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장 이재명에서 대통령 이재명으로, 그 여정 속의 행운이란..?
판교에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대체로 만족하면서 살다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마침 성남시장의 SNS에 글을 남기면 대답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마 대답해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성남시장의 SNS에 이런저런 부분은 시정이 가능한지 글을 남겨봤다. 얼마 가지 않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성남시장이 정말 답글을 단 것이다. 문의 내용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며 도시계획과에 해당 내용을 인계했고 며칠 지나서 정말 도시계획과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와서 조치 결과를 알려줬다.
내 바램대로 조치된 것은 아니지만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개 시민의 민원성 질의에 시장이 직접 조치할 것을 지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부서에서 조치를 한 것은 그동안 내가 살았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민한 움직임이었다. 돌이켜보면 당시 시청 개방도 획기적인 이벤트였다. 심지어 시장 집무실도 종종 개방하곤 했던 것 같다. 자연스레 성남시장의 행보에 대해 눈길이 가게 되었다. 그는 그 이후도 청년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 등 무상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일약 유명해져갔다.
그렇다. 그 성남시장은 바로 지금 국가통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다.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던 그는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198개 계곡ㆍ하천의 1만여개 불법 설치물을 전격적으로 철거하면서 자신의 행정력을 만방에 과시하곤 했다. 그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히 갈렸지만 그의 행정력을 의심하는 이는 적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자신의 행정력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실제는 그가 운이 좋은 행정가ㆍ정치가였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성남시장 재임 기간 중에 판교테크노밸리가 완공되는 행운을 누렸다. 이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무상시리즈를 펼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그뿐이 아니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 다음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이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아니라 안희정 충남도지사였다. 당시 안희정 지사는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가장 부담스러워했던 대권주자였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던 충청도에서도 인기가 상당히 높았던데다 보수층에서도 안희정 지사에 대한 반감이 상대적으로 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희정 지사가 비서 성폭력 이슈로 사실상 알아서 무너져주면서 자연스레 다음 대선 후보의 자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차지가 되었다.
게다가 대북송금 의혹 등 여러 혐의로 유죄 판결 가능성이 점쳐지던 때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단행하면서 어떻게 보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넘겨준 측면도 있다. 정적(?)들이 자신들의 이슈로 알아서 무너진걸 보면 이재명 대통령에게 찾아온 정치적 행운은 그 누구에게도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또 있다. 정권을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아 AI발 반도체 초호황이라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명목 경제성장률은 과거 고도성장기 수준을 방불케 하고 있고 세수도 큰 폭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인생에 한번 맞기도 힘든 행운을 연거푸 맞이한 게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문제는 여기서부터 잉태된 게 아닌가 싶다. 행운에 따른 결과에는 겸손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것을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잘못 결부시킨다면 그것은 자신감 과잉, 그리고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지기 쉽다. 나는 그러한 모습의 일단을 대통령의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는 발언에서 봤다.
서울을 둘러싼 규제가 전월세 매물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이야기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의미심장하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며 취임 후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숫자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유의미한 지표들이 여럿 눈에 띄기 때문이다.
9월 7일에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7.4%로 8주 연속 하락했으며 긍정과 부정평가의 격차는 22.1%로 취임 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서울이다.
서울의 긍정평가는 29.0%로 대구경북의 29.4%보다도 낮은 전국 최저치였다. 특히 20대는 28.8%, 30대는 29.8%로 매서운 반대 여론을 형성했다.
부정평가가 가장 높은 항목을 순서별로 나열해보면 부동산 및 주거가 65.7%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주식ㆍ자본시장 61.7%, 물가ㆍ민생경제 61.2%, 산업ㆍ경제성장 59.0% 순이었다. 특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부동산 정책으로 "전월세 가격 안정"이 30.1%로 가장 많이 꼽혔다.
2030의 불만이 이 문구 하나에 집약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위 그래프는 서울 전세수급지수를 나타낸 것이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을 범위로 하는데 100이면 전세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하며, 100보다 지수가 올라갈수록 전세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2016년 이후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180을 넘은 기간을 보면 2020년 8~12월, 그리고 2026년 5~7월이다. 그런데 이상한 지점들이 보인다.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20년(5.4만호)이다. 그 다음이 2008년(5.3만호), 2005년(5.1만호), 그리고 2025년(5.0만호)이다.
