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매물 말고 아이와 작은 추억에 투자했습니다[민갱]

25.11.27

안녕하세요
민갱입니다.

 

오늘 오후 3시 30분,
저는 슬쩍 사무실을 빠져나왔습니다

.

“팀장님, 오늘… 그… 유치원 가족 메이커 수업이 있어서요.
3시 30분쯤에 먼저 나가봐도 괜찮을까요?

업무는 문제없도록 해놓겠습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말 걸 타이밍을 못 잡고,
커피 뽑으러 가는 길에 겨우 용기 내서 꺼낸 한 마디.

 

괜히 더 바쁘게 모니터 두 개 켜놓고,
키보드 소리 조금 더 세게 내면서
“나 일 열심히 하고 있죠?” 티도 살짝 내보다가
시간 맞춰서 후다닥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우리 아이와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유치원 가족 메이커 수업 날이었거든요.

 

유치원에 도착해서 교실 문을 열자마자
아이가 웃으면서 저를 향해 달려옵니다.

“아빠 왔다!”

앞치마를 질질 끌고 오면서 제 손을 잡아끄는데,
 

그 표정 하나만으로
“아,,, 오늘은 다 끝났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와 나란히 앉아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생크림을 짜고, 딸기를 올리면서
저는 머릿속 한 켠으로
“아… 지금쯤 단톡방에 뭐 올라온 거 없나…”
하는 생각이 살짝씩 스쳐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투자자로서 할 일이 있으니까요!


 

그때 아이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아빠, 나 오늘 케이크 만들고 할머니 집에 가는 거야?”

순간, 제 안의 옹졸한 투자자가 스윽 고개를 들었습니다.

‘어? 그러면 저녁에 잠깐 시간 나나?
그 시간에 강의 하나 듣고, 독서도 좀 하고’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자유시간 = 공부시간 = 투자 성과
이 공식이 돌아가는 동시에 슬쩍 물어봤습니다.

 

“할머니 집에 가고 싶어?”

아이 대답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아니. 오늘 아빠랑 집에 가고 싶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머릿속에 떠오르던 옹졸한 투자자는 한 번에 로그아웃됐습니다.

 


 

아이 재우고 급하게 해야하는 일들 해놓고

글을 쓰고 있는데요.

 

주변에서 계신 동료분들을 보면
다들 너무 잘하고, 너무 빨리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는 육아·회사·집안일 사이에서 우당탕거리다가
시장 한 번 제대로 못 본 날도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유치원 교실에서,
그리고 집 거실 바닥에서 느꼈습니다.

“투자도, 육아도, 회사도
다 한 번에 완벽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신 ‘무엇을 우선으로 챙길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우당탕탕한 투자자들일 뿐이라는 것을요.

 

어떤 날은 임장과 공부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어떤 날은 아이 한 사람의 표정에 더 크게 투자하는 날도 있어야
전체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잡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워킹대디·워킹맘 투자자 분들,
요즘 유난히 나만 뒤처지는 것 같으신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다만 각자의 속도로
우당탕탕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제 수익은
3시 30분에 조퇴해서
아이와 케이크 만들고, 같이 집에 온 아빠”라는 기억 하나였습니다.

이 정도면, 꽤 쓸 만한 수익률 아닌가요?

 

여러분의 오늘 선택은 무엇이었나요?
혹시 마음 한구석에 “이건 잘했다” 싶은 선택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보시는건 어떨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포도링11
25.11.28 00:44

ㅠㅠ 감동 아빠랑 가고싶어라니 ㅠㅠ 오늘도 진짜 너무너무너무 성과가득한 하루였네요 고생하셨어요 갱님

잠토
25.11.28 07:52

투자도 가족도 잘 챙기는 민갱님!!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겠네요💓

리얼자슈
25.11.28 08:19

최고입니다 뭉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