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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안심신탁, 집주인 수익률 4.35%가 직접 월세보다 낮은 이유

26.10.14

전월세 안심신탁은 세입자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전세금을 맡기고, 집주인은 그 운용수익을 매달 월세처럼 받는 제도입니다.


집주인 수익률은 연 4.35% 수준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법정 전월세전환율 상한(연 5.0%)보다 낮아 집주인 입장에서는 직접 월세를 놓는 것보다 수익이 적을 수 있습니다.

 

세입자는 전세로 살면서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키고, 집주인은 원하던 월세를 받는다.

 

그런데 정말 집주인들이 이 제도에 집을 내놓을까요?
 

 

 

 

제도는 선의가 아니라 이익으로 움직입니다

 

정부가 새로운 제도를 내놓을 때마다 저는 한 가지 질문부터 던져봅니다.


"이 제도에 참여하면, 참여하지 않을 때보다 확실히 이익인가?"

 

상생임대주택 특례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임대료를 5% 이내로만 올리면 양도세 비과세에 필요한 2년 거주 요건을 면제해주는 제도였죠.


집주인이 포기하는 것은 몇 년간의 임대료 인상분이었지만, 얻는 것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양도세 혜택이었습니다.


포기하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컸기에, 많은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관심을 가졌습니다.

 

반대로 취지는 좋지만 참여자가 얻는 이익이 시장에서 스스로 얻을 수 있는 수준보다 낮다면, 그 제도는 이름만 남기 쉽습니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전월세 안심신탁에 대어보면 많은 것이 보입니다.

 

 

 

전세가 사라지는 시장, 그래서 나온 제도입니다

 

안심신탁이 등장한 배경에는 빠르게 줄어드는 전세가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은 목돈보다 매달 들어오는 월세를 선호하게 됐고,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워졌습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전역으로 넓어지면서 집을 산 사람이 2년간 직접 살아야 하고, 시장에 새로 나오는 전세 물건은 더 줄었습니다.


전셋값이 오르면 전세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월세도 따라 오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갑니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바로 "세입자는 전세처럼, 집주인은 월세처럼"이라는 구조입니다.


양쪽이 원하는 것을 공공기관이 중간에서 이어주겠다는 발상 자체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월세 안심신탁은 이렇게 작동합니다

 

정부는 2026년 8월 전월세 안심신탁 도입을 발표했고, 9월 22일 HUG에 전월세 안정화기구가 출범했습니다.


10월부터 HUG 누리집과 전국 지사에서 신청을 받고, 주택과 계약 조건 검증을 거쳐 2027년 1월부터 차례로 계약과 입주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구분내용
세입자전세금을 HUG에 예탁하고 월세 없이 거주, 계약 종료 시 HUG가 보증금 반환. 소득·자산 요건 없음
집주인전세금 운용수익을 매달 월세처럼 수령 (연 4.35% 수준 논의 중, 최종 확정 전)
대상 주택시세 20억 원 이하, 위반건축물이 아닌 주택. 일반 집주인과 등록임대사업자 모두 참여 가능
계약 기간전세계약 기간과 동일하게 예탁 (갱신 시 예탁 기간도 연장)
집주인 혜택연체 위험 없음, 공실 시 최대 2개월 수익 보장, 등록임대사업자는 보증료 절감, 임대소득 분리과세 세율(현행 14%) 인하 검토 중
운용모인 전세금을 주택공급 활성화 펀드에 넣어 HUG 보증 PF 사업 등에 투자

 

세입자 입장에서는 분명 좋은 제도입니다.


월세 대신 전세로 살 수 있고, 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공공기관이 돌려주니 전세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걱정을 크게 덜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집주인입니다.


제도가 굴러가려면 집을 내놓는 집주인이 있어야 하는데, 집주인에게 이 제도가 정말 이익인지는 숫자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로 비교하면 집주인의 계산이 보입니다

 

보증금 3억 원 아파트를 기준으로, 집주인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나란히 놓아보겠습니다.