여기서 이상함을 느끼는 분들이 여럿 계실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입주 물량이 역대 가장 많았던 2020년에 전세수급지수는 오히려 역대 최대치로 오른 것이 첫째고, 의외(?)로 입주 물량이 굉장히 많았던 2025년에도 전세수급지수는 급상승의 길을 밟아온 것이 둘째다.
이상하지 않은가. 매매보다 전세가 공급 물량에 보다 민감한데, 입주 물량이 많았던 해에 오히려 전세수급지수가 급상승했다는 점, 즉 전세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부족해졌다는 사실 말이다.
이는 민주당 정부가 전월세 시장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잘못 짚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우선 2020년의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서울의 입주 물량은 2017년 2.9만호를 저점으로 2018년 3.9만호, 2019년 4.6만호가 입주하면서 전세 지수 상승률도 2018년 +2.4%, 2019년 +0.6%로 매우 안정화되고 있었다. 2020년은 5.4만호가 입주하기에 가만히 있다면 전세가가 하락 전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2020년 8월, 전격적으로 임대차3법을 시행하기에 이른다. 곧바로 전세 지수 상승률은 2020년 +10.1%로 튀어올랐다. 역대 가장 많은 입주 물량이 몰린 해에 말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임대 기간 추가 2년 연장이 가능하게 되면서 전월세 유통 매물이 급감하게 되었고 이것이 전월세가 급등으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혹자는 임대차3법이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성 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결과적으로는 세입자들을 옥죄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아시다시피 계약갱신청구권은 사실상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게 했다. 얼핏 보면 세입자의 주거안정성이 강화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임대 매물의 급감을 초래함으로써 신규 진입 가구(혼인 등), 이사가 필요한 가구는 물론이고 4년 후 새로운 임대 매물을 찾아야 하는 기존 세입자에게도 선택의 폭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해보자.
50명의 남성, 50명의 여성이 미팅 시장에 있다.
얼핏 보면 성별 총량이 50대50이므로 남성과 여성의 짝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각자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남녀 숫자가 맞는다고 해서 50쌍의 커플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 안에서도 인기있는 남성과 여성은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쟁취할 수 있다.
그런데 인기남, 인기녀의 평균 연애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들이 미팅 시장에 풀려나오는 횟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가령 8년간 미팅 시장에 풀려나는 횟수가 4번에서 2번으로 줄어든다. 자연스레 연애가 끝나고 미팅 시장에 나온 이들에 대한 경쟁률은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다.
임대 매물도 마찬가지다.
100가구의 임대 수요에 100채가 있다고 수요=공급이 아니다. 각 가구가 원하는 입지와 연식, 위치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대 매물이 시장에 풀려나오는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면 결국 괜찮은 임대 매물일수록 경쟁률은 더욱 치솟게 된다.
임대차3법,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의 폐해는 이렇듯 임대 매물의 출회 빈도를 낮춤으로써 결과적으로 임대 매물을 줄이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임대 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1989년에도 전세가가 급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도 마찬가지다.
아시다시피 기본적으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된 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면 실거주를 해야 한다. 가령 다주택자가 내놓은 집을 누군가 매수하게 되면 실거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 매물이 하나 줄어들게 된다. 물론 많은 분들은 임대 매물이 하나 줄어들지만 무주택자가 매수해서 실거주를 하면 임대 수요도 하나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전월세 시장에 대한 영향은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는 임대 공급과 수요가 일치했을 때에는 적용될 수 있으나, 임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때에는 적용되지 않는 논리다.
현재 임대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데에는 이견을 다실 분이 없을 것이다. 가령 임대 매물이 50채, 임대 수요가 60가구로 예시를 들어보자. 그런데 토지거래허가제 적용으로 다주택자의 보유 매물 20채를 무주택자 20가구가 매수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임대 매물이 50채에서 30채로 줄어들고 임대 수요는 60가구에서 40가구로 줄어든다.
