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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8% 빠진 날, 나는 아이랑 밥을 먹었습니다

22시간 전

며칠 전, 시장이 무너졌어.

오후 두 시쯤.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는 속보가 떴지. 코스피가 장중 8% 넘게 빠졌어.

빨간 화면. 멈춰버린 거래. 비명 같은 글들.

나는 그 화면을 잠깐 보다가, 휴대폰을 뒤집어 놨어. 

 

그날 뉴스를 보다가, 한 대목에 눈이 멈췄어.

그 하락을 더 세게 만든 게. '단일종목 레버리지'였다는 거야.

한 종목에. 빚을 얹고. 몇 배로 태운 돈들.

그게 떨어질 때 서로를 잡아끌면서. 시장 전체를 더 빠르게 끌어내렸다는 거지.

빨리 벌려던 돈들이. 빨리 잃는 쪽으로.

 

솔직히 말할게.

나도 그 마음을 알아.

"이번엔 확실해." "딱 한 종목만." "3배로 태우면 금방 두 배야."

한 번쯤은 다들 생각해봤을 거야.

처음 투자할 때, 나도 조급했어. 옆 사람은 벌써 저만치 가 있는 것 같고. 꾸준히 모으는 내가 답답하고. 빨리, 더 빨리 가고 싶었어.

그 마음, 나도 알아.

 

근데 레버리지는 양날의 칼이야.

올라갈 때 몇 배로 벌면. 내려갈 때도 몇 배로 잃어.

시장이 8% 빠지는 날. 그 계좌는 8%가 아니야. 24%, 30%.

 

그리고 그다음이 진짜 무서워. 반대매매.

내 의지랑 상관없이. 시스템이 알아서 팔아버려. 제일 싼 값에. 손 쓸 틈도 없이.

벌었던 걸 다 토해내고. 원금까지 갉아먹고.

 

 

빨리 벌려던 마음이, 결국 제일 빨리 잃게 만들어

 

여기서 하나만 짚고 갈게. 왜 하필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그렇게 위험한지.

투자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건 딱 두 가지야. 분산, 그리고 시간.

여러 곳에 나눠 담아서, 하나가 흔들려도 버티는 것. 길게 들고 가서, 시장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

 

근데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이 두 개를 다 없애버려.

한 종목에 몰아넣으니 분산이 없고. 반대매매가 시간을 안 줘.

 

 

안전벨트를 다 풀고, 액셀을 끝까지 밟는 거야

 

나는 10년째 투자하고 있어.

지방 중소도시, 작은 아파트 한 채로 시작했어. 화려하지 않았어. 느렸어.

미국 지수 ETF도 그냥 꾸준히 사 모으는 게 다야. 남들이 보면 지루하다고 할 거야.

근데 나는 그 지루함이 좋아.

투자는 빨리 가는 게임이 아니라, 오래 남는 게임이거든.

 

10년을 버텨보면 알아. 계좌를 안 봐도 되는 삶이 얼마나 편한지.

내 닉네임이 왜 한가해보이야? 

그리고 내 닉네임과 같은 삶을 살아.

자산이 알아서 일하니까. 내가 화면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그날 저녁.

나는 아이랑 밥을 먹었어. 오늘 뭐 하고 놀았는지 들으면서.

시장은 8% 빠졌지만. 우리 집 저녁 식탁은 그대로였어.

나는 그러려고 투자하는 거야. 숫자에 매달리려고가 아니라. 숫자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늘 나를 화면 앞에 묶어놔.

 

혹시 지금.

그 유혹 앞에 서 있다면. "딱 한 번만" 하고 마음이 흔들린다면.

딱 하나만 물어봐 줘. 이게 나를 자유롭게 하는 선택인지. 아니면 나를 화면에 더 단단히 묶는 선택인지.

 

느려도 괜찮아. 지루해도 괜찮아.

천천히 가는 사람이. 결국 제일 오래 남으니까.

우리, 오래 남자. 끝까지 같이 가자.

 


댓글

여우라이프
4시간 전N

감사합니다. 유리공이 제 맘과 같지 않아, 결국 국장으로 60%가 빠졌습니다. 제맘같지 않은 유리공 어떻게 설득해야할지 참 힘들었는데, 결국 잃고 나니 깨닫게 되더라구여. 전혀 피지 않던 담배까지 생각나고 아!! 이래서 사람들이 주식으로 힘들면 나쁜 생각도 하는구나 ~ 했습니다. 보이님♡♡ 저도 단단해 질 수 있겠지요? 반백살 먹었는데도 아직도 멘탈이 나가서 지난주 흔들렸습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프로그래스
22시간 전

오래. 끝까지. 감사합니다

소유셋
22시간 전

천천히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마음관리 늘 훈련하겠습니다 항상 힘이 되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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