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보러 다니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옵니다.
A 단지도 괜찮고, B 단지도 괜찮습니다. 가격 차이는 5000만 원입니다. 뭘 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부동산 사장님은 둘 다 좋다고 합니다. 커뮤니티에 물어보면 의견이 엇갈립니다.
결국 느낌으로 삽니다.
“왠지 여기가 더 오를 것 같아서.”
그런데 수억 원짜리 결정을 느낌으로 해도 될까요?
좋은 아파트는 느낌이 아니라 기준으로 고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안녕하세요,
매 순간 진심을 담고 싶은 진담입니다.
오늘은 더 좋은 아파트를 고르는 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건 결국 하나입니다.
이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 질문에 답변이 되시면 더 좋은 아파트를 고르실 수 있습니다. (더 좋다는 건 장기적으로 더 가격이 많이 비싸질 수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여의도 구축 아파트가 분양당시 2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30억인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집에 살고 싶다는 것은 수요라는 조금 어려운 말로 풀어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요를 만드는 요소가 세 가지입니다.
교통, 상권, 단지.
이 세 가지를 비교하면 어느 아파트가 더 오래, 더 많이 오를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부동산에서 기본적인 수요를 가늠하고 더 좋은 아파트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교통을 볼 때 핵심 질문은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돈 벌고 먹고 살아야 할 곳까지 얼마나 빨리 가는가.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지하철로 20분 차이가 나는 두 단지를 비교할 때, 그 20분을 숫자로만 보면 안 됩니다. 몸으로 느껴봐야 합니다.
참고로 서울수도권에서는 “강남권 >> 도심권 > 여의도 > 판교 > 마곡 > 구디/가디 > DMC” 순으로 주요 일자리가 몰려 있습니다. 가장 일자리가 큰 강남권을 빨리가면서 다른 업무지구도 보조적으로 빨리 갈 수 있다면 그 아파트는 가치가 있습니다.
[교통 판단 기준]
제가 위와 같은 기준을 드리긴 했지만, 이건 숫자로 접근하시는 것보다는 출근하는 직장인의 심리에 들어가시는 게 더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출근 시간 지하철 안을 상상해보세요. 이미 지쳐있는 상태로 20분을 더 서서 갑니다. 퇴근 때는 더합니다. 저녁 8시, 하루 종일 일하고 나서 집까지 20분이 더 걸린다는 것. 이게 매일 반복되면 그 피로가 쌓입니다. 그 피로를 피하고 싶어서 사람들은 교통이 좋은 곳으로 모일거에요.
두 단지를 비교할 때 실제로 출퇴근 시간에 타보세요. 숫자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불편함으로 비교하면 판단이 선명해집니다.
상권을 보는 기준이 있습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밤 8시 이후에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인지입니다.
낮에만 안전해서는 안 됩니다. 유흥 상권이 많은 곳은 밤에 아이를 혼자 내보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카페, 서점, 마트 중심의 상권은 밤에도 아이가 다닐 수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3040 가정이 가장 선호하는 환경이 이겁니다. 이 수요가 탄탄한 상권이 있는 단지는 실거주 선호도가 높고, 선호도가 높으면 가격이 유지됩니다. 직접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걸어보세요. 같은 상권도 시간대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단지를 볼 때는 2가지를 봅니다.
첫번째는 연식 입니다. 다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신축일수록 피트니스, 독서실, 게스트하우스 같은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다만, 아주 신축이 아니더라도 “구축 사이에서 연식이 좋은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90년대, 00년대, 10년대 모두 건축 공법이 다르고 비교적 연식이 짧을수록 현대 사람들의 니즈가 잘 반영되어 있고 관리가 쉽습니다.
두번째는 동 간 간격 및 단지 상태 입니다. 앞 동에서 뒷 동 거실이 훤히 보이는 단지와, 동 사이에 여유 공간이 있는 단지는 사는 느낌이 다릅니다. 간격이 넓을수록 채광이 좋고, 사생활이 보장되고, 단지 안을 걷는 게 쾌적합니다. 그리고 보도 블럭이 깨져있지 않은지, 분리수거장 관리는 잘 되어 있는지도 거주민 입장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여기까지 설명을 드리면 연식을 먼저보시거나, 상권을 먼저보시거나 등의 판단을 하실 때 가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는 곳이고 그 사람의 선택 심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밥벌이가 편하게 되느냐’입니다.
아무리 상권, 연식이 좋다고 하더라도 교통의 가치를 제외한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하시면 아쉬운 선택을 하실수도 있습니다. 아래의 예시를 보시면 12평인 빨간색(잠실) 아파트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파란색 광교라고 하는 경기 남부권 핵심생활권 34평 신축 아파트 가격을 따라잡는 모습을 보입니다.