임대 매물이 50채, 임대 수요가 60가구였을 때의 임대 매물 경쟁률은 1.20대1이었다. 그리고 임대 매물이 30채, 임대 수요가 40가구로 줄어들었을 때의 임대 매물 경쟁률은 1.33대1이 되었다. 임대 매물과 임대 수요가 각각 20채와 20가구씩, 즉 1대1로 줄었는데 남은 임대 매물 경쟁률은 더욱 올라가게 된 셈이다. 자연스레 전월세가는 더욱 오르게 된다.
서울은 전국에서 자가점유율이 가장 낮은 도시다. 서울의 자가점유율은 44%(전국 평균은 58%). 즉, 서울시민의 56%가 남의 집에 살고 있다. 임대 매물 부족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적 특성을 안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책적 호오를 떠나서 서울을 둘러싼 규제 정책은 임대차3법부터 토지거래허가제까지 모두 전월세 매물을 줄이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최근 대통령은 작금의 공급 부족을 윤석열 정권 및 오세훈 서울시장 탓으로 돌렸다. 실제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전월세 매물 감소를 초래하는 규제를 지속 또는 되려 강화함으로써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성을 더욱 훼손시켰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가점유율이 가장 낮은 서울의 지지율 저하, 더 나아가 2030의 불만을 초래한 가장 근본적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은 이뿐이 아니다.
전세가가 안정화를 취하고 있는데 매매가만 폭등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괴리가 무한정 확대될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전세가가 안정화되면 세입자들이 무리해서 매매를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매매가와 전세가가 따로 놀았던 경우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에 한정된다. 당시는 서울의 전세가율이 역대 최저인 40% 미만을 기록할 정도로 매매가와 전세가의 괴리가 역대 가장 커서 매매가는 내리고 전세가는 오르는 정상화의 과정을 밟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가율이 50% 수준으로 중장기 평균(54%)보다는 낮으나 그렇다고 지나치게 낮은 수준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임대 매물 급감에 따른 전세가 상승은 세입자들로 하여금 매매로 움직이게 하는 동인(動因)이 된다. 그런데 정부는 임대 매물 감소를 초래하는 규제, 즉 임대차3법 및 토지거래허가제를 철회하거나 수정할 의지가 없다.
앞으로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될 지경인데 임대 매물 감소를 초래하는 규제는 내버려둔다면 세입자들이 겪는 고통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타인의 집에서 사는 비중이 제일 높은 서울은 고통의 강도가 더 클 것이다. 만일 내년초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린다고 해도 민주당이 승리를 자신할 수 있을까. 서울의 민심 이반은 지금보다 그때가 더 심할 것이다.
Why so serious..?
이재명 대통령이 착각하고 있는 지점, 아니 더 심각하게 느껴야할 지점은 다른 데 있다.
사실 서울 전세가는 수도권 입주 물량과 깊은 관계가 있으나, 서울 매매가는 입주 물량보다 더 깊은 관계에 있는 지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유동성"이다. (국토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도 수도권 부동산은 "유동성", 지방 부동산은 "공급"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M1은 현금, 예금 등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돈이며 M2는 M1 + 만기 2년 미만 금융 상품 등 짧은 만기에 묶여있는 돈을 의미한다. 따라서 M1/M2 비율이 높다는 것은 통화량 내에서 거의 이자를 받지 않고 예치해놓은 금액이 크다는 의미로, 자산 시장에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는 "유동성의 진성 에너지"라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40여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 지수 상승률이 +5%를 상회한 해 대부분의 M1/M2 비율이 29%(그래프상 파란 직선)를 넘었다는 것만 봐도 유의미한 지표라고 판단된다. 그런데 현재의 M1/M2 비율은 33% 수준이다. 유동성의 진성 에너지가 상당히 강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위 그래프의 M1과 M2의 전년 동기 비 상승률 추이를 보면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 확인된다. 빨간 선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2025년 6월을 나타내는데 그때 이후 M1과 M2 모두 증가율이 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유동성 추가 확대 이벤트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우선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유동성 확대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나 그 강도는 앞으로 더욱 커질 예정인데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및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의 막대한 성과급도 2027년 1월부터 지급되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정부는 2027년 예산을 올해보다 +13%나 늘린 821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그야말로 슈퍼 예산이다. 반도체 호황발 민간 유동성 확대뿐 아니라 세수 확대 징수분도 정부 예산으로 아낌없이 시중에 풀어낼 요량이다. 사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1년간 정부 예산이 전년 대비 +7% 이상 증가한 해는 2018~22년과 2026년이었다. 해당 기간 중 서울 부동산이 급등하지 않은 해는 2019년과 2022년뿐이었다. 그러나 2019년은 헬리오시티 및 개포, 고덕 등 대규모 입주 여파가 있던 해였고 2022년은 금리 급등이 있던 해였다. 그런데 2027년은 전년 대비 무려 +13%나 증가한 821조원의 슈퍼 예산이 편성되었다. 전년 대비 세수가 194조원이나 더 들어오는데 빚을 107조원 더 내는 슈퍼 예산이다. 그러니 이쯤 되면 유동성 공급에 진심인 정부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유동성을 확대시키는데 부동산이 안정화될 수 있을까.
