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어제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았는데 뭘 해냈는지는 모르겠는 날.
소파에 앉으면 그대로 다시 눈을 감고 싶어진다.
나는 요즘 새벽마다 뛴다.
집에서 출발해서 한강까지.
거기서 강을 한 번 보고 다시 돌아온다.
대단한 운동은 아니다. 그냥 뛰는 거다.

처음엔 욕심을 냈다.
앞에서 뛰는 사람이 보이면 따라잡고 싶었다.
속도를 올렸다.
그러면 어김없이 반환점도 못 가서 걸었다.
숨은 차고 다리는 무겁고 기분은 더 나빠졌다.
빨리 뛰었는데 멀리 못 갔다.
어느 날부터 남을 안 보기 시작했다.
내 숨소리만 들었다.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 답답할 만큼 느린 속도.
그런데 이상하지.
그 속도로 뛰니까 한강까지 갔다가 집까지 돌아와졌다.
느리게 뛰었는데 멀리 갔다.
투자도 똑같더라.
옆 사람이 먼저 사면 따라잡고 싶어진다.
시장이 빨라지면 내 마음도 빨라진다.
그런데 10년을 해보니 알겠다.
시장이 급할수록 내 기준은 천천히 가야 한다는 걸.
남의 속도는 내 페이스가 아니다.
내 숨소리에 맞는 투자만이 반환점을 지나 끝까지 간다.
사람들이 나한테 한가해 보인다고 한다.
맞다. 나는 오늘도 한가하게 뛴다.
성내천을 지나 한강을 보고 다시 집으로.
빨리 뛰는 사람은 많다.
근데 결국 도착하는 건 자기 페이스로 뛰는 사람이다.
당신도 당신의 속도로 가면 된다.
내일 새벽, 느리게 한 바퀴 어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