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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우이, 자음과모음


안녕하세요.
어제보다 1% 더 발전하는 투자자 골드트윈입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시장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 그래프를 보고, 가격 흐름을 보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론이 꽤 논리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오늘은 제가 같은 차트를 보면서 네 번 다른 결론을 냈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부끄럽지만 매번 시장의 법칙을 찾은 것 처럼 확신했고, 매번 틀렸습니다.

관악구 e편한세상서울대입구와 마포구 DMC파크뷰자이의 그래프를 처음 비교했을 때, 관악구는 아무리 강남과 가깝다고 해도 언덕이 많고 골목이 좁고 주거 환경이 쾌적하지 않아 한계가 있는 반면 DMC파크뷰자이가 있는 수색뉴타운은 넓은 도로에 공원이 가깝고 깔끔한 신도심 분위기를 갖추고 있어 교통이 아쉬워도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프에 생각을 끼워 맞추면서 아무리 관악구가 강남이 가깝고 교통이 좋아도 환경이 가지는 한계가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에는 얼죽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이었고, 그 분위기가 제 확신을 더 굳혔습니다.

시간이 지나 같은 차트를 다시 봤습니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가 꾸준히 따라붙더니 격차가 좁혀졌었습니다.
그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강남 접근성이구나. 관악구는 2호선을 타면 강남까지 빠르게 닿을 수 있는 위치입니다. 환경이 조금 불편해도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교통이 훨씬 중요한 요소일 수 있고, 서울에서 강남까지 한 번에 가는 교통망을 가진 지역이 많지 않다는 것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이번에도 그래프에 생각을 끼워 맞추면서 환경보다 입지, 뉴타운 보다는 교통이 맞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때도 저는 확신했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다시 차트를 봤습니다. DMC파크뷰자이가 앞서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고덕 생활권을 보고 있었습니다. 강동구의 고덕이라는 생활권은 지하철 5호선 하나로 강남까지 나가려면 꽤 오래 걸리는 곳인데도 넓은 도로, 정돈된 택지,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는 생활권으로 대장 단지가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이런 조건을 갖춘 생활권이 많지 않기에 사람들은 교통이 조금 불편해도 매일 살아가는 환경의 질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장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 결과 DMC파크뷰자이가 e편한세상서울대입구보다 더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그래프에 맞춰서 이제는 서울 수도권에서도 교통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쾌적한 환경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라고 다시 생각을 바꿨습니다.
그때도 저는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래프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가 다시 치고 올라오고 있었고, 두 단지는 각자의 자리에서 비슷한 레벨을 유지하며 함께 우상향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하나가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입지도 맞고, 환경도 맞고, 신축도 맞습니다. 단지마다 가진 가치가 다르고, 그 가치가 긴 시간 동안 업치락 뒤치락하면서 결국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고 저는 그 중 하나만 보고 매번 전체를 안다고 착각했던 겁니다.
네 번 틀렸던 이유는 제가 보는 시계열이 너무 짧았고, 그 짧은 구간 안에서 보이는 흐름을 시장의 법칙처럼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한 시점의 가격 흐름은 그 순간의 시장 심리를 반영하거나 매물, 거래 상황, 정책 등에 따라 시차가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긴 시계열로 보면 결국 가격은 가치에 수렴한다는 것을 앞선 그래프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단지의 진짜 가치는 지금 가격이 아닙니다. 그 단지가 가진 입지, 환경, 상품성을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고 선호도가 어떻게 다른지를 봐야 합니다. 단순히 지금 가격이 낮다고 가치가 낮은 것도 아니고, 가격이 높다고 더 가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단지가 가진 본질적인 가치를 먼저 이해하고, 지금 가격이 그 가치 대비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볼 수 있어야 저평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매번 그래프의 한 구간만 보고 시장을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제가 내린 결론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긴 호흡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래프의 한 구간이 아니라 긴 흐름 전체를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단지의 가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이 또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 그것이 진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태도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투자 실력은 지금 맞고 틀리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 잘못되었을 때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내린 결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시장안에서 계속해서 시장의 변화를 들여다보면서 내 생각을 시장에 맞춰가는 것이 투자자로 실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앞으로도 계속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틀릴 때마다 조금씩 또 시장에서 배움을 얻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짧은 관점에서 정답을 내리는 것 보다 긴 시계열 관점에서 시장안에서 지속적으로 배움을 얻는 투자자가 되시길 응원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