물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5%를 돌파하는 등 해외 금리도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역시 이렇게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 그 어느 때보다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금리 인상 기조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최근 들어 완화되어가던 양극화는 다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각 지역별 대출 비중에 기인한다.
올해 1~7월 서울 부동산 취득 내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금 조달 방식 중 금융 기관 대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노원구(38%), 구로구(35%), 강서구(33%), 금천구(32%)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초구(9%), 강남구(9%), 용산구(11%), 송파구(14%) 등 대체로 매매가가 높은 지역의 금융 기관 대출 비중은 낮게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25억 이상 주택에는 주택담보대출 제한이 2억 이하로 설정되어있는 영향이 크다. 이를 돌려 말하면 금리 인상의 영향을 상급지가 적게 받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보유세 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상한선 설정 등이 영향을 미쳐 상급지 위주로 매물이 계속 출회되고 있고 이로 인해 상급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시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반도체발 민관(民官) 쌍끌이 유동성 공급 확대는 이제부터다. 특히 향후 최소 2~3년 이상은 연간 수억대의 성과급을 받게 될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SK하이닉스 임직원 11만여명의 존재는 새로운 부유층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들이 고르게 될 입지 중심으로 차별화 장세가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자신감은 거둬들이고 경청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
얼마전에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거품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타파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쎄다. 위에서 보듯 그동안 부동산이 급등해온 시기는 어느 정부때인가. 즉,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오른 시기는 어느 정부때인가. 부동산 버블을 키워온 주체가 그동안의 부동산 버블을 좌시할 수 없다고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것은 유감스럽다. 부동산 급등을 한가하게 전정권 탓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왜 유독 민주당 정부때 유독 집값이 폭등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지 고찰해야 한다. 공급만이 정답이 아니다. 그 정답의 일부를 위에서 제시했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또 무슨 소리인가. 문재인 정부때부터 다주택자 비중은 감소 추세를 밟고 있는데 망국적 부동산 투기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거라면 1주택자의 갈아타기를 두고 "망국적 부동산 투기"라고 일컫는 것인가. 아니면 계속 줄어들고 있는 다주택자에게 그동안의 폭등의 원인을 덮어씌우고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는 것인가. 적어도 다주택자에게 그동안의 폭등의 원인을 뒤집어씌우려면 최근 수년간 다주택자 비중이 늘었어야 한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다주택자를 때려서 집값은 안정화되었는가. 세입자의 삶은 나아졌는가.
앞서 말했듯이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본인의 행정력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행운이 따랐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부동산에 있어서는 방향 설정이 잘못 되었음을 인지하고 과감히 궤도를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오랜 기간 동안 부동산 전망을 틀려온 이들의 말이 자신에게 듣기 좋다고 계속 들을 게 아니라 "진짜 시장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시기 바란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은 부동산의 정책 방향이 잘못된 데 대한 민심의 반응이다. 국민주권정부라고 스스로를 지칭한다면 민심의 반응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경향신문 임지선 경제부장의 기고문에 나오는 문장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부동산은 계곡이 아니다"
대통령이 새겨들어야할 경구(警句)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