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연말정산 때 돈 돌려주니까 매년 600만원씩 넣고 있어요."
연금저축계좌를 쓰는 직장인 중에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세액공제는 '넣을 때' 얘기일 뿐입니다.
그 돈을 어떻게 굴리고, 나중에 어떻게 빼느냐까지 생각해보셨나요?
지금까지 계좌를 어떻게 써왔는지에 따라
같은 돈을 모았어도 나중에 내는 세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연금저축계좌를 제대로 뜯어보겠습니다.
정보가 많아 글이 복잡하고 조금 길지만
특히 뒷부분에 나오는 활용법 두 가지는 꼭 끝까지 확인해보세요.
참고로 지난 1편에서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노후 준비의 3층 구조를 살펴봤습니다.
연금 시리즈 ① 편보기
연금저축계좌란 무엇인가요?
노후 자금을 스스로 준비하는 사람에게 정부가 세금 혜택을 주는 개인연금 계좌입니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어디서든 만들 수 있고, 연금저축신탁·연금저축보험·연금저축펀드로 나뉩니다.
(신탁형은 2018년부터 신규 판매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보험사 상품은 사업비 명목으로 운용금 일부가 먼저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요즘은 이 비용 없이 납입액 전액을 바로 굴릴 수 있는 증권사 연금저축펀드로 운영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저 역시 이 방식을 추천합니다.
연금저축계좌의 특징(장점)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일할 때는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를 받고
노후에 인출할 때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입니다.
납입한도
여러 금융기관에 개설 가능하고, 전 금융기관 합산 연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습니다.
연말정산 세액공제율
이 중 세액공제를 받는 금액은 연 600만원까지이며, 공제율은 소득에 따라 갈립니다.
구분 | 총급여 5,500만원 이하 | 총급여 5,500만원 초과 |
|---|---|---|
공제율 | 16.5% | 13.2% |
600만원 납입 시 환급액 | 최대 99만원 | 최대 79.2만원 |
(국세청, 소득세법 제59조의3 기준)
IRP까지 함께 활용하면 세액공제 한도가 90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IRP는 연금저축계좌와 구조가 조금 다르기 때문에, 다음 편에서 따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인출 시 적용세율
가입 후 5년이 지나고 만 55세 이후
정해진 연금수령한도 안에서 나눠 받으면
예금, 적금 이자소득세(15.4%)보다 훨씬 낮은 연금소득세만 적용됩니다.
세율은 받는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령 나이 | 연금소득세율 |
|---|---|
55~69세 | 5.5% |
70~79세 | 4.4% |
80세 이상 | 3.3% |
늦게 받을수록 세율이 더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연금저축계좌에서 돈 불리는 방법
연금저축계좌에서 추천하는 투자 전략은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적립식으로 오래 모아가는 것입니다.
S&P500은 지난 100년간 연평균 약 10%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과거 100년의 평균치)
이 ETF를 연금저축펀드 계좌 안에서 적립식으로 모아가면 해외주식으로 직접 사는 것보다 유리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넣을 때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를 받습니다.
앞서 본 것처럼 소득 구간에 따라 최대 99만원까지 돌려받습니다.
둘째, 나중에 팔 때 세금을 적게 냅니다.
해외주식을 직접 매도하면 연 250만원을 넘는 수익에
22%의 양도소득세가 매매할 때마다 붙습니다.
그런데 연금저축계좌 안에서는 매매차익이 나도 당장 세금이 붙지 않고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3.3~5.5%(초과분은 16.5%)로 한 번만 과세됩니다.
오래 묻어둘수록 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세금으로 나갈 돈이 계속 계좌 안에 남아서 같이 굴러가기 때문입니다.
연금저축계좌 여러개로 쪼개보세요
연금저축계좌는 세액공제를 받는 계좌와 받지 않는 계좌
이렇게 여러 개로 나눠서 운용하세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사적연금(연금저축+개인 IRP) 모든 계좌를 합산한 연간 수령액 중 세액공제받는 금액과 운용수익은 1,5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되거나 16.5% 분리과세를 선택해야 합니다. 즉 세율이 올라갑니다.
