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꼭 000만원 저축을 하겠어!”
굳게 다짐하며 가계부 앱을 다운로드 합니다.
첫 주에는 꼬박꼬박 기록합니다.
둘째 주부터 빠지는 날이 생기고, 몇일에 한 번씩 몰아서 입력하다보니 어디서 쓴 돈인지 기억이 안 나기도 합니다.
어느 날 부턴 어플의 알림을 끕니다.
앱은 폰 구석에 한참 있다가 삭제됩니다.
요령도, 방법도 없이 돈 모으기를 처음 시작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을 때 제 모습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한국리서치조사에서 성인 1000명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새해에 사람들이 잡는 목표 1위는 운동, 2위는 다이어트, 3위는 저축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저축을 목표로 세우지만 여전히 “목표”에만 머물고 있는 이유는, 아무리 다짐을 해도 저축목표가 곧 작심삼일 실패로 돌아가기 일쑤여서일 겁니다.
이쯤 되면 많은 분들이 "나는 의지가 약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제 경험 상, 저축은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과 시스템을 갖춰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야 습관이 자리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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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UCL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행동을 하루 한 번, 84일 동안 반복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얼마나 자동으로 느껴지는지 매일 기록하게 하여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잡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연구 결과, 행동이 자동화된 습관으로 자리잡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66일이었습니다. (가장 빠른 사람이 18일, 가장 느린 사람은 254일)
만약 여러분께서 저와 비슷하게 가계부 어플을 2달이 채 안 되어 지웠다면 새 행동이 가장 어색한 구간을 넘어서지 못하고 멈췄다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이 구간을 의지력 만으로 넘어가려면 매일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돈 쓰고 싶을 때마다 매번 참아야 하니까요.
카페 앞에서 한 번,
배달앱 앞에서 한 번,
장바구니 앞에서 한 번 참아야 합니다.
그러다 야근한 날이나 기분이 가라앉아 참을 힘이 남아 있지 않은 날에는 목표가 무너지고 맙니다.
기껏 세운 목표가 작심 삼일로 돌아가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역시 안 되나봐” 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렇게 이 말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저축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월급으로 꾸준히 모으는 사람들이 매달 참는 힘을 더 많이 쓰는 건 아닙니다. 이분들은 참아야 하는 순간이 오지 않게 구조를 짜 둡니다. 도대체 어떤 구조를 짜 둬야 꾸준하게 저축을 해 나갈 수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1단계 트리거 : 월급날을 저축하는 날로 정합니다
습관은 시작 신호가 있어야 굴러갑니다. 하지만 "여유가 생기면 저축해야지"에는 신호가 없습니다. 여유는 언제 올지 알 수 없거든요. (심지어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마다 돈 쓸 곳은 매번 생기거든요. 연봉이 오른다고 해서 저축이 늘어나진 않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저축을 하려면 “오늘이 저축하는 날이다” 하고 딸깍 스위치를 켜는 트리거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직장인이라면 월급이 들어오는 날을 신호로 쓰면 편합니다. 매달 같은 날 확실하게 오기 때문이고, 각종 보험료 대금결제 등으로 돈이 빠져나가기 전 내 통장이 가장 “빵빵”하게 차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입금일이 들쭉날쭉한 프리랜서, 자영업자라면 입금을 확인한 당일이나 매달 1일을 신호로 삼으시면 됩니다.
2단계 시스템 : 내가 안 해도 저축액이 알아서 빠져나가게 합니다
신호가 정해졌으면 다음 행동은 시작 날짜(월급날)에 맞춰 자동으로 일어나게 합니다.
저는 월급날 당일에 저축통장으로 돈이 보내지도록 자동이체를 걸어 두었습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저축할 돈은 이미 빠져나가 있고, 저는 남은 돈으로 생활합니다.
오늘 기분이 어떻든 야근을 했든, 제 의지력과는 무관하게 저축은 진행됩니다. 선저축을 한 뒤 남은 돈을 쓰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자동이체를 설정할 때 이체일은 월급날 당일, 혹은 그 다음날로 합니다. (선저축 날짜를 미루면 미룰수록 통장에 있는 돈이 “써도 되는 돈”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금액은 작게 시작해도 됩니다. 완벽하게 준비를 갖춰 실행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번 달 바로 시도해보는 것, 그리고 작은 시도들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저축액이 먼저 빠져나가고 나면, 남아있는 잔액을 고려하여 소비하는 것이 점차 습관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생활비가 20만원 남았는데 오늘이 25일이라면, 대형마트 장볼 때 좀 넉넉하게 장바구니를 채워도 되지만 반대로 오늘이 15일밖에 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하루에 평균 1.5만원 이내로 줄이지 않으면 이번 달 생활비가 모자를 수 있겠다”와 같은 생각을 하며 쓰는 것입니다.
