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타이 6법: 1. 지금 사람이 반드시 옛사람보다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옛 기술이 반드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며, 지금 사람이 반드시 옛사람보다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24P
소주방 시대에는 맑고 깨끗한 샘물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강조… 마오타이주를 빚는 데는 경수가 중수보다 좋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오늘날 마오타이주는 모두 강물로 양조한다.
내가 경험한 중국은 최소 15년 전의 중국이다. 당시 다녀온 베이징은 지저분하고 난잡해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도시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SNS와 주식 투자 관점에서 접하는 중국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되어 있다. 이미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음에도, 나는 여전히 과거의 경험에 갇혀 "설마 이 정도로 성장했을까, 이것도 어차피 과장이거나 가짜겠지"라는 막연한 의심을 품고 있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그 의심이 아주 조금은 풀렸다. 마오타이는 중국의 역사가 짙게 배어 있는 술이지만, 제조 과정에서는 클래식을 존중하되 더 나은 방법이 있으면 주저 없이 바꿔온 기업이다. 그 태도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이것이야말로 중국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유럽은 이와 대조적이다. 클래식, 헤리티지, 역사적 가치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다 보니, 정작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도 발전이 더딘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인프라다. 파리와 로마는 건물 자체의 역사적 가치 때문에 현대적으로 재건축하기가 어렵고, 그 결과 광케이블을 매설하거나 에어컨 설치에 필요한 전력 설비를 새로 깔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마오타이 6법: 4. 바보의 전략, 느린 세월
술 한병이 나오기까지 무려 5년이 걸린다. ‘바보의 전략’ 첫번째 원칙은 영리한 사람들을 따라가지 않고, 모든 변화에 불변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중국 백주 산업이 생산 확장기에 접어들엇을 때, 많은 주류기업들이 인공 향료와 인공 발효조를 이용해 생산량을 급격히 늘렸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마오타이주는 전통적인 고체 발효 방식을 고수했다.
바보의 강점은 아무도 그보다 더 바보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총명함에는 끝이 없지만, 둔함에는 바닥이 있다. 바보가 가장 아래에 자리잡고 있으면, 더이상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바보의 대가는 느림, 둔함, 그리고 높은 비용이다. 그러나 그 대가를 치르고 나면, 단단한 요새를 쌓고, 묵묵히 싸우며, 한걸음씩 진지를 구축하면서 전진해나간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제프 베조스와 워런 버핏이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제프 베조스: "워런, 당신의 투자 전략은 원칙적으로 그리 복잡하지 않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데, 왜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똑같이 따라 해서 부자가 되지 않는 거죠?"
워런 버핏: "그거야 쉽죠, Jeff. 내 방식은 '천천히 부자가 되는 계획(Get-rich-slowly scheme)'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천천히 부자가 되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여의도에 있다 보면, 세상에 흘러다니는 모든 정보와 소문을 놓치지 않고 캐치업하려는 분위기를 자주 느낀다. 오늘 이 주식이 왜 올랐고 왜 떨어졌는지, 이 회사의 장비가 어디에 몇 대 들어가고 단가는 얼마이며 누가 납품하는지 — 이런 정보를 빠짐없이 알고 있는 것이 분명 빠른 수익에 도움이 될 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모든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캐치업할 능력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끔은 '내가 너무 모르고 있나' 싶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 정보를 안다고 해서 주가가 오른 것도 아니었고 모른다고 해서 돈을 못 번 것도 아닌 경우가 꽤 많았다. 요즘 드는 생각은 이렇다 — 세상에는 이미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있고,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각자의 몫이며, 그것이 실제로 주가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그보다 한 차원 더 복잡한 방정식이라는 것. 심지어 수주 공시가 발표된 날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여전히 내 투자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바보의 전략', 즉 천천히 부자가 되는 방식이 내 성향에는 잘 맞는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못하는 것을 억지로 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AI가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서 상당수의 지식과 정보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민주화된 것 같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많이 아는 것이 투자에서 얼마나 큰 엣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투자의 본질은 '인내심' 쪽에 더 가까운 역량이 아닐까.
얼마 전 존경하는 선배 투자자가 해준 말도 같은 맥락에서 떠오른다. "천천히 부자가 되는 것 같지만, 몇 년 지나고 보면 결국 급하게 올라간 사냥꾼들은 무슨 일이든 나긴 나더라. 천천히 해도, 나 정도 불리는 건 할 수 있긴 하더라."
꽃 사이 술 한 주전자.
함께할 이 없어 홀로 잔 기울이네
…
예로부터 성현은 외로웠지만,
오직 술 마신 이만이 이름을 남겼다네.
84p
명나라 시절에도 이렇게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과연 술이라는 것을 인간에게서 떼어낼 수 있긴 한 걸까. 그러고 보면 요즘은 왜 음주 문화가 예전만 못해졌을까. 이집트 문명에서도 이미 술이 존재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해온 것이 이렇게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보면, 문명의 변화란 결국 파괴적 혁신처럼 큰 충격이 있어야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바로 그 정도의 충격이었을까.
요즘 주류 기업들 주가가 부진한 걸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이게 저가 매수의 기회인 걸까, 아니면 인류의 음주 문화 자체가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그는 “사물의 본질로 되돌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라”고 스스로에게 요구했다. 저우헝강과 일론 머스크가 기존의 질서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혁신의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이론이나 경험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출발하는 사고방식 덕분이었다.
2017년, 단빈은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썼다. “왜 우리는 이렇게 마오타이를 긍정적으로 보는가? 그것은 액체 황금처럼 소중하기 때문이다! 금광은 언젠가는 결국 고갈될 수 있지만, 중국인의 백주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현지의 붉은 수수와 적수하물로 빚어진, 원가가 지극히 낮은 마오타이주는 마치 영구기관처럼 끊임없이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이다.”
문화 보시의 관점에서, 단빈은 마오타이주의 비즈니스 모델이 200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대단한 투자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정말 간단명료한 투자 아이디어다. 그 이면에는 더 많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핵심은 결국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것 같다. 특히 소비재는 이런 단순한 관점의 분석이 유독 잘 먹히는 영역인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