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도 반걸음을 쌓아나가는 투자자, 모찌롱입니다.
"그 지역은 제가 반마당이라서요."
동료들을 만나면 꼭 한 번씩은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분위기 임장은 다녀왔는데 매물 임장을 못 했다거나, 임보를 쓰다가 사전임장보고서까지만 쓰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멈췄다거나.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뜻입니다. 앞마당 만들기를 완전하게 끝내지 못했다는 의미로 반마당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제가 월부를 시작한 21년에는 ‘반마당’이라는 개념은 없었고, 지금도 저는 ‘반마당’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마당이거나, 앞마당이 아닌 지역이거나. 둘 중 하나뿐입니다. 저 역시 월부 생활 초반에 프로세스를 지키지 못해 앞마당으로 만들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다만, 남들보다 느리더라도 반걸음씩 쌓아나가서 완성한 앞마당은 있을 수 있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반걸음’과 ‘반마당’은 전혀 다릅니다.
반걸음은 작아도 끝까지 내딛은 한 걸음을 의미하고,
반마당은 마치 결과물을 낸 것 같이 착각하게 만드는 끝나지 않은 무언가입니다.
오늘은 앞마당을 완성하기 위해 프로세스를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 오븐에 넣지 않은 빵
빵을 만든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좋은 재료를 고르고, 반죽을 치대고, 정성껏 모양을 빚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을 거친 후 오븐에 넣지 않았다면 그걸 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앞 단계를 열심히 했으니 어느정도 인정해줘야 할까요? 앞 과정이 아무리 훌륭했어도 그건 그냥 밀가루 반죽이고 밀가루 반죽을 먹을 수는 없습니다.
앞마당을 만드는 과정도 이와 같습니다. 임장의 앞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 임장, 단지 임장, 그리고 임보의 앞 단계인 사전임장보고서(지역 개요부터 입지·시세분석)를 작성하는 과정까지가 재료 준비와 반죽, 성형이라면, 매물임장(또는 전화임장)과 최종 TOP3를 선정하는 과정은 오븐에 반죽을 넣어 비로소 빵을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매물임장과 최종 결론을 내는 단계가 앞마당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인 이유는 앞 단계까지는 지역에 대한 데이터를 취합하고 내 발로 걸으며 지역을 느끼면서 ‘궁금증’을 만들고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는 과정이라면, 매물임장 및 최종결론을 통해서는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고 그래서 나는 어떤 물건에 투자할 것인가(혹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뇌과학적으로도 설명이 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과학자 로에디거(Roediger)의 연구에 따르면 기억은 정보를 넣을 때보다 꺼내서 쓸 때 단단해집니다. 이를 인출작업(Retrieval Practice)라고 부르는데, 매물임장을 수행한 후 임장지에서 투자적으로 가장 괜찮은 물건을 고르고, 원페이지를 통해 앞마당 상황을 파악하고 최종 TOP3를 뽑아내는 과정이 바로 한 달 동안 넣은 정보를 꺼내는, 즉 인출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한 달 동안 공들여 넣은 것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흐려집니다. 마무리하지 않은 지역을 몇 달 뒤 다시 펼쳐보면 처음 보는 지역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프로세스를 지킨다는 것
앞마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무리를 건너뛰는 것만큼 흔히 범하는 오류가 순서를 바꾸거나 단계를 합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시간이 없으니 분임과 단임을 하루에 같이 하고, 단지 시세부터 보고 입지는 나중에 채우는 식입니다. 아무래도 한정된 시간 내에서 효율을 추구한다는 이유에서 일 것입니다.
앞마당을 만드는 것은 ‘필름에 상을 맺히게 하는 과정’과 일맥상통합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필름에는 상이 맺히지만, 그 상은 눈에 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을 ‘잠상’이라고 합니다. 이 ‘잠상’을 우리가 볼 수 있는 ‘사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고, 정착하는 과정을 ‘순서대로’ 거쳐야 합니다. 정착액을 먼저 부으면 필름은 그냥 투명해지고 그 필름은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현상이 다 끝나기 전에 정착액을 부어도 상이 반쯤만 맺힌 채로 굳어버립니다. 각 단계에는 정해진 순서와 시간이 있어서, 서두른다고 더 빨리 선명해지지 않습니다.