2.계좌 안에서 돈이 빠지는 순서가 자동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 순위 | 인출되는 재원 | 과세 방식 |
|---|---|---|
| 1순위 |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 | 비과세 |
| 2순위 | 세액공제 받은 원금 + 운용수익 | 연금소득세(3.3~5.5%) 또는 기타소득세(16.5%) |
가입자가 임의로 순서를 정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세액공제 받은 돈과 안 받은 돈을 한 계좌에 함께 넣으면
1순위(비과세 원금)부터 무조건 먼저 빠져나가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시점에 2순위 금액을 골라서 인출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은퇴 시점 계좌 잔액이 총 2억원이고
매년 2,000만원씩 인출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 세액공제 안 받은 원금: 8,000만원
- 세액공제 받은 원금+운용수익: 1억 2,000만원
| 구분 | 한 계좌로 합쳐서 운용 | 두 계좌로 나눠서 운용 |
|---|---|---|
| 인출 방식 | 매년 2,000만원 자동 인출 | 공제 계좌(1,500만원) + 비공제 계좌(500만원) 인출 |
초기 (1~4년차) | 비공제 원금에서 전액 인출 (세금 0원) | 매년 1,500만원 한도 내 수령 (5.5% 저율 과세) |
중기 (5년차~) | 비공제 소진 후, 공제분에서 2,000만원 통으로 인출 | 매년 1,500만원 한도 내 수령 (5.5% 저율 과세) |
사적연금 한도 | 연 1,500만원 초과 | 연 1,500만원 이내 |
| 적용 세율 | 16.5%(분리과세 선택 시) | 5.5%(55~69세 기준) |
| 예상 총 세금 | 약 1,980만원 | 약 660만원 |
*한 계좌로 합쳐서 운용시 16.5%는 분리과세를 선택한 경우이며, 다른 소득이 적다면 종합과세가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금액은 잔액 구성과 나이별 세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예시입니다.
계좌를 합쳐 운영하면, 처음 4년은 비공제 원금에서만 인출되어 세금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5년차에 비공제 원금이 소진되면
그 뒤부터는 전액이 공제분에서 나오고
과세대상이 매년 2,000만원으로 1,500만원을 넘깁니다.
10년간 총 1억 2,000만원이 16.5% 분리과세(또는 종합과세) 대상이 됩니다.
계좌를 나눠 운영하면 매년 비공제 계좌에서 500만원
공제 계좌에서 1,500만원씩 동시에 인출할 수 있습니다.
8년째 공제분이 소진될 때까지 과세대상은 매년 정확히 1,500만원, 한도를 넘긴 적이 없습니다.
같은 1억 2,000만원이 처음부터 3.3~5.5% 저율 구간에서 소화됩니다.
같은 총 자산, 같은 인출 방식(연 2,000만원)인데도
계좌 구조 하나로 약 1,320만원, 즉 3배 차이가 납니다.
즉, 세액공제를 받는 계좌와 아닌 계좌를 분리해서 사용하면 유리합니다.
급할 때 인출해서 쓸 수 있나요?
급하면 언제든지 인출해서 사용 가능합니다.
다만 세금을 내야합니다.
가입 5년, 만 55세, 연금수령한도라는 조건을 지키지 않고 중간에 인출하면
세액공제 받은 원금과 운용수익금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됩니다.
이 16.5%는 넣을 때 미리 돌려받았던 세액공제를 반납하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16.5% 공제를 받았던 원금이라면 사실상 받은 만큼 돌려주는 셈이지만 13.2% 공제를 받았던 원금이라면 3.3%포인트만큼은 손해입니다.
운용수익은 어떨까요?
운용수익은 처음부터 공제를 받은 적 없는 돈이라
16.5%가 그대로 세금으로 나갑니다.
그래도 그동안 운용수익이 잘 났다면, 세액공제 받았던 돈 다시 토해내고 운용수익에 대한 세금을 떼고도 넣은 돈보다 많은 금액을 손에 쥐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도인출 때 내는 16.5%의 세금은 사실 해외주식을 직접 매도할 때 붙는 양도소득세 22%보다는 낮은 세율이기도 합니다. 최악의 경우로 중도 인출을 하더라도, 처음부터 해외주식으로 직접 투자했을 때보다는 세금 부담이 적은 셈입니다.
다만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 원금은 이 조건과 무관하게 언제든 인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좌를 해지하기 전에 원금부터 찾아서 사용해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단, 예외가 있습니다. 천재지변, 사망, 해외이주, 개인파산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인출은 16.5% 기타소득세 대신 3.3~5.5%의 연금소득세가 적용됩니다. 세율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해보세요.
지금 바로 해볼 일
아직 연금저축계좌가 없다면, 오늘 증권사 앱에서 5분 만에 개설해보세요.
- 이미 계좌가 있다면, 작년 결정세액을 확인해보세요.
- 결정세액이 600만원×공제율(16.5% 또는 13.2%)보다 크다면 → 600만원 전액을 지금 계좌에 채워도 됩니다. 바로 3번으로.
결정세액이 그보다 작다면 → 예를 들어 결정세액이 300만원이라면, 지금 계좌에는 300만원만 채워서 세액공제를 온전히 받고, 나머지 300만원은 활용법2와 같은 원리로 별도 계좌를 만들어 넣으세요. 그래야 이 300만원도 나중에 인출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시점에 자유롭게 뺄 수 있습니다.
-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에서 올해 이미 납입한 금액을 확인하고, 남은 한도만큼 언제·얼마씩 채울지 계획을 세워보세요.
다음 편에서는 ISA 계좌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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