올해 제 생일에 생애 처음으로 내집마련에 성공해 계약서를 쓰러 다녀왔습니다. 저는 지난해 4월 내마기를 시작으로 매수시점까지 6개의 앞마당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2024년 여름이 올때쯤 월부에서는 보고 있던건 다 날라갔다하는 한숨과 함께 아파트 값이 올라가는 분위기라 두번째, 세번째 앞마당을 만들면서도 투자 그 자체와 매수시기에 대한 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9월 정부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이 다시 차가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저의 거의 모든 자산은 미국 주식, 즉 달러로 있었는데 트럼프 재선 소식과 함께 미국 주식이 오르고 환율 또한 올라 제가 가진 투자금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제 첫집은 마치 핏이 찰떡같이 맞게 떨어져 입사한 첫 직장 같았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비교평가를 통해 꼽은 1등 단지들을 꾸준히 트랙하고 또한 새롭게 알게되는 앞마당의 단지들을 늘려가면서, 5개 정도의 단지의 매물털기를 하면서 매물임장전에 1,000만원 단위로 매매, 전세 호가와 여러개의 시나리오 (최상의 시나리오, 차선의 시나리노, 저환수원리에 맞는 시나리오, 투자 마지노선 등등) 조합들을 미리 엑셀로 정리하며 각각이 얼만큼의 네고가 필요한지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봤기 때문입니다.
제가 투자 한 단지에 대해서 알아 보고 있을때, 최저가인 덜 선호동 매물과 2천만원이 비싼 매물 2개가 있었습니다. 2천만원 비싼 매물을 보니, 꽤 선호동에 실내가 너무 깨끗하고 인테리어가 잘되어 있는 매물이었습니다. 공동중개였던 그 매물을 보고, 제가 예약했던 부사님께 미리 돌려놓았던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의 마지노선대로 3천만원을 깍아달라고 매도자분께 말해보길 부탁했었습니다. 그렇게 해야 그시기 서투기에서 제시했던 전고대비 -15% 저평가 기준도 맞아 들어가고 제투자금에도 맞았거든요. 부사님이 펄쩍 뛰시며 아니 아무리 세게 불러도 어떻게 비선호동보다 싸게, 호가에서 3천만원 깎아(심지어 최근실거래가보다도 2000이 싼가격) 말해보냐시며 절대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러면 제 투자금이랑 안맞아서 어렵겠네요. 라며 돌아셨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자꾸 그 매물이 생각이 나는거예요? 여태까지 알아봤던 단지중에 비교평가 1등이었고, 첫투자이니만큼 인테리어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덜벌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좋은 투자경험이 있어야 다음 투자가 가능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겠다 싶어, 며칠이 지나 물건지 사장님께 밤늦게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똑같이 3천만원 네고를 부탁드렸어요. 역시 물건지 사장님이라 그런지 그집 사정에 대해서 잘알고 계셨습니다. 알고보니, 그집은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자녀때문에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가능하면 빨리 팔고 싶어했으나 1달여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집을 보고도 성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두번씩 보러온 사람도 여럿 있어 매도의 희망고문도 당하고 계셨어요. 그리고 이사를 가는 아파트까지 이 물건지 부사님이 담당해서 같이 계약을 진행중이셨어요. 사장님은 자기가 3천만원 불러보고 나한테 다시 전화한다고 말한 다음에 선심쓰듯 500만원을 내어주는것 처럼해서 2500만원 네고를 해보겠다고 하셨어요. 결론적으로 매도인의 사정을 잘 알다보니, 매도인 설득에 성공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잘하는 부사님이 아주 중요한 전세를 1주일만에 신혼부부에게 빼주신 것도 정말 최고였습니다.
[매수시 잘한 점]
1. 첫번째 매물 털기를 한 단지에 마음이 뺏겼을때 시간을 두고 다시 단지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며 객관성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 매물털기하는 단지 수가 늘어나면서 각각의 비교하는 것과 동시에, 매물임장전에 매매가, 전세가의 조합 시나리오를 5개 이상 고려해 내가 얼만큼 네고가 필요한지, 투자가 가능한 마지노선은 얼만큼인지 등등에 대해서 엑셀에 써보았던게 큰 도움이 되었고, 실제 부사님과 대화중에도 한번 다시 꺼내보고 얘기하기가 쉬웠습니다.
3. 첫 부사님께 통하지 않았을때, 물건지 부사님께 다시 연락한 것 스스로 칭찬합니다.
