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몰라도 될까?' 싶은 사람에게 찾아온 단 하나의 기회 (첫 번째 이야기)



‘ㄱ’자로 눕는 방



 기억도 가물가물. 그러나 그 방에 분명 내가 누워있었다. 기둥이 세워진 곳에 억지로 방을 만들면 이렇게 되는구나. 그런데 잠만 자면 되니까. 선택지가 없으니까. 개의치 않았다. 열아홉, 대학생 새내기가 서울살이를 결심할 때, 어떤 것까지 각오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해보지 않은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페이가 높았던 마트 행사를 마치고 한 발로 서서 하얀 발토시와 신발을 벗어낼 때, 잠시 휘청일 틈도 없는 고시원이었다. 넘어지고 싶어도 넘어질 수 없었다. 다행이었다. 


 

“여기서, 살 수 있어?”



 이런 방에서 살 수 있겠냐는 물음에 이골이 날 때쯤 휴학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2월 27일, KBS 다큐멘터리국 막내작가였던 내가 나와 똑 닮은 서울살이 청춘들을 섭외하고, 자료조사 했던 ‘청춘의 방 - 하숙촌 이사 분투기’가 방영되었다. 


<감성다큐 미지수> ep 06. 청춘의 방- 하숙촌 이사 분투기, 2010.02.27 방영, KBS 


“이 박스, 언제 버릴 거예요?”

“내 집 마련할 때요." 



 오래된 흙먼지가 무늬를 이뤄 얼룩덜룩한 파란 박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하늘엔 옥탑, 땅에는 반지하. 성냥갑과 같은 고시원. 내 몸 하나 누일 자리가 마땅치 않은 서울에서 내 집 마련, 과연 할 수 있을까?

영영 이 파란 박스를 버릴 수 없을까봐 두려웠다.





 여러 번의 이직을 했다. 업계에서 한 획을 그어보기도 하고, 이른 나이에 팀장도 달았다. 누구나 그렇듯 순탄치만은 않았다. 처음엔 4대보험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설렜지만 다니던 회사가 폐업하기도 하고, 부서가 없어진 적도 있었다. 잦은 야근과 무한한 노력만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생겼다. 설상가상, 가족 문제로 빚도 갚아야 했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빚부터 갚자. 그리고 1억만, 어떻게든 1억만 모아보자.




1억이라는 돈 


 1억. 이를 악물고 버텨온 노력이 모여 만든 숫자 0이 8개. 1억을 모으면 대단한 일이 생길 줄 알았다. 

그러나 1억은 부동산 앞에서 한없이 초라한 돈이었다. 내가 모으기만 하면 ‘나야! 1억으로 살 수 있는 집!’이 짜잔하고 나타날리 만무했다. 10번이 넘는 이사를 하며, 직장과 최대한 가깝고, 초역세권이면서도, 생활권이 괜찮은 전월세 방을 알아보는 여러 노하우가 생겼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나에게 집값은 늘 비쌌고, 내 집 마련은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1억 5천만 원. 오피스텔 전세 계약을 하기 위해 1억에서 5천만 원을 더 모았다. 대출을 전혀 받지 않고, 전액 현금으로 계약했다. 이게 자랑스러운 걸까? 아니다. 나는 막연히 대출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대출을 왜 무서워 해?”


 가족이 진 빚을 갚으며 잃어버린 건 한 평의 공간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였다. 내가 왜 대출을 무서워했는지 그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돈은 일을 하면 자연히 따라오는 것. 지금은 일을 더 열심히 해서, 내 가치를 높일 때야.’ 그렇게 생각하며 오로지 일에만 몰두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직장에서 인정을 받고, 커리어적으로 성장했지만 돈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학생 때 그대로였다. 모을 줄 알았어도 키울 줄은 몰랐다.


무지했다. 다음 단계의 나를 맞이하려면 미련하고 무지했던 나를 인정해야 했다. 




실패하지 않는 첫 단추


 서른다섯에 끼우는 첫 단추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로또를 사지 않고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는 사람처럼 현실을 마주한 후에도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 내가 만든 유리천장을 스스로 깨는 대담함이 필요했다. 유튜브 영상과 기사 몇 개, 책 한 권을 읽고 공부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 때, 대출을 막연히 어려워하지 않았다면’ 

 ‘그 때, 청약 통장을 헐지 않았다면’  

 ‘그 때, 부동산 공부를 미리 해뒀다면'

 ‘그 때, 내 집 마련을 했다면'


 뼈 아픈 후회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려면 이제껏 해온 선택과 차원이 다른 선택이 필요했다.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선택. 그것은 제대로 된 ‘배움'이었다. 일에서의 배움은 필수라고 여기면서 왜 내 집 마련은 배워서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무주택자 내 집 마련, 지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기회가 진짜 기회인지 아는 사람이 되려면 이 분야의 가장 현명한 사람에게 이 시장의 진짜 본질을 배워야 했다. 


 그렇게 2023년 7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단단한 첫 단추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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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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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천1user-level-chip
23. 09. 18. 09:06

다음편 넘 기대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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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지user-level-chip
23. 09. 18. 09:07

처음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던 계기가 생각이나서 너무 공감되는 글이네요. 부동산 공부 너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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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기user-level-chip
23. 09. 18. 09:10

다음편이 너무 기대되는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