임장의 단계를 분위기 임장, 단지 임장, 매물 임장으로 정해놓은 것은 앞마당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기 위함이고, 임보 역시 사전임장보고서라는 선행단계를 거쳐야 후행단계가 의미가 있게 됩니다. 순서를 바꾸거나 단계를 합치면 앞마당이라고 하는 ‘상’은 흐릿하게만 남습니다.
멀티태스킹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실제로 인간의 뇌는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입력하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 둘 다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일견 효율을 추구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얻는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양을 공부해도 하루에 몰아서 할 때보다 간격을 두고 반복할 때 장기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즉, 한 달은 필름이 온전하게 현상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고 그 시간 안에서는 반드시 순서를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 개수만 채웠다고 앞마당이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프로세스를 다 지켰는데도 앞마당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형식만 채운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 매물 임장은 몇 개를 채우면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같은 개수의 매물을 봐도 지역을 이해하는 수준은 천지차이입니다. 어떤 사람은 매물 하나하나를 보며 왜 이 가격인지, 내 돈은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판단하고, 옆 단지와 무엇이 다른지까지를 묻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개수만 세며 다음 부동산으로 이동하기를 반복합니다.
물론 매물임장의 양을 끌어올리는 것은 그자체로 의미가 있고 그 부분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후자의 경우 문제는 실제로는 앞마당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으면서 스스로는 잘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매물을 많이 보는 과정 자체에 익숙해지고, 이 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익숙함'을 ‘이해’로 착각합니다. 결국 나중에 다시 복기해보면 지역 및 단지에 대한 가치판단이 헷갈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메타인지’, 즉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능력입니다. 앞마당과 관련한 메타인지를 위해서는 다음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볼 수 있고, 이 질문은 매물임장을 하면서, 임보를 쓰면서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 (가치/가격) 내가 본 매물과 관련해서 가치 판단에 근거해서 설명할 수 있는가?
- (투자금) 이 매물에 투자한다면 내 돈은 결과적으로 얼마가 들어가게 되는가?
- (리스크) 현재 전세시장의 분위기와 공급상황을 고려했을 때 해당 매물에 따라오는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가?
| 간극 앞에서 멈칫하는 분들께
여기까지 읽고 숨이 막히는 분도 계실 겁니다. 지금의 나와 지켜야 할 프로세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처음엔 그랬습니다. 직업 특성 상 연초에는 주말을 포함해서 일에만 전념을 해야하고, 이 기간 동안은 앞마당을 만드는 것이 물리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 시기에 억지로 앞마당을 만드려는 욕심에 임장과 임보 스케줄을 끼워 넣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합니다. 분임, 단임 몇 번과 쓰다 만 임보 몇 장, 바로 '반마당'입니다. 저는 반마당 하나를 만드느니 차라리 업무에 집중한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 온전한 한 달로 앞마당 만들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마인드입니다. 목표는 '완벽하게'가 아니라 '끝까지'입니다. 할 수 있는 만큼으로 걸음의 크기를 줄여도 되고, 그마저 어려운 시기라면 아예 멈추고 때를 기다려도 됩니다. 둘 다 괜찮습니다. 안 되는 것은 걸음을 내딛는 척만 하는 것입니다. 의도를 갖고 멈춘 사람은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지만, 시늉만 하는 사람은 자신이 이미 출발했다고 그리고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둘째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것'과 '생략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앞마당을 만드는 기간에는 나름의 세부계획을 세우되, 그것이 완벽하게 지켜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계획이 밀리는 것도 당연히 괜찮고 꼭 한 달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밀린 단계를 건너뛰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은 안 됩니다. 늦더라도 채워야 할 칸을 채우고 다음 칸으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묵묵히, 하나씩이요.
방향만 제대로 잡혀 있다면 중간에 흔들리고 좌절하는 것은 실패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흔들림은 거름이 되어 결국 나의 실력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 마치며
앞마당 하나를 쉽게 가지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못 할 일도 아닙니다. 멘토, 튜터님들 모두 익숙하지 않은 처음이 있었고 26년 현재 부침을 겪고 있는 부린이와 다르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열심히 하는 시늉만 하면서 "이 정도면 되지"라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일입니다. 어쩌면 반마당이라는 말 자체가 그 정당화를 위해 만들어진 단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투자 실력은 쌓이지 않고, 뭐가 문제인지 모른채 시장에서 조용히 밀려나게 됩니다.
작아도 좋으니 끝까지 꾸준히 반걸음을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결국 앞마당이 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