위 3가지 순서로 판단해보시면 가치에 대한 해석이 되실 겁니다.
그리고 가치에 대한 해석이 곧 수요의 크기입니다.
비교평가는 왜 해야할까요?
여러분은 연평균 수익률 20% 이상을 기대하고 싶으세요? 아니면 천천히 가더라도 10%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싶으세요? 사람의 성향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동산으로 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같은 돈으로 최선인지” 판단하는 비교평가가 중요합니다.
마트에서 똑같은 콩나물이 하나는 3천원이고 하나는 1만원이라면 3천원짜리를 사는 것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비교평가를 위해서 콩나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콩나물 브랜드가 여러개인 것을 파악한 것처럼 “가치를 알고 있는 후보가 여러개가 있고 그것을 비교만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아파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거의 필연일 겁니다.
이 비교평가는 머릿속으로만 하지 말고, 직접 줄글로 써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써보세요.

이렇게 나란히 써놓으면 어느 쪽이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인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써보니 A단지는 교통 외 강점이 뚜렷해보이고, B단지의 경우 교통만 앞서고 주변 환경이나 연식이 모두 아쉬운 편입니다. 위의 항목을 정리한 것과 완전히 같은 예시는 아니지만 제가 비슷한 단지를 갖고 와봤습니다.
그리고 실제 가격흐름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아니 진담님! 교통을 먼저보라면서요! 교통이 더 좋은 B단지 가격 흐름이 더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라고 하실 수 있는 그래프가 보입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포인트는 반드시 두 매물을 직접 가보시라는 것입니다.
비교는 현장에서 완성됩니다. 지도에서 보이는 것과 직접 걷고 탔을 때 느껴지는 것은 다릅니다. 두 곳을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돌아보면 차이가 몸으로 느껴집니다.
실제로 A단지: 영등포구 신길동 의 경우 아래의 이미지처럼 굉장히 쾌적하고 살기 좋은 신축들이 몰려 있습니다. 실제로 임장을 해보시면 “와 여기는 한번 환승을 하더라도 너무 살기 좋겠는데?” 라는 감정이 들고 부동산 사장님들도 ‘이 아파트는 여기저기서 넘어오는 단지야’ 하실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실제로 가보시는 과정이 입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입니다.

비교까지 했으면 결론을 내려야 합니다. 완벽한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지금 가진 정보로 일단 판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후에 계속 검증해가는 겁니다.
내가 고른 단지와, 고르지 않은 단지를 모두 엑셀에 적어두세요. 매월 실거래가를 업데이트합니다. 6개월, 1년이 지나면 내가 비교한 기준이 맞았는지 틀렸는지가 보입니다. 맞았으면 왜 맞았는지, 틀렸으면 어디서 판단이 어긋났는지를 복기합니다. 이게 쌓이면 실력이 됩니다.
질문할 기회가 생겼을 때 꼭 내 비교 결과를 가지고 가보세요. 아무것도 없이 "어디가 좋아요?"라고 묻는 것과, 내가 비교한 내용을 들고 가서 "제 판단이 맞는지 봐주세요"라고 묻는 것은 얻어오는 인사이트의 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투자 실력은 두 가지에서 나옵니다. 얼마나 많은 후보를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 후보들에 대한 가치 판단(위의 비교평가 프로세스)을 많이 쌓아왔는가
부동산으로 한정해서 말씀드리면 한 지역만 오래 보는 것보다, 여러 지역을 비교해본 사람이 더 빠르게 판단합니다. 관심 지역을 하나씩 늘려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비교해보세요. 교통, 상권, 단지.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여러 지역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시장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1년 뒤를 상상해보세요.
A와 B를 느낌으로 골랐던 사람과, 교통·상권·단지를 직접 비교하고 모의투자까지 기록해온 사람. 같은 1년인데 보이는 시장이 다릅니다.
기준이 생기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저 동네가 더 오른다더라"는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비교한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근거가 결정적인 순간에 후회 없는 선택을 만들어줍니다.
이 글이 와닿으셨다면 아래 3가지를 꼭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지금 관심 있는 두 단지를 골라 교통·상권·단지를 줄글로 써보세요.
둘째, 이번 주말 두 단지를 같은 날 직접 가보세요.
셋째, 엑셀 하나 만들어두세요.
집을 매수하기에 난이도가 높은 시기는 있었지만, 매수하기에 나쁘지 않았던 시기는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부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글 속 프로세스를 잘 정리하시어 보다 나은 아파트를 고르는 데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