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 달, 코스피는 22.19% 내렸습니다.
코스콤 체크 집계로 1997년 10월 IMF(-27.25%), 2008년 10월 금융위기(-23.13%) 이후 월간 기준 최대 낙폭입니다.
그 사이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같은 말이 돌았습니다.
주식에서 빠진 돈이 이제 부동산으로 올 거라고요.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증시가 흔들리면 안전자산을 찾고, 우리나라에서 안전자산이라 하면 결국 서울 아파트니까요.
이른바 머니무브입니다.
그런데 숫자를 확인해보니, 돈이 건너온 시점은 7월이 아니었습니다.
돈은 이미 넉 달 전에 건너왔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종양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 집계(2026년 6월 14일 공개)를 보겠습니다.
올해 1~4월, 주택 매입에 투입된 주식·채권 매각대금은 3조 7,254억 9,400만 원입니다.
이 중 서울 주택에 들어간 금액이 2조 4,396억 3,100만 원. 전체의 65.5%입니다.
서울 안에서도 어디로 갔는지가 더 선명합니다.
강남구 3,706억 9,100만 원, 송파구 3,531억 5,100만 원, 서초구 2,903억 8,200만 원.
강남 3구 세 곳에만 1조 원 넘는 돈이 몰렸습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유입액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습니다.
자산 형성기의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4월에 갑자기 튄 게 아닙니다
가격대별 흐름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15억 원 이상 주택 매매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이렇게 움직였습니다.
2020년 3.2% 2021년 4.9% 2022년 4.5% 2023년 4.1% 2024년 4.6% 2025년 4.7%
6년 동안 5%를 넘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렇습니다.
1월 9.3% 2월 1~9일 9.3% / 2월 10~28일 9.1% 3월 9.8% 4월 13.2%
2월 수치가 둘로 나뉜 건, 2월 10일 체결 계약분부터 가상자산 매각대금이 별도 신고 항목으로 신설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보실 것은 4월의 13.2%가 아닙니다.
1월부터 이미 9%대였다는 사실입니다.
2025년 4.7%와 비교하면 연초부터 두 배, 4월에는 2.8배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4월은 이 통계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달입니다.
1월부터 4월은 코스피가 계속 올라가던 구간이었습니다.
즉, 돈은 증시가 무너져서 부동산으로 도망친 게 아닙니다.
증시가 오르는 넉 달 내내, 벌어들인 돈을 들고 부동산으로 건너오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감안하셔야 합니다.
자금조달계획서의 주식·채권 매각대금 항목은 이미 매도한 경우의 실수령액뿐 아니라, 향후 매도 예정인 경우의 예상 수령액도 기재할 수 있습니다.
3조 7,254억 원 전액이 이미 실현된 차익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넉 달 연속 9%대라는 추세 자체는 이 한계와 무관하게 유효합니다.
두 시장은 통이 아니라 파이프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주식과 부동산을 나란히 놓고 비교합니다.
어디가 더 나은지, 어디로 갈아탈지 고민합니다. 둘을 대체재로 보는 시각입니다.
위 숫자가 보여주는 구조는 다릅니다.
둘은 나란히 놓인 두 개의 통이 아니라, 앞뒤로 연결된 하나의 파이프에 가깝습니다.
주식에서 돈이 불어난다 → 그 돈이 현금화된다 → 서울 15억 이상 주택의 계약금이 된다.
이 방향은 한쪽으로 강하게 흐릅니다.
반대 방향, 즉 아파트를 팔아 그 돈으로 주식을 사는 흐름도 물론 존재합니다.
다만 규모와 속도를 확인할 통계가 마땅치 않습니다.
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을 살 때 제출하는 서류이므로, 주택을 판 돈이 증시로 들어가는 경로는 애초에 이 표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한 방향은 숫자로 확인됐고, 반대 방향은 확인할 수단이 없다.
확인된 방향만 놓고 판단 재료로 쓰면 충분합니다.
이 방향을 만드는 건 환금성입니다
지난주에 말씀드린 가저환수원리, 그 세 번째가 환금성입니다.
