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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할수록 내 집 마련을 먼저 해야 하는 이유

26.06.19 (수정됨)

집값은 부담스럽고, 대출 이자는 무섭고, 그렇다고 전세로 계속 사는 것도 불안하죠. "지금 무리해서 사야 하나, 더 모으면서 기다려야 하나" 그 사이에서 답을 못 내리는 분이 정말 많아요. 

 

특히 종잣돈 1~2억 정도를 모은 직장인이라면 이 고민이 더 클 거예요. "이걸로 집을 사기엔 부족한 것 같고, 그렇다고 더 모으자니 그사이 집값은 또 올라 있을 것 같고." 이 두 마음이 동시에 드니까요. 모아둔 돈은 어중간하고, 뉴스에서는 지금이 고점이다, 곧 떨어진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같은 말이 매일 엇갈리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고 결정만 자꾸 미루게 됩니다.

 

오늘은 이 두 마음 중 하나를 먼저 정리해드리려고 해요. 그런데 "집을 사야 한다"는 결론부터 던지지는 않을게요. 그게 왜 하필 '평범한 사람일수록' 더 급한 문제인지 그 이유를 먼저 이해하면 나머지 판단은 훨씬 쉬워지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딱 하나만 짚어보겠습니다. 평범한 사람일수록 왜 내 집 마련을 먼저 해야 할까요?

 

돈 많은 사람은 집이 없어도 됩니다

 

예전에 매출 규모가 꽤 큰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님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분은 자기 명의의 집이 없었어요. 사는 곳은 월세였고, 자산은 대부분 빌딩과 금, 달러에 넣어두고 있었죠. 회사에서 현금이 계속 들어오니 굳이 내 집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했어요. 처음엔 저도 의아했어요. "저렇게 여유 있는 분이 왜 집을 안 사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해가 됐어요. 그분에게는 이미 흔들리지 않는 현금 흐름이 있었거든요. 전세금이 오르든, 이사를 가야 하든, 그분의 삶은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언제든 더 좋은 집을 빌릴 수도 있고 자산도 계속 불어나니까요. 이런 분에게 내 집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선택지예요.

 

하지만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정반대예요. 가진 게 많지 않을수록, 내 집 하나가 흔들리지 않는 ‘등대’가 되어줍니다. 월급은 정해져 있고, 전세금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르고, 이사 시점도 내가 정하지 못하는 상황. 이 불안정함을 잡아주는 게 바로 내 집입니다.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내 집은 '선택'이지만, 평범한 사람에게 내 집은 '기반'입니다. 가진 게 적을수록 더 일찍 더 먼저 챙겨야 하는 이유예요.

 

그런데 한번 솔직하게 생각해보세요. 지금 이 순간도 2년 뒤 전세금이 얼마나 오를지 모르는 채로 그냥 살고 있지 않으신가요? 불안하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은 아니야"라며 결정을 미루고 있을 수도 있는지. 그 미룸 자체가 사실은 이미 하나의 선택입니다.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기'를 선택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 선택은 집이 있는 사람보다 지금의 나에게 훨씬 더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세 가지로 짚어볼게요.

 

 

평범할수록 집부터 사야 하는 이유 3가지

 

· 첫 번째 — '오를지 모르는 전세금'이 '정해진 이자'로 바뀝니다.

무주택일 때 가장 불안한 건 2년 뒤 전세금을 얼마나 올려줘야 할지 모른다는 거예요. 2년 후에 5천만 원을 올려달라고 할지, 1억을 올려달라고 할지, 아니면 아예 나가달라고 할지 알 수가 없죠. 이 '모름'이 사람을 가장 지치게 합니다.

 

내 집을 사면 그 불확실한 금액이 매달 정해진 대출 이자로 바뀝니다. 금액이 고정되면 한 달 지출이 명확해지고 저축 계획도 세울 수 있어요. "매달 얼마가 나가는지 정확히 안다"는 것만으로도 생활의 안정감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실제로 사람들은 전세금 올려줄 돈을 모을 때보다 매달 이자를 내야 할 때 더 독하게 아껴 씁니다. 전세금은 '언젠가 올려줘야 할 막연한 돈'이라 미루기 쉽지만 대출 이자는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강제성이 있거든요. 강제성이 다르니 저축 강도도 달라지고 결국 자산을 모으는 속도까지 빨라집니다.

