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폴더 깊숙한 곳에 있던 낡은 파일을 열어보았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6년, 가슴 벅찬 기대감으로 채워 넣었던 나의 비전보드다.
30대 후반 처음으로 작성해본 나의 비전보드.
나의 인생의 목표,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10년/5년 계획, 그리고 월간/시간 계획까지..
나의 10년 후의 모습이 정말이지 잘 상상이 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실제로 현재 형편에서 계산해보면서 이루고 싶었던 재정적 목표, 더 나아가 인생 목표까지 거의 일주일을 고민 고민하며 만들었다.
그 당시의 나보다 훨씬 아니 과연 이룰 수는 있을까 하는 거대해 보이는 목표를 한 줄 한 줄 적으면서 말이다.



지난 10년은 이 화려한 목표들을 현실로 바꾸어가는 치열한 분투기였다. 물론 매 순간이 찬란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목표가 너무 멀어 보여 주저앉았고, 어떤 날은 번아웃에 빠져 나를 내려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내가 이 비전보드를 끝내 버리지 않고, 결국 내 삶으로 증명해 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비결은 따로 있었다.
오늘은 원대한 목표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고 번아웃에 빠진 이들에게, 지난 10년간 내가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현실적인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비전보드에 적어 내려간 10년 뒤의 재정적 목표나 인생의 지향점은 때로 나의 숨을 막히게 했던 거 같다.
목표가 지금의 내 형편보다 너무 비대하면, 목표가 설레임이 아닌 '스트레스'가 되어 아예 시작조차 미루게 되는 게 사람이다.
그래서, 과연 이룰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마다, 나는 원대한 계획표를 잠시 접어두었다. 그리고 오늘 당장 1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행동으로 목표를 조각냈다.
자산가가 되는 거창한 계획 대신 '오늘 가계부 한 줄 쓰기', 거창한 부동산 공부를 고민하는 대신 '오늘 관련 칼럼 한 페이지 읽고 요약하기' 처럼 실패하기가 더 어려운 수준으로 행동을 낮춘 것이다.
지쳤을 때 필요한 것은 대단한 열정이 아니다. 작은 성취감을 통해 '그래도 오늘 무언가 해냈다'는 아주 미미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 먼저다.
10년이라는 긴 레이스에서 가장 지치는 순간은 '노력에 비해 아웃풋이 바로 보이지 않을 때'였던 거 같다. 현실을 계산해가며 애써 계획을 세웠는데도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쉽게 주저앉게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럴 때 필요한 브레이크는 결과를 통제하려는 과한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성과가 당장 제로(0)인 날이어도,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내 삶의 루틴과 환경'에만 집중했다. 내가 오늘 정해진 시간에 책상에 앉았는지, 내 삶을 갉아먹는 나쁜 습관을 오늘 하루 잘 참아냈는지처럼, 나만의 루틴을 지켜낸 것 자체에 점수를 주었다.
결과는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지만, 오늘 하루 내 삶의 구조를 어떻게 짜놓을지는 100% 내 의지에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이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 내가 할 일을 했다면 하루를 충실하게 산 나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주면 좋겠다.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엔진은 결국 과열되어 고장 나기 마련이다.
슬럼프가 찾아왔다는 것은 그동안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이 에너지를 아낌없이 썼다는 아주 기특한 신호라고 생각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나는 치열했던 지난 10년 동안, 일주일에 하루 혹은 한 달에 이틀 정도는 비전보드고 미래 계획이고 전부 다 덮어버리는 완벽한 '오프(Off) 데이'를 의도적으로 가졌다.
미래에 대한 부담감은 내려놓고,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의 현실에만 머물며 푹 자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며 나를 돌보았다.
사실 난 멍 때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멍한 상태로 창문 너머 풍경을 보며 이런 저런 상황이라면 어떨까? 하며 상상을 하며 혼자 피식 웃으며 말이다.
그렇게 에너지를 완충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나의 계획들이 다시 나를 설레게 만들고, 앞으로 나아갈 가속 페달을 밟을 힘을 주었다.
나는 딸 아이를 한 명 키우고 있는 엄마이다.
나의 꿈을 향해, 나의 인생 목표를 향해 아이 5살부터 달려왔었고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다.
10년 전 한창 말 배우느라 바쁜 5살의 딸 아이는, 이제 열을 올리며 나에게 한창 말대꾸 하느라 바쁜 딸로 바뀌었다. 딸 아이 방은 이미 올리브영 지점이고, 딸 아이는 올리브영 지점장이다. 하하하.
낮에는 회사에서, 밤에는 나의 꿈을 향해 임장으로 시간을 보내다보니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아이가 어떻게 커가는지 들여다 보고 돌볼 시간이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여느 엄마처럼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내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 물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너를 위해서 엄마의, 또는 우리 가족의 목표를 포기했어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아이를 핑계 삼아 나의 힘든 상황에서 회피하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인생을 사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부딛히고 그 시간을 딛고 일어나야 할텐데, 그 방법을 책이 아닌 가까이 있는 엄마가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못했었는데, 너는 이렇게 해봐” 가 아닌, “엄마가 해보니깐, 이렇게 해보니 되더라. 그러니 너도 할 수 있어!” 이렇게 말이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엄마!
그 마음을 다짐하며, 비전보드에 적은 나의 꿈을 향해 달려갔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살았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 내가 원하는 은퇴를 하여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지금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의 꿈 뿐만 아니라 아이의 꿈도 응원하며 함께 나아가고 있다.
화려한 목표와 현실의 격차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거나 지치셨나요?
"내가 정말 이걸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시나요?
지금 지쳤다는 건 멈춘 게 아니라, 다음 단계를 위해 숨을 고르는 중일 뿐입니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더라도, 비전보드를 완전히 접어버리지 않고 곁에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이미 나아가고 있는 중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믿고, 아주 작은 한 걸음만이라도 떼어보시며 여러분의 긴 여정을 즐기시기를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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