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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이, 자음과모음

"집주인이 등장하자마자 예비 세입자들이 앞다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줬어요.
14팀이나 줄을 섰다고 하니 집 상태 확인은 엄두도 못 냈죠."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알아보던 34세 A씨가 최근 겪은 일입니다.
6팀이 한날한시에 몰려 집을 봐야 했고, 그 자리에서 집주인 면접까지 치렀습니다.
"출산 계획이 있어도 안 낳겠다고 말하라"는 당부까지 들었지만, 결국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 불과 3년 전에는 정반대였습니다.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1년 이래 가장 비쌌습니다.
특히 중저가 단지가 많은 외곽 지역의 전세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조만간 보유세를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이 발표될 거라는 전망까지 겹치면서,
세입자들의 조급함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2023년 초, 전세 시장은 지금과 정반대였습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 수요가 급감하고 매물은 쌓여만 갔습니다.
보증금을 지키려는 세입자들은 오히려 집주인을 깐깐하게 골랐습니다.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재산세 납부 영수증, 재직증명서,
심지어 범죄이력조회증명서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왔습니다.
"집주인인데 면접 준비해야 하나"라는 웃지 못할 하소연이 나올 정도로, 그때는 집주인이 을이었습니다.
불과 3년 사이 완전히 뒤집힌 이 상황은, 전세 시장에서 누가 '갑'인지가 고정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매물이 쌓이면 세입자가 고르고, 매물이 마르면 집주인이 고릅니다.
공급이 충분한 시장에서의 부동산세 인상은 전월세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지금은 직결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의 전세 갑을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젠가 공급이 풀리거나 수요가 꺾이면 다시 뒤바뀔 수 있는, 고정되지 않은 흐름이라는 뜻입니다.
2023년의 매물 과잉과 지금의 매물 품귀 사이에는, 그사이 벌어진 몇 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최근 1년 새 크게 줄었고,
2022~2023년 고금리, 고공사비로 위축됐던 착공이 뒤늦게 준공 감소로 이어지는 시차가 겹쳤습니다.
매수 여력은 살아나는데 정작 입주할 새 집은 줄어드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 품귀로 이어진 것입니다.
결국 금리라는 수요 측 변수와 준공 물량이라는 공급 측 변수가 동시에 방향을 바꾸면서,
3년 만에 갑을 관계 자체가 뒤집힌 셈입니다.
어제 발표된 세제 개편으로 임대차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와 비거주1주택자의 실거주 전환이 더 빠르게 일어나 전월세 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전세 시장이 이렇게 불안정하고, 2년마다 이런 상황을 다시 경험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내 집 마련이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볼 시점일 수 있습니다.
전세는 결국 임시 거처입니다.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들어가도 2년, 4년 뒤에는 다시 이 불안정한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감당 가능한 대출 규모인지, 지금 자금 계획이 몇 년 뒤에도 버틸 수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 조건이 갖춰진 분이라면, 전세난이 반복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조금 더 기다려볼까' 하고 미루기보다는,
감당 가능한 선에서 적극적으로 내 집 마련을 검토해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급함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선호도 있는 지역, 단지를 감당 가능한 선에서 골라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