 

· 두 번째 — 그제서야 '투자'를 시작할 수 있어요.

주식 투자의 대가 피터 린치도 책에서 주식에 투자하기 전에 '내 집이 있는가'부터 물어보라고 했어요. 의외죠? 주식 전문가가 주식보다 집을 먼저 말하니까요. 하지만 이유가 있어요. 거주가 불안하면 돈이 묶일까 봐 제대로 된 투자를 못 합니다. 언제 전세금을 올려줘야 할지, 언제 이사 비용이 들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목돈을 길게 묻어두기가 어렵거든요.

 

반대로 내 집과 원리금 상환 계획이 잡히면 '남는 돈으로 매달 얼마를 연금이나 주식에 넣겠다' 같은 계획이 비로소 가능해져요. 우리 집의 수입과 지출이 명확해지는 순간 그다음 스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월 50만 원씩 연금저축에 넣을지, 미국 주식에 넣을지, 금이나 달러를 사둘지. 이런 구체적인 선택은 거주가 안정된 뒤에야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주택담보대출을 갚아 나가는 것 자체가 일종의 강제 저축입니다. 매달 원금을 갚을 때마다 내 집에 대한 내 몫이 조금씩 커지는 거니까요. 투자를 안정적으로 오래 하고 싶다면 그 출발선에 내 집을 두는 게 순서입니다.

 

· 세 번째 — 시간이 대출의 무게를 깎아줍니다.

이게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물가가 오르면 내가 빌린 돈의 '가치'는 줄어들어요. 갚아야 할 금액은 그대로지만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줄어드니까요.

 

예를 들어 5년 전에 빌린 5억 원과 지금의 5억 원은 같은 5억이 아니에요. 그동안 물가가 올랐다면 지금의 5억 원은 5년 전만큼의 가치를 갖지 못합니다. 빚의 '숫자'는 그대로지만 그 빚을 짊어진 체감 무게는 시간이 갈수록 가벼워지는 거예요. 아래 실제 사례로 보면 더 와닿을 거예요.

시점

집값

대출(고정)

집값 대비 대출 비중

7년 전 매수

8억 원

4억 원

약 50%

현재

15억 원

4억 원

약 26%

7년 전 8억 원에 산 아파트가 지금은 15억 원이 됐어요. 빌린 4억 원은 그대로인데, 집값이 오르니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서 26%로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원금을 조금씩 갚았다면 그 비중은 22% 수준까지 더 내려가요.

 

쉽게 비유하면 이래요. 짜장면값이 5천 원에서 1만 원이 되는 사이 4억 원이라는 빚의 체감 무게도 절반으로 가벼워진 셈이에요. 내가 한 일은 그저 집을 사두고 시간을 보낸 것뿐인데 물가 상승과 집값 상승이 양쪽에서 일을 해준 거죠. 이게 평범한 사람이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어요. 그래서 당신의 상황으로 바꿔볼게요. 지금 전세 5억에 살고 있는 분을 예로 들어볼게요. 올해 집을 사지 않으면, 2년 뒤 전세 재계약 때 얼마를 올려줘야 할지 모르는 채로 또 한 번 그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이번엔 얼마를 올려달라고 할까,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지" 하는 고민을 반복하는 거죠.

 

반대로 올해 감당 가능한 대출로 집을 샀다면 2년 뒤엔 그 고민 대신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 달 원리금 다 냈다. 이제 남는 30만 원, 연금저축에 넣어볼까?" 막연했던 불안이 매달 정해진 숫자로 바뀌는 순간 처음으로 잠을 제대로 잔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집 한 채가 주는 건 자산 이전에 내 삶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2년 뒤의 나를 불안에 남겨둘지, 통제감 안에 둘지 — 그 갈림길이 사실은 지금 이 결정에 달려 있어요.

