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40대 중반, 두 아이의 아빠 자이코입니다.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며, 월부 생활을 제대로 시작한 지는 약 1년 반이 되었습니다. 부동산 투자 후기란에 이런 글을 남겨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 자신을 돌아보고 복기하는 차원에서 이 글을 씁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압구정동에서 중개보조원으로 일하시는 실장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장님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죠.
"8학군 출신 중개사면 이 동네에서 고객들이 좋아할 거야. 너는 영어와 일본어가 가능하니까, 외국인 상대로 영업하면 되겠다."
부자들을 상대하기에 압구정만 한 곳이 없다는 말에 솔깃했습니다.
'그래, 한번 따볼까?'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편입니다. 어쩌면 월부에서 투자 공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공인중개사 시험에 대한 도전은 시작된 것 같습니다.
2023년, 1차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과거에 관광통역안내사를 비슷한 방식으로 합격한 경험이 있어서, 기출문제 위주로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에듀윌 기출문제집을 사서 정답을 체크한 다음, 최대한 많이 암기하고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공부 기간은 딱 10일.
학원 없이 혼자 공부해서 합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신동빈 사무관님의 책을 벤치마킹하며 자신감을 키웠습니다. '기출문제만으로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어렵다는 민법은 60점을 넘겼는데, 부동산학개론은 40점대를 기록했습니다. 시간 관리에 완전히 실패한 겁니다. 마지막에 시간이 없어서 부동산학개론은 거의 다 찍었습니다.
풀리지 않는 계산 문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다른 문제들을 놓쳤습니다.
그 순간 저의 정체성을 마주했습니다. '내려놓지 못하고 모든 것을 다 통제하고 싶은 에고.'
2024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월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첫 조모임이자 열반 기초반 조장으로 지원하여 좋은 분들을 만나며 투자 공부가 시작되었죠. 그리고 바로 1호기 투자까지!
2023년 공인중개사 실패의 뼈아픈 기억을 안고, 2024년 10월에 다시 1차에 도전했습니다.
웃긴 건, 1호기 잔금일이 공인중개사 시험일이었다는 겁니다. 오전에 시험 보고, 오후에 잔금 치르러 갔습니다. ㅎㅎㅎ
목실감을 확인해보니 공부 기간은 약 한 달, 143시간이었습니다. 결과는 122.5점. 단 1문제 차이로 합격했습니다.
이번에는 시간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미친 듯이 풀고, 시간 배분을 철저히 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이니 높은 점수를 받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1문제 차이로 합격하니 오히려 겸손해졌습니다. 2023년에 샀던 문제집과 당시 정리했던 노트를 재활용했고, 연도별 기출문제만 새로 사서 풀었습니다. 7년치 기출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고, 부동산학개론은 유튜브 일타강사님들의 암기법을 보며 열심히 외웠습니다.
1차 합격 후, 계속 앞마당을 늘리면서 3월에 2호기 투자를 진행했고, 5월에 실전반, 7월에 지투를 들었습니다.
7월 삼복더위에 임장하느라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습니다. 8월부터는 3개월간 2차 시험 공부에 집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에게 3개월이라는 시간은 정말 소중합니다. 앞마당 3개를 날리는 것과 같은 큰 기회비용이죠. 하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학원 환급 프로그램도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공부는 내가 하는 거"라는 판단으로 혼자 하기로 했습니다. 학원에 다니면 강의 듣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실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았거든요.
반달문 단원별 기출문제집을 사서 풀기로 하였고, 처음엔 유튜브 무료 강의를 듣다가, '이건 아닌 것 같다' 싶어서 바로 요약집 이론을 보고 혼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목실감을 확인해보니, 2024년 12월 7일부터 “나는 25년 공인중개사 2차에 합격하였다.” 를 과거형으로 필사를 시작 했더라고요. 그리고 매일 아침 명상 시간에 필사를 계속 했습니다. 공인중개사 합격 발표일인 2025년 11월 26일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3개월간 2차 시험에 투자한 공부 시간은 총 399시간이었습니다.
1년 만에 다시 공부하려니, 책상에 오래 앉는 것부터가 힘들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주말에는 10시간씩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동네 스터디카페에 12주 고정석을 끊고 매일 드나들었습니다.
특히 첫째 딸 또래 학생들이 많았는데요. '내가 그만큼 늙었구나'를 느꼈습니다. 오히려 '내가 언제 딸아이 또래들과 같이 앉아서 공부할까?' 싶어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10월에 추석 연휴가 있어서 공부 시간을 확보했고, 시험 전주 1주일간 휴가를 쓸 수 있었습니다.
기출문제는 한 번 본 문제라 점수가 높게 나오기도 했지만,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멘탈 붙잡고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시험 1주일 전 갑자기 몸에 이상 신호가 왔습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땀 조절이 안 되고, 무기력했습니다.
공부 습관을 잡겠다고, 재택근무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공복에 드립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3시간씩 공부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게다가 10월에는 회사 일도 바빠져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고, 3개월간의 공부로 체력이 진짜 바닥난 것 같았습니다.
40대 꺽이고 중반을 넘으니 체력 저하를 확실히 느낍니다.
내과에 갔더니 신경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신경과에서 자율신경 검사를 받으니 자율신경 실조증 증상이었습니다. 지나치게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부교감신경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우울증 약)를 처방받았는데, 하루 먹고 다음 날 두통이 너무 심해서 약을 끊었습니다. 대신 자율신경에 좋다는 족욕, 붕어운동을 하고, 커피를 완전히 끊었습니다. 특히 공복에 마시는 커피가 각성 효과가 크다고 해서 절대로 공복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몸을 다독이며 하루에 기출 1개 정도만 풀고, 무리하지 않게 마지막주 공부를 마무리했습니다.
첫 시간인 중개사법과 공법은 그렇게 어렵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시간인 세법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문제들이 대거 출제되었고, 시간도 너무 빠듯해서 진짜 미친 듯이 문제를 처냈습니다.
마지막에 OMR을 밀려 쓴 것을 발견하고, 시험 종료 종이 울린 뒤 2문제를 수정펜으로 수정했습니다. 이때는 진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구요.. OMR을 걷어가기 바로 직전에 수정했습니다.
집에 와서 가채점을 해보니 1문제 차이로 합격이었지만, 마지막에 밀려 쓴 게 너무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평소에 복을 얼마나 쌓았는지 시험해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11월 26일 시험 발표일까지 더욱더 열심히 “나는 11월 26일에 공인중개사 2차에 합격하였다.” 를 필사했습니다. 2주일쯤 되니 신성한 무관심이 생겼습니다. '당연히 나는 합격했고, 하늘에서 나를 도와주실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둥...
결과는 합격.

가채점과 동일하게 총점 182.5점으로 1문제 차이로 합격했습니다. 올해는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져서 무효가 된 문제가 단 한 문제도 없었습니다. 1차도 1문제 차이로 합격했는데, 2차도 1문제 차이로 합격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2문제를 밀려 쓴 것을 확인하지 못했더라면?'
'왜 나한테 이런 행운이 온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늘에서 공인중개사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하라고 도와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개월간 공부하느라 집안을 많이 못 돌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제 아내와 두 아이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이 긴 공인중개사 합격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P.S.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어떤것에 도전하고 있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하세요.
1. 시간 관리가 성공을 좌우합니다.
2.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마세요.
3.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1문제 차이로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