먼저 저축액을 떼어 놓고 남은 돈 안에서 지출하는 습관은 돈을 모을 때 굉장히 강력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월 저축액을 한 달 만에 +200만원까지 끌어올린 한 수강생분의 사례가 있는데, 실제 이 시스템을 적용하려 고민하시는 분들께 현실적인 도움이 될테니 꼭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s://weolbu.com/s/Ru4w4sKNeY

3단계 리워드 : 지켰을 때 보상을 받습니다
저축은 보상이 멀리 있는 행동입니다. 돈이 쌓여서 생기는 만족감은 몇 달 뒤에야 오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저축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를 이어줄 작은 보상이 있으면 한 달 한 달 이어가기가 수월해집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아는 수강생 한 분은 웹툰 소액결제를 보상으로 씁니다. 웹툰을 이어서 보려면 소액결제를 해야 하는데, 저축을 먼저 하고 용돈을 쓴 뒤, 한 달 용돈에서 남은 금액만큼만 결제해서 본다고 하시더라구요. 저축을 해야 볼 수 있는 웹툰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보상을 무엇으로 정할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각자마다 지출했을 때 만족을 느끼는 항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상을 정할 때 이 두 가지는 꼭 지키셔야 합니다.
첫째. 금액을 작게 잡습니다. 보상이 커지면 저축액을 깎아 먹기 때문입니다. (지출 적게 하고, 보상 많이 해서 결국 전 달 대비 총 지출액이 줄지 않는다면 저축으로서의 의미가 없습니다. ^^)
둘째. 한 달이 시작되기 전 보상의 범위는 미리 정합니다. 예를 들어, 월 5만원 이내 혹은 월급의 5% 이내 등과 같습니다. 이걸 정해두지 않으면 보상 소비가 곧 충동 지출로 번지기 쉽기 때문에 반드시 보상범위를 미리 설정하고, 내가 정해둔 범위 내에서 지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년 뒤 돈이 쌓이는 통장을 위해 : 오늘 해볼 두 가지
위의 세 단계를 통해 여러분의 통장에선 월급이 들어오면 저축이 먼저 빠져나가고, 남은 돈으로 한 달의 소비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한 달을 무사히 채우면 정해 둔 보상을 하나 누립니다. 아침마다 오늘은 참자고 다짐하던 일은 이제 없고, 돈이 어디로 들어오고 나가는지가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게 되실 거예요.
이렇게 12개월이 지난 뒤 통장을 열면 신경 쓰지 않았던 돈이 쌓여 있습니다. 매달 같은 날, 같은 금액이 들어간 기록입니다. 여러분의 저축의욕이 충만한 날도, 기분이 안 좋은 날도 차곡차곡 매월 저축액이 쌓여왔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돈을 모으면, 일단 돈 모으는 일에 쓰는 에너지가 줄어듭니다. 카페 앞에서, 배달앱 앞에서 하던 고민이 사라지기 때문이에요. “살까, 말까” 하는 자기와의 싸움보다는 “내가 정한 구조 안에서 지출하는 습관”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이 올바른 방향입니다.
또한, 매달 모이는 금액이 일정해집니다. 제가 많은 수강생분들과 개인 상담 및 코칭을 진행해왔는데, 돈 모으기를 어려워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매월 / 매년 얼마를 모으는지 가늠하는 것부터 어려워 하신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기분이 좋은 달에는 많이 모으고 힘든 달에는 못 모으기 때문에 저축액이 들쭉날쭉 하거든요. “매월 저축액 200만원” 이라고 적어주셨지만, 실제 작년 한 해의 저축액은 1000만원밖에 되지 않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선저축 시스템이 습관으로 자리잡으면 이런 들쭉날쭉함이 줄어듭니다. 야근이 이어진 달에도, 지출이 몰린 달에도 같은 날 같은 금액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 통장을 위해 여러분께서 해 보실 일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월급일 기준으로 자동이체를 설정해 보세요. 은행 앱을 열어 월급날 당일로, 부담 없는 소액으로 걸어 두는데 5분이면 끝납니다. 매월 조금씩 금액을 올려가며 추가 저축을 시도해보셔도 좋습니다.
둘째, 한 달 성공 시 받을 보상 1개를 미리 정합니다. 메모 앱에 "이번 달 저축 성공하면 ○○" 한 줄만 적어 두세요. 커피 한 잔도 좋고, 보고 싶던 웹툰 한 편도 좋습니다.
이 두 가지가 끝나면 저축 구조의 뼈대가 완성됩니다. 남은 일은 월급날을 기다리는 것 뿐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께서 1년 뒤 돈이 차곡차곡 모여있는 통장을 쥐게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열심히 버는데 왜 통장은 그대로일까? 새는 돈 막기부터 종잣돈 목표 세우기까지의 현실 저축 가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