선택지적용 수익률월 수입연 수입
직접 월세 (법정 전환율 상한)5.0%125만 원1,500만 원
전세금으로 주담대 상환4.66% (이자 절감)약 117만 원약 1,398만 원
전월세 안심신탁4.35%약 109만 원약 1,305만 원
전세금을 받아 예금약 3.0%약 75만 원약 900만 원

 

숫자만 보면 안심신탁은 직접 월세보다 월 16만 원 정도 적고, 전세금으로 대출을 갚는 것보다도 조금 낮습니다.


대신 전세금을 받아 예금에 넣어두는 것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여기에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장점도 있습니다.


월세 연체 걱정이 없고, 공실이 생겨도 최대 2개월 수익이 보장되며, 세입자를 구하고 관리하는 수고도 줄어듭니다.


등록임대사업자라면 연 0.2%대의 임대보증금 보증료를 아낄 수 있고, 임대소득세율 인하까지 더해지면 실질 수익률이 연 4.7%대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만 세율 인하 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핵심은 이 장점들이 직접 월세와의 차이를 메울 만큼 큰가입니다.


연체나 공실 걱정이 적은 서울 아파트라면 그 차이를 감수할 집주인은 많지 않겠지만, 관리가 번거로운 빌라나 공실이 잦은 주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세금을 쓸 수 없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집주인이 월세 대신 전세를 놓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세금으로 대출을 갚거나, 매수 잔금을 치르거나, 다음 집을 사는 데 보태는 것이죠.


전세는 집주인에게 사실상 무이자 대출 역할을 해왔고, 그래서 월세보다 수익이 낮아도 전세를 선택해온 것입니다.

 

그런데 안심신탁은 전세금을 HUG가 보관하기 때문에, 집주인은 그 돈을 쓸 수 없습니다.


전세금을 다음 투자의 종잣돈으로 쓰는 갭투자가 원천적으로 어려워지는 구조인 셈입니다.

 

반대로 여유자금이 있어 목돈이 필요 없는 집주인은 이미 직접 월세를 놓고 있고, 그 편이 수익도 더 높습니다.


결국 안심신탁이 겨냥할 수 있는 집주인은 목돈은 필요 없지만, 직접 월세를 받으며 관리하기는 번거로운 비교적 좁은 층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입자와 집주인이 따져볼 것

 

세입자라면

① 월세 대신 전세로 살 수 있고 보증금 반환을 HUG가 책임진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② 초기에는 물량이 제한적일 수 있으니 모집공고와 대상 주택을 꾸준히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③ 전세대출 이자와 주변 월세 시세를 함께 비교해, 실제 주거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직접 계산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집주인이라면

① 최종 수익률과 세율이 확정된 뒤 세후 기준으로 직접 월세와 비교해보시길 바랍니다.


② 전세금을 대출 상환이나 다음 투자에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돈이 묶인다는 점을 먼저 고려하시면 좋겠습니다.


③ 공실·연체 위험이 크거나 관리 부담이 큰 주택이라면 안정성 측면에서 검토해볼 만합니다.

 

 

 

정책을 볼 때 던져야 할 질문

 

부동산 시장에는 앞으로도 수많은 정책과 제도가 나올 것입니다.


그때마다 "좋은 제도인가, 나쁜 제도인가"를 따지기보다 "이 제도로 누가 이익을 보는가, 그 이익이 시장보다 큰가"를 먼저 물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내 자산을 지키고 키우는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정책은 계속 바뀌지만, 사람이 이익을 따라 움직인다는 원리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 원리를 이해하고 숫자로 판단하는 습관을 쌓아가다 보면, 어떤 정책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이 분명 만들어질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3

내꺼장만
26.10.14 08:08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바라보는 시야도 중요할것같아요!!

루모스
26.10.14 10:36

아직 집주인으로서 선택하기엔 뚜렷한 이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ㅠ 감사합니다!!

꿈꾸는사피엔스
26.10.14 11:04

이렇게 하나씩 뽀개보니까 얼마나애매한 제도인지 알겠네요..ㅎㅎ 감사합니다 텔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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