보통 환금성은 "내 물건을 제때 팔 수 있는가"라는 방어적 의미로 씁니다.
그런데 이 파이프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주식은 오늘 팔면 이틀 뒤 현금이 됩니다.
그래서 다음 자산의 계약금이 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그렇지 않습니다.
팔기로 마음먹어도 매수자를 찾고 잔금을 받기까지 몇 달이 걸립니다.
환금성이 높은 자산에서 낮은 자산으로 돈이 흐르기는 쉽고, 그 역방향은 어렵습니다.
파이프에 방향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7월 폭락을 이렇게 읽으셔야 합니다
이 구조를 알고 나면 7월의 의미가 뒤집힙니다.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려온다"가 아닙니다.
서울 상급지로 향하던 파이프의 수압이 잠깐 낮아졌다는 뜻입니다.
증시 폭락은 부동산에 호재가 아닙니다.
적어도 15억 원 이상 구간에서는 자금 공급이 줄어드는 사건입니다.
다만 7월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31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7.91%(1,001.89포인트) 올랐습니다.
1980년 지수 산출 이후 46년 만의 역대 최대 상승률이자 최대 상승폭이고, 종전 1위였던 2008년 10월 30일의 11.95%를 크게 넘어섰습니다.
이날 외국인은 7조 원 넘게 순매수했습니다.
파이프가 끊긴 게 아닙니다. 수압이 심하게 요동친 겁니다.
그래서 지금 보실 것은 지수가 하루에 올랐는지 내렸는지가 아닙니다.
이 수압이 어느 수준에서 자리를 잡는지입니다. 몇 달 치 흐름으로만 보이는 문제입니다.
다만 단순 연동으로 보시면 안 됩니다
파이프가 존재한다는 것과, 코스피가 오르면 집값이 오른다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이에 최소 세 가지가 끼어 있습니다.
첫째, 시차입니다.
주식 수익이 실현되고, 자금조달계획서에 찍히고, 실거래가로 잡히기까지 몇 달이 걸립니다.
오늘의 지수는 오늘의 집값이 아니라 몇 달 뒤 계약의 재료입니다.
둘째, 규제입니다.
대출 한도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요건이 파이프의 굵기를 조절합니다.
같은 돈이 들어와도 어느 가격대에서 멈추는지는 규제가 결정합니다.
셋째, 세제입니다.
8월 3일 세제개편안은 주택 수가 아니라 가액을 기준으로 판을 다시 짰습니다.
15억 원 이상 구간으로 돈이 들어오는 문턱 자체가 바뀌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건 매수 신호가 아닙니다. 볼 지표가 하나 늘어난 것입니다.
매달 세 가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서울 15억 원 이상 구간을 보고 계시다면, 앞으로 그 지역의 입주물량과 전세가율만 보실 게 아닙니다.
매달 이 세 가지를 같이 보시면 됩니다.
하나, 코스피 월간 등락률.
둘, 15억 원 이상 주택의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 자금조달계획서 월별 집계로 나옵니다.
셋, 내 앞마당의 15억 원 이상 실거래 건수.
앞의 두 개는 남의 시장 지표가 아닙니다.
내 시장의 상류 지표입니다.
이상하게 들리실 수 있습니다. 부동산 공부하는데 왜 지수를 보냐고요.
하지만 그 구간에 들어오는 매수 자금의 여덟 중 하나가 주식에서 넘어온 돈이라면, 코스피는 더 이상 남의 시장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공부를 넓히는 방법은 대체로 하나였습니다.
앞마당을 늘리는 것. 아는 지역을 하나씩 더 만드는 방식이죠.
이건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유효합니다.
다만 방법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내가 보는 시장의 상류를 보는 것입니다.
앞마당을 스무 개 만들어도 상류를 안 보면, 어느 날 물이 줄었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한 번 상류로 올라가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여쭤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보고 계신 지역의 상류는 어디인가요?
15억 이상 구간이 아닌 지역이라면 상류가 주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전세 자금일 수도, 인근 산업단지의 임금일 수도 있고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 글에서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