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어느 날.
저는 비 오는 서울의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서울 첫 임장.
그것도 혼자.
중간에 휴대폰 배터리가 꺼졌습니다.
길도 모르고,
지도도 볼 수 없고,
배도 고프고,
운동화는 다 젖었습니다.
무릎은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헤매다 신림역에 도착했을 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기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다른 감정이 생겼습니다.
‘서울 첫 임장을 혼자 해냈네?’
그날 이후 저는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습니다.
10월 15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서울 25개구 전부 규제로 묶였습니다.
그리고 실거주 의무 없이 매수할 수 있는 기간은 단 5일.
제가 가진 앞마당은 고작 하나.
단지 임장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솔직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빨리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퇴를 하고 KTX를 타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그날 아침.
전임을 하며 알게 된 부동산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지금 시장 어때요?”
“난리예요. 집 보려는 사람은 넘치는데 보여줄 물건이 없어요.”
서울에 도착해 여러 부동산을 다녔지만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볼 수 있는 집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거의 포기할 무렵.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사모님, 방금 급매 하나 나왔어요.”
순간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투자금 안에 들어오는 가격.
게다가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물건.
다음 날 집을 보기로 하고 강의를 들으러 갔습니다.
그날 강의에서 너나위님의 한마디가 제 머릿속에 박혔습니다.
“강남 1시간 이내 물건은 다 가치가 있습니다.”
제가 보고 온 물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그 집을 보게 됩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집이 제 인생 첫 서울 아파트가 될 줄은.
다음 날 아침.
저는 조장님과 조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급매를 보러 갔습니다.
집 상태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7년 전 올수리.
샷시, 화장실, 싱크대까지 손을 많이 본 집이었습니다.
다만 거실 천장에 누수 흔적이 보였습니다.
임차인에게 확인하니 이미 윗집 공사가 끝난 상태라고 했습니다.
매도자가 급한 상황임을 인지한터라
과감하게 네고를 시도했습니다.
“3천만 원 더 조정되면 생각해볼게요.”
설마 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된다고 했습니다.
잠시 후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천만 원 더 조정 가능할 것 같아요.”
그때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투자금.
취득세.
전세가.
입지.
리스크.
머릿속에서 수없이 숫자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 6시간 전.
계약서를 쓰러 부동산으로 갔습니다.
부동산 사무실은 전쟁터 같았습니다.
제가 계약하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들은 계좌번호를 달라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OTP도 준비하지 않고 올라왔습니다.
계약금을 보내야 하는데 방법을 몰라 식은땀이 났습니다.
다행히 모바일 OTP를 발급받아 겨우 송금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합니다.
그렇게 계약이 끝났습니다.
부동산을 나와 잠시 길가에 앉았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나 서울에 집 산 거야?’
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가 넘었습니다.
“얘들아, 우리 서울에 집 생겼어.”
“나중에 너희가 대학 가고 취업하면 서울에 집 하나는 있다.”
그날 밤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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