 

다만 한 가지는 꼭 짚고 갈게요. 모든 집이 이렇게 오르는 건 아니에요. 어떤 곳은 7년 전보다 가격이 떨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두기만 하면 된다'가 아니라 '오를 집을 고르는 눈'이 함께 필요합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첫째,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며 전세로만 버티는 거예요. 조금만 더 떨어지면, 조금만 더 모으면 하다 보면 진입 시점은 계속 미뤄지고 그사이 전세금은 또 올라갑니다. 완벽한 바닥은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어요. 그 바닥을 기다리는 동안 기회비용은 계속 쌓입니다.

 

둘째, 모든 집이 다 오른다고 믿는 것. 2017년 2.3억 원이던 어떤 아파트는 지금 1.6억 원이에요. 이런 집은 오히려 대출 비중이 높아져서 인플레이션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손실이 됩니다. 그래서 무작정 아무 집이나 사는 게 아니라 '안 떨어지는 집을 고르는 능력'을 함께 키워야 해요.

 

초보들이 많이 묻는 3가지

· "무리해서 대출받아도 괜찮나요?" 

→ 갚을 수 있는 선이라면 시간과 물가가 부담을 덜어줍니다. 중요한 건 '내가 감당 가능한 원리금'을 먼저 계산하는 거예요. 무조건 최대로 받으라는 뜻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시간이 내 편이 되어준다는 의미입니다.

 

· "지금 고점 아닌가요?" 

→ 단기 등락은 누구도 정확히 못 맞혀요. 하지만 시계열을 10년 단위로 넓혀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한두 달의 등락보다 길게 보유했을 때의 방향을 보는 게 평범한 사람에게는 더 현실적인 기준이에요.

 

· "그래서 어떤 집을 사야 하나요?" 

→ 안 떨어지는 집을 고르는 능력이 먼저예요. 입지, 연식 같은 기준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룰게요.

 

오늘 바로 할 일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머리로는 이해가 됐을 거예요. 그런데 이해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그래서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세 가지를 드릴게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 하나.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부터 확인하세요. 

거래 은행 앱이나 상담 한 번이면 대략 알 수 있어요. '얼마까지 빌릴 수 있는지'를 알아야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숫자로 바뀝니다.

 

· 둘. 그 한도로 집을 샀을 때 매달 갚을 원리금을 계산해보세요. 

포털에 '주택담보대출 계산기'를 검색하면 바로 나와요. 원금과 이자를 합쳐 매달 얼마가 나가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거예요.

 

· 셋. 그 금액을 '지금 전세금 인상분 + 월 저축액'과 나란히 비교해보세요. 

의외로 "생각보다 차이가 크지 않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숫자를 나란히 놓는 순간 막연했던 고민이 비교 가능한 선택지로 바뀝니다.

 

이 세 가지 숫자만 손에 쥐어도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뀝니다. 막상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길이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평범할수록 빨리 시작하는 게 유리합니다. 무리해서 대출을 받더라도 시간과 인플레이션이 그 무게를 함께 덜어준다고 생각하면 미룰 이유가 줄어들거든요.

 

지금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 게 결코 게으르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평범한 우리에게 내 집 마련은 인생에서 가장 큰 돈이 오가는 일이잖아요. 그 앞에서 망설이고, 재고, 또 미루는 건 너무나 당연한 마음이에요. 신중한 거지 틀린 게 아니에요.

 

다만 그 망설임이 '아직 잘 몰라서'에서 온 거라면 오늘 글이 작게나마 그 안개를 걷어줬으면 좋겠어요. 큰 결심을 당장 하라는 게 아니에요. 대출 한도 한 번 확인해보는 것, 원리금 한 번 계산해보는 것. 그 작은 한 걸음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그 자리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더 나은 삶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증거예요. 그 마음이면 충분히 잘하고 계신 거예요. 천천히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시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댓글

코쓰모쓰creator badge
26.06.19 07:45

불안감 보다는 구체적 계산으로 내집마련을 해야한 이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산속
26.06.19 15:07

0호기 단독주택을 팔고 대출이 어려워서 1호기를 못하고 있지만 유디님 글보면서 종잣돈 모아서 넘 늦지않게 1호기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혼부린
26.06.19 23:40

확실히 내집이라는 안정감에서 시작하는게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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