4. 1호기를 하기도 전에 미리 1호기 후기의 일부를 써봤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일이 꼭 일어난 것처럼 스스로를 최면에 걸었던 것 같습니다.
[매수시 개선할 점]
1. 네고해서 최종 매수한 매물의 전고대비 마이너스 퍼센트보다, 매물 털기했던 단지중에 네고가 하나도 안되어도 전고대비 마이너스 퍼센트가 더 큰 매물이 있었습니다. 물론, 비교평가시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어서 둘다 가치가 있는 단지에 해당했으나, 결론적으로는 네고가 돼서 성취감 있게 2500만원이나 깎아서 사고 싶은 마음이 결정에 작용한 부분도 분명 있었습니다 (공동 1등 단지에 여러번 찾아가고 연락했음에도 나온 매물 중에 네고가 되는게 없어 맘이 좀 상하기도 했고요. <- 투자에 감정을 배재할 필요가 있다) 다음 투자에는 차가운 머리로 감정을 배재하고 네고 여부보다는 저평가에 좀더 가중을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2. 겨울안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매물임장의 큰 추진력이 되었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나를 조금 조급하게 한면도 있었습니다. 다음번엔 너무 센 데드라인은 정하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고민이 필요합니다.
3. 임장보고서를 쓸 때 고려했던 요소가 빙산의 일각이라면, 정작 가계약금을 보내고 나서 제가 알아본 것이 몇십배는 되는것 같았습니다. 이건 필시 가계약금을 보내기전에, 혹은 매물 털기를 하기 전에 했어야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다음번엔 더 신중한 조사가 선행된 후에 매물 털기를 해야겠습니다.
4. 전세빼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나 이번처럼 럭키비키가 아닐수도.
5. 인테리어에 대한 시간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할지, 더 많은 매물을 보아 상태가 좋으면서 다른 요소까지 좋은 최선의 매물을 찾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잔금시 잘한 점]
1. 현금성 자산을 미국 주식으로 갖고 있었고, 계약시와 잔금시 현금화 할때의 가격과 환율의 변동이 단기적으로 컸습니다. 그 점을 어느정도 예상하고, 예산의 여유 범퍼를 미리 계산해놨었기 때문에 무리 없이 잔금이 가능했습니다.
[잔금시 개선할 점]
1. 부동산 사장님이 소개해준 법무사 비용이 더 비쌌음에도, 부사님의 설득에 넘어갔었습니다. 다음번엔 내가 알아본 법무사를 좀 더 강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계약으로부터 7개월이 지나서 드는 생각]
탄핵, 규제 등에 의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서 계약을 한 1월보다 지금 8월에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내 아파트의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 오름세를 보니, 투자를 왜 해야하는지 알 것 같긴합니다. 언제나 이런 큰 요소들이 터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해두고 이정도의 오름세가 아니라도 길게 기다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근로소득으로 1년에 모을 수 있는 돈과 지금 7개월만에 올라버린 시세의 차이를 보고 있으면 기쁜 동시에 왠지 모를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수가 없습니다.
오프라인 강의 포함해서 일주일에 두세번씩 만나고, 그 더운 여름날 함께 걷고 또 걸은 실전준비반 동료들(새날처럼, 삶은일기, 김쟈, 현재의 의미, 쳇바퀴 탈출님) , 첫 서울기초반에서 도움을 많이 주신 율라 조장님, 그리고 12월에 성동구를 함께한 조원들, 1월 영등포구를 함께한 동료들(가고파요이제, 파스칼, 꿈이있는집, 미구, 이라온, 채봉봉, 고시그골덴), 그리고 투자의 기준을 알려주신 강사님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작년 10월 정말 월부를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호가를 보자니 아파트 값은 올라가기만하는 것 같았고, 내 투자금은 그대로, 내 월급도 그대론데 이 날씨 좋은 아까운 주말 시간을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변화가 있던 지난 몇달동안 단 한달의 본업 집중 기간만 갖고 12월에 다시 월부에 돌아온 제 자신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자, 이제 다시 투자금을 모아서 이 힘들고도 보람찬 투자의 여정을 계속 해 나가야겠지요? 2호기 후기때 만나요! 안녕!
댓글
원러님 생일 선물로 서울 아파트 멋집니다~~ 이 부동산 안되면 다른 부동산으로! 미리 여러 시나리오도 준비해봐야겠네요 ㅎㅎ 복기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