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루쌓기입니다.
지난 주 잔금하면서 느낀점이 있어서 남겨보려고 합니다.
잔금하면서 에피소드가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매도인에 관한 이야기고 나머지 하나는 법무사님과의 이야기입니다.
법무사님과의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 것으로 하고 이번에는 매도인을 보며 느낀점을 먼저 남겨 보겠습니다.
1호기를 매수할 때 매도인과의 가격협상이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제가 본 매물의 가격은 n.5억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매도인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다른 부동산에 전화해서 매도인의 상황을 캐보려고 하니 매도인은 매수세가 붙었다고 판단하고 다시 n+1억원으로 가격을 올리고 싶어했습니다.
그 이유는 매도인 측 남편은 n.5억원이 너무 싸다고 판단해서 아쉬워했고, 매도인 측 부인은 더 늦기 전에 상급지로 갈아타고 싶었는데 부부 간에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오락가락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아내의 입김이 세게 작용했고 저는 시행착오 끝에 n.35억원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계약일 당시 부부가 함께 부동산에 나타났습니다. 해당 매도인은 저랑 연배가 비슷한 80년 초중반생인 부부였습니다.
아내 분은 한결 밝은 표정으로 제게 같은 동네에 산다며 몇 차례 말을 붙여줬습니다. 그런데 남편 분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내내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얼굴 표정자체가 굳어 있다고 할 만큼 누가 봐도 이 물건을 팔기 싫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꼼꼼히 계약서 내용을 확인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2개월 지난 후 잔금을 치뤘습니다. 이번에는 남편 분이 함께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내 분 표정은 역시나 밝은 듯 보였습니다. 원했던 상급지로 갈아타기로 성공하셨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법무사님이 오셨습니다. 법무사님은 매도인께 양도소득세를 신고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매도인은 그걸 어떻게 하면 되는지 사장님과 법무사님께 질문하며 본인이 시간이 없으니 오늘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저는 그걸 보며 자기 집을 매도한다는 사람이 양도소득세 신고하는 법도 미리 확인하지 않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본인 세금을 신고하는데 시간이 없다고 이야기가 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는 법무사님께 취득세를 직접 납부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걸 본 매도인 측 부인은 눈이 휘둥그래지며 제게 물었습니다.
매: “직접 내면 금액이 더 싼 건가요?!”
쌓: “아니요 ^^ 큰 돈이라서 제가 직접 내려고 하는 겁니다.”
저는 짧게 대답을 드린 후 장기수선충당금 그리고 관리비 예치금 등 필요한 정산을 마치고 잔금이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장님이 어떤 예고도 없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사: “사장님 그 가격에 정말 잘 사셨어.”
쌓: “네? 무슨 말씀이세요. 그 뒤로 n.0억원에 실거래 찍힌거 모르세요?”
사: “그거 우리가 사려고 했던 거잖아.”
쌓: “그러니까요, 그런데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데 갑자기 매도인 측 부인이 얼굴이 빨개지며, 이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행복하게 잘 사세요. 그런데 많이 올랐더라구요. 좋으시겠어요.”
??? 이거 무슨 상황인건지 싶었습니다. 매도인은 부동산을 나갔고 사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싼 가격보다 0.35억원 더 싼 n.0억원의 실거래가 찍히고 다시 한달 뒤 n+1.2억원에 실거래가 찍혔는데, 매도인이 그 실거래가를 보고 사장님께 전화를 수도 없이 하며 원망 섞인 이야기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부동산으로부터 너무 싼 가격에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원망의 크기가 더 커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께서 일부로 더 낮게 거래된 물건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제가 털어 놓았습니다.
저는 자초지종을 듣고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더 싸게 거래된 저층 물건을 알면서도 함께 대안을 붙이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 했는데, 매도인은 그 거래는 안중에도 없고 본인이 손해 봤다는 관점 하나에만 꽂혀 손실회피편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상급지로 갈아타기를 했다면 상급지 물건의 가격은 더 올랐을테고 우리는 윈윈 거래를 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는 매도인이 산 물건이 오피스텔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네? 오피스텔이요..? 왜요..? 그 오피스텔이 어떤 오피스텔인지 모르므로 가치를 알 수 없지만 아무리 상급지라고 해도 아파트, 그리고 빌라보다 가치가 덜한 것이 오피스텔이라고 배운 저는 그러한 결정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제 감이지만 매도인은 자신보다 사정이 나쁘지 않은 매수인에게 가격을 협상해 준 것을 “당했다” 라고 생각하는 눈치였습니다.
실제로 저는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깎기 위해 돈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하긴 했지만 충분한 돈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었고 그건 상대방을 속이기 위함이기 보다는 한푼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고 싶은 저의 목표에 따라서 나온 행동이었습니다.
매도인은 덜 가치 있는 물건을 싸게 팔고 더 가치 있는 물건을 싸게 산 행위가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어떠한 근거도 없이 그저 자신이 더 높은 가격에 물건을 팔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 결과가 자신에게 엄청난 손해를 안겨 주었다는 관점 하나에 꽂혀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애꿎은 사장님에게 화풀이를 하며 지난 일을 놓아주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여 졌습니다.
