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재건축 가능성 가장 높대.
새 아파트 될 때까지 몸테크로 버텨야지."
지난 2018년 대세 상승기 초입,
직장 선배가 유독 낡고 허름한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을 때 선배가 알려준 답이었습니다.
그때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시장은 무섭게 불타올랐습니다.
내 예산에 맞는 구축 아파트 단지를 보며,
마음 한구석엔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되면 대박 나겠지?'라는
기대감을 품고 집을 사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저 역시 2021년 당시 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찾아 헤맸습니다.
내가 원하는 서울 아파트는 너무 비쌌고,
결국 가격에 맞춰 눈을 낮춰 구축 단지를 보러 갔습니다.
낡은 복도와 주차장을 보며 '이거 사도 괜찮은 거 맞을까?' 라는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한 생각을 억지로 눌러준 것은
결국 주변에서 들려오는 '달콤한 호재 이야기'였습니다.
"아파트 주변에 개발 호재가 많아서 무조건 좋아진대."
"재건축은 안 되지만 리모델링 되면 지금보다 몇 억은 더 오르니까 지금 사야 해."
구축은 살기 싫고, 신축 가기에는 돈이 많이 들고...
결국 내 돈에 맞는 집을 사면서 '추후 신축이 될 아파트'라는 환상으로 스스로를 위안 하는 모습.
비단 저 뿐만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최근 1년 뒤 결혼한다는 제 사촌동생마저 "재개발 추진 중"이라는 말에
빌라를 매수하는 것을 보며, 이 심리는 똑같이 반복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1. 지금 '정비사업 호재'만 보고 들어가도 괜찮을까?
현재 아파트 매물은 잠겼고 공급은
역대급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아파트 전세 물건도 없는 시장이 되다 보니,
최근 뉴스 기사를 보며 깜짝 놀랄 만한
현상을 목격했습니다.

과거 전세 사기로 인해 '빌라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빌라 전세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죠.
그런데 이제는 갈 곳이 없어지니 빌라 포비아라는 말은 쏙 사라지고,
아예 '아파트 포기'라는 단어가 뉴스에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임대 물건이 없다는 현실을 피부로 알게 되니,
거주가 필요하신 분들은 '빨리 사야겠다'며 조급해지거나,
아예 '이번 장은 한번 쉬고 다음에 사자'라며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축은 살기 싫고 신축은 살고 싶은 마음에
재건축, 리모델링 호재가 있는 단지에 기웃거리게 되는 건
사람 심리이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새것이 되면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른다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고, 새 아파트가 비싸다는 건 누구나 아니까요.
그래서 '재건축·리모델링'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 상황에서 정말 사는 게 맞을까요?
2.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디'에 있느냐가 전부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건축이 되고 리모델링이 되는 문제는
내가 어떤 단지를 사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즉, 어느 위치(입지)에 있는 단지를 사는지가 핵심입니다.
무조건 신축 아파트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최근 한강변인 서울 용산구의 '이촌 르엘' 리모델링 단지가
일반분양으로 88세대 물량을 내놓았는데,
100%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리모델링이라고 하면
"수평으로 증축되어 내가 살던 동호수를 그대로 받고,
구조가 앞뒤로만 늘어나 동굴 평면이 되니 재건축보다 별로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촌 르엘은 완판되었을까요?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없는 탓도 있지만,
현재 분양가가 기축 대비 비싸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촌 르엘의 '위치'가 너무나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엄청난 수요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정비사업 방식의 한계를 입지가 이겨버린 셈입니다.
부동산에서 이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땅의 가치'입니다.
3. 사람들이 좋아하는 '좋은 땅' 찾는 방법
가장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네이버 부동산을 켜놓고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어디인가요?
바로 강남 3구, 그중에서도 강남구 압구정동이 가장 비쌉니다.
왜 압구정이 가장 비싼지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수요입니다.
그럼 왜 수요가 많을까요?
위치가 좋아서입니다.
강남 중심 업무지구와도 가깝고,
한강과도 바로 붙어 있고,
여기에 '압구정'이라는 독보적인 주거 브랜드가 결합해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도 이렇게
모두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가진 위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강남과 가깝기만 하면 될까요?
무조건은 아닙니다. 가깝다고 아무거나 살 수 없습니다.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정작 사람들이 선호하는 인프라가 없어
대중의 수요가 없는 단지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비사업 아파트를 사야 한다면?
내가 가진 예산 때문에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구축 아파트를 사야만 한다면,
막연한 기대감을 내려놓고
다음 사항들을 냉정하게 알아보셔야 합니다.
실제 진행 단계:
단순히 플래카드만 걸어놓은 초기 단계인가,
실제로 조합이 설립되고 인허가를 받으며 실현되고 있는가?
분담금의 현실성:
막상 영끌해서 매수했는데,
나중에 감당 못 할 분담금 폭탄이 떨어져 내 집을 지키지 못하고
현금청산 당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공사비가 얼마인지 꼭 따져봐야 합니다.
기회비용 계산:
"지금 사놓고 나중에 팔면 차익이라도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시나요?
가격이 안 오르면 차익은 없습니다.
오히려 사업이 수년간 멈춰 서면서 기회비용만 날릴 수 있습니다.
그 돈을 차라리 다른 곳에 투자해 불리는 게 훨씬 이득일 수 있습니다.
결국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진행되려는 아파트를 볼 때는
내 자금 여력과 사업의 현실성을 맞물려 보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끝으로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작은 배움이 필요합니다.
인생의 큰 결정에 있어서는
반드시 배움을 통한 선택을 하셨으면 합니다.
3년 뒤, 5년 뒤 덜 후회하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이 영역을 잘 알고 있는가'를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잘 모른다면 조금이라도 배우고 시작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며 대중의 분위기에 휩쓸려 선택하면,
이후에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
지금 당장 거창한 공부를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강의를 듣어서 작은 배움을 통해,
3년 뒤 5년 뒤의 후회를 줄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