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창을 하루에 몇 번이나 새로고침 하는지, 세어본 적이 없다. 세면 무서울 것 같아 안 센다.
눈 뜨면 확인하고, 출근길에 확인하고, 일하다 문득 불안해 확인하고,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본다.
실거래가가 떴나, 호가 하나 빠졌나, 급매가 나왔나.
새로고침을 누르면 잠깐 마음이 놓이고, 놓이면 곧 또 손이 간다.
아까 그 값, 아직 그대론가. 그새 뭐 하나 바뀌지 않았나.
대개는 안 바뀐다. 시장은 내 새로고침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누른다. 생각보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인다.
한동안 나는 이걸 성실이라고 생각했다.
남들 쉴 때도 시장을 들여다보는 부지런한 사람.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알았다. 나는 정보를 얻으려고 보는 게 아니었다. 그냥 불안해서 보고 있었다.
새로 알게 되는 건 거의 없는데 손가락은 계속 새로고침을 누른다.
그건 조사가 아니라 습관이고, 성실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문제는, 불안해서 자꾸 열어보는 그 행위가 정보만 확인하고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나는 살 때 이미 기준을 정해둔다.
이 값이면 산다, 이건 비싸니 안 산다, 여기까지 오면 판다. 냉정할 때 그어둔 선이다.
그런데 선을 그어두고도, 나는 매일 그 결정을 다시 연다.
새로고침을 누르듯, 이미 내린 결정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다시 꺼내 든다.
그러면 꼭 이런 일이 벌어진다.
값이 오르면 나는 '더 오를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살 때는 안 보이던 호재가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
값이 내리면 이번엔 '내가 틀렸을 이유'를 찾는다.
살 때는 별것 아니던 악재가 갑자기 커 보인다.
분명 같은 물건, 같은 난데, 값이 움직일 때마다 내 논리가 그 뒤를 졸졸 따라 움직인다.
이상하지 않나. 근거를 보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나는 결정을 먼저 내려놓고 근거를 주워 담고 있었다.
오르면 더 갖고 싶고 내리면 도망가고 싶은 그 마음이 늘 먼저다.
논리는 그 마음에 옷을 입혀주는 일을 할 뿐이었다.
정말 무서운 건, 그 순간의 나는 이걸 전혀 몰랐다는 거다.
나는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믿었다. 새 근거를 찾아냈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검토가 아니었다. 이미 정해둔 답에 어울리는 재료만 골라 담은 거였다.
기준을 안 지킨 거라면 차라리 낫다. 안 지킨 건 나중에 반성이라도 한다.
그런데 나는 기준을 지키는 얼굴로 기준을 허물고 있었다. 검토라는 이름을 붙여서, 성실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게 제일 위험하다. 죄책감조차 안 드니까.
새로고침을 눌러도 값은 안 바뀐다. 바뀌는 건 그 값을 보는 내 마음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불안하고 조금 더 욕심나서, 그만큼 더 흔들린 채로 같은 화면을 본다.
화면은 그대로인데 판단하는 사람이 매일 달라져 있으니, 같은 기준이 지켜질 리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덜 보기로 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나 같은 사람한테는 이게 제일 어렵다.
한 번 정한 건 다시 안 여는 것. 값이 궁금해 손이 가면, 대신 살 때 적어둔 기준을 다시 읽는다.
화면 속 값이 아니라, 냉정하던 시절의 내가 남긴 문장을 본다.
진짜로 새 정보가 생겼을 때만 결정을 다시 열고, 그냥 마음이 흔들린 거면 창을 닫는다. 결국 이 둘을 구분하는 게 전부였다.
아직 잘 안 된다. 오늘도 나는 몇 번이나 새로고침을 눌렀다.
이 성격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을 거다.
다만 이제는 안다. 자꾸 들여다보는 게 나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흔든다는 걸.
지켜야 할 건 화면 속 값이 아니라, 그 값을 처음 봤을 때 내가 세운 기준이라는 걸.
그걸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 가끔은 그냥 화면을 닫아버리는 거더라.

다른 분들이 함께 본 인기🏅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