여기에 하이라이트는 이 다음에 있었습니다. 매도인은 잔금을 치루고 나서 10분정도 뒤 사장님께 전화하며 중개수수료 문제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법정수수료율이 0.5%인데 사장님께서 앞서 0.4%로 해준다는 약속을 했다며 0.4%를 초과해서는 절대 수수료를 지불할 수 없다며 모든 불편한 감정을 다 쏟아내고 언성을 높여 통화를 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제발 그러지 말라며 자기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단언했고, 녹음한 것을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스피커폰을 틀며 매도인과 정신 없이 다투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제가 1호기 계약서를 쓰기 전에 중개수수료 200만원을 깎아 주셨습니다. 한번은 가격협상이 너무 길어지자 제가 원하는 n.3억원으로 네고가 어려우니 n.35억원으로 최종 도장을 찍으면 본인이 수수료 100만원을 깎아주겠다며 저를 설득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가계약금을 보내러 가기 전 집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도배 장판 등 하자로부터 제가 100만원의 추가 협상을 요구했지만, 매도인이 단칼에 거절하고 납득이 되지 않은 태도를 보였고, 그로 인해 제가 계약을 그르치려는 태도를 보이자 사장님은 자신의 수수료 100만원을 추가로 깎아 주겠다며 저를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강의에서 복비를 깎지 말라고 배웠지만 결과적으로 중개수수료 200만원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반대로 중도금 시 돈 계산을 잘못해서 퇴직연금 일부를 중도인출하며 제 돈 200만원을 그대로 까먹은 일도 있었습니다. 너무 아깝습니다 ^^;;)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 사장님이 제게 수수료를 깎아준 사실을 매도인에게 어디까지 인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해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것은 매도인에게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것이었고, 안 그래도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 매도인의 화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일으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만약 계약을 하기 전에 자신이 그런 노력까지 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을지라도 지금과 같이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사장님께 힘내라는 말씀을 드리고 유유히 부동산을 나왔습니다. 옆에서 다투는 실제 상황을 스피커 폰으로 듣고 있자니 온갖 불쾌한 감정이 다 느껴져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동시에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하나의 관점에 꽂혀서 수수료 100만원 때문에 저렇게 감정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습니다.
매도인은 6월 이후 매도건에 대해서는 자신이 재산세를 부담한다는 것을 아직도 모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재산세만 100만원 수준으로 부과될 것인데 어떠한 공부도 없이 그저 눈앞에 이익과 손실만 쫓음으로 인해 사장님께 정당하게 드려야 할 법정수수료율을 다투고 있는 매도인의 모습을 보니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 이 글을 쓰면서, 내가 타인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부동산 투자를 공부하고 실행한 것은 아닌데, 이 게임의 현실은 제로섬이며 내가 얻는 것이 있으면 상대방은 잃는 것이 있는 아주 냉혹한 자본주의 게임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 너나위 멘토님께서 내집마련기초반 강의에서 과거 한창 투자할 시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자고 다짐했다는 말씀이 떠오르게 됐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등기 밖에 없고, 소중히 아끼고 정성껏 모은 피 같은 종잣돈을 좋은 곳에 뿌려 놓고 그렇게 수확한 이익이라는 결과를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천재 앞에서 주눅들지 마라. 최고의 카드패를 쥘 사람은 약 260만 명 중 한 명이다. 하지만 포커에서 그런 카드패를 갖고 있지 않아도 당신은 이길 수 있다. 그저 포커 게임에 참석한 사람들보다 조금 더 좋은 패를 갖고 있으면 된다.
돈을 번다는 것은 다른 보통 사람들과의 게임이지 당신보다 크게 잘난 사람들과의 게임이 아니다. 부자가 되는 데는 신이 내린 어떤 재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학벌도, 배경도, 자격증도 큰 도움이 안 된다.
부자가 되는 길을 걷고자 한다면 그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결국 그것은 다른 보통 사람들과의 게임일 뿐이다. 보통 사람들과의 게임이기에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는 우리가 속한 분야에서 다른 보통 사람들과 경쟁하여 이기면 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이 놀 때 놀지 말고 그들이 잠잘 때 잠을 덜 자고 그들이 쓸 때 덜 씀으로써 목돈을 준비하고 기회를 찾으면 된다. 현재의 위치에서 미래를 미리 계산하여 보고 미리 포기하는 그런 사람들이 당신 주변 사람들이며 그들은 그저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연예인이나 정치인, 스포츠 선수들, 컴퓨터 게임, 채팅. 명품 브랜드, 경마 등에 무지 관심이 많다. 당신이 하는 게임은 바로 그런 사람들과 하는 것이다.” -세이노의가르침중-
이번 1호기를 할 때 가격협상 시 참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매도인의 행동으로부터 이 물건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 지 마음을 읽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정말 엄청난 투자고수와 심리전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냥 보통의 사람과 협상을 했었고, 상대방의 생각의 범주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상식에서 판단했으면 됐고, 대안과 시간이 있었으면 제게 유리했던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때의 시장 분위기였습니다. 결국 시장 분위기가 가장 중요했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됐었습니다. 생각이 정리되니 이 글을 쓰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보통의 사람들과 하는 전쟁에 참여하고 있고, 매일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며 성실히 하루를 보내면 누구나 목표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절대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와 우리 하루쌓기조장님 글 너무 잘쓰시네요 천재와 하는싸움이 아닌 보통사람과하는 이게임. 저도 잔금치르면서 계약일과 잔금일 낮빛이 다른 매도인을 볼수있었는데요. 공감 많이하며 갑니다. 좋은글 감사드려요♡
안녕하세요. 하루쌓기님!
좋은 글을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쌓기님의 글을 인기글로 지정하였습니다. *인기글 지정시 제목이 잘리지 않도록 일부 수정될 수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거나 의견은 언제든지 고객센터로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참고로 원래 제목을 인기글 지정 해제 후에 다시 바꾸시거나, 기억하실 수 있도록 남겨드립니다. ^^)
원제목 : 잔금하면서 느낀점 [하루쌓기]
-월부 커뮤니티 운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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