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겁니다.
"선생님, 코치님, 이거 지금이라도 팔까요?"
질문은 매도에 관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매도가 아니라 매수를 떠올립니다.
지금 팔지 말지 저에게 묻고 계시다는 건, 살 때도 본인 기준으로 사지 않으셨다는 뜻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살 때 남에게 물었으니, 팔 때도 남에게 묻게 되는 거죠.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왜 손절을 못 하는지, 그리고 그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인 이유에 대해서요.
물려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빠진 자산을 들여다보는 게 점점 괴로워지면, 어느 순간부터 안 봅니다.
그런데 안 본다고 정리한 건 아닙니다.
그냥 계좌 한구석에, 등기 한 장으로, 마음 한쪽에 그대로 둡니다.
왜 그럴까요.
팔지 않는 한, 손해가 확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들고 있는 동안은 아직 "가능성"입니다.
언젠가 오를 수도 있고, 시간이 해결해줄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파는 순간, 그 믿음이 끝납니다.
"내가 틀렸다"가 도장처럼 찍힙니다.
그 도장이 무서운 겁니다.
그래서 못 파는 건 게으름도, 망각도 아닙니다.
확정을 미루고 싶은 마음입니다.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두려움이 만든 소망인 셈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못 파는 자산을 가만히 보면, 살 때부터 내 판단이 아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누가 좋다더라, 어디가 오른다더라. 그 한마디로 들어간 겁니다.
왜 우리는 큰돈을 남의 말 한마디로 움직일까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내 판단의 결과를 내가 책임지기 싫어서입니다.
남이 권한 거면, 잘못돼도 변명할 자리가 생깁니다.
그 사람이 잘못 알려준 게 되니까요.
그런데 여기엔 잘 안 보이는 대가가 하나 더 있습니다.
남의 판단으로 산 자산은, 잘돼도 내 실력이 되지 않습니다.
운이 좋았거나, 그 사람이 잘 봐준 게 됩니다.
그러니 다음 투자 때도 또 남에게 물어야 합니다.
주체가 늘 내 바깥에 머무는 거죠.
저도 처음부터 기준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외벌이로 버티던 시절, 작은 종잣돈을 들고 지방에서 첫 투자를 시작했을 때 저 역시 "어디가 좋다"는 말에 귀가 얇았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물건은 오를 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내가 왜 샀는지 한 줄로 설명하지 못하니, 작은 흔들림에도 매번 누군가에게 "이거 괜찮은 거 맞죠?"를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기준 없이 산 자산은, 평생 남에게 안부를 묻게 한다는 걸요.
10년을 투자해오며 정착한 원칙이 있습니다.
자산을 들일 때 네 가지를 봅니다.
저평가·환금성·수익성·원금보존, 줄여서 저환수원리입니다.
오늘 주제와 가장 맞닿는 건 환금성과 원금보존입니다.
환금성은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는가"입니다.
이게 부동산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주식이야 마음먹으면 정리라도 됩니다.
그런데 부동산은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팔고 싶어도 못 팝니다.
"기다리면 오르겠지"의 함정이, 환금성이 낮은 자산에서는 훨씬 더 깊고 길게 갑니다.
그래서 저는 살 때부터 묻습니다.
이 물건은 내가 떠나고 싶을 때, 받아줄 사람이 있는 자리인가.
원금보존은 "최악의 경우 얼마나 잃는가"입니다.
살 때 최악을 한 번 그려두면, 애초에 감당 못 할 자산은 손이 안 갑니다.
살 때 바닥을 그려본 사람은, 빠질 때 길게 헤매지 않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손절 기준은 팔 때 정하는 게 아니라, 살 때 미리 적어두는 겁니다.
"여기까지 어긋나면 내 가설이 틀린 것이고, 그러면 정리한다."
이 한 줄을 매수 전에 적어두면, 막연하게 끌고 가는 시간이 확 줄어듭니다.
매도가 감정이 아니라 약속이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단어 하나를 바꿔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매도를 "포기"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못 합니다.
내가 포기한 사람, 내가 못 버틴 사람이 되는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포기와 결정은 다릅니다.
포기는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것이고, 결정은 내가 골라서 끝내는 겁니다.
손절은 포기가 아닙니다.
"더 이상 이 자리에 머물지 않겠다"는 결정입니다.
같은 매도라도, 떠밀려서 하면 후회와 자책만 남고, 내 기준으로 하면 다음 투자의 자산이 됩니다.
남의 말로 산 것은 결국 남의 말로 팔게 되고, 내 기준으로 산 것은 끝까지 내 손으로 팔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들여다보기 괴로워서 안 보고 있는 자산이 있으신가요.
그 자산을 처음 살 때, "여기까지면 정리한다"는 기준을 적어두셨나요.
적어두지 않으셨다면,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종이에 한 줄 적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투자가 빠르게 굴러가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가하게, 내 기준으로 천천히 정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사고파는 모든 순간을 남에게 묻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게 결국 우리가 자산으로 얻고 싶은 자유 아닐까요.
그 자유는,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 적어둔 한 줄에서 시작됩니다.

댓글
너무 와닿는 말씀입니다. 남의 판단으로 내 기준없이 산 자산은 평생 남한테 물어야한다는게.. 주식을 남의 말로 매수했어도 지금 팔아야할지 하락 하면 더 사야하는지 버텨야하는지 결국 수익이나든 마이너스가 나든 물어봐야하는 건데, 어쩌면 그게 편하니까 책임 지기싫어서- 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손절은 포기가 아닌 결정이다. 어떤 자산을 사기 전 항상 내 의지로 내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결정하고 매수 매도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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