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강생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 대화를 나누면 질문하시는 내용이 거의 똑같습니다.
"7월에 보유세 올린다는데, 저 집 팔아야 하나요?"
그리고 그 뒤에 꼭 따라오는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 세금, 결국 세입자한테 넘어가는 거 아니에요?”
목소리에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분이 많습니다.
뉴스에서 "보유세 인상", "선진국 수준" 같은 단어를 며칠째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런 질문을 받을수록 오히려 한 박자 천천히 갑니다.
10년을 투자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시장이 가장 시끄러울 때 내린 결정이 대체로 가장 나쁜 결정이었다는 겁니다.
오늘은 지금 나온 이야기를 팩트부터 차근차근 정리하고, 다들 가장 궁금해하는 "그래서 이게 세입자한테 넘어가느냐"는 질문에 제 나름의 판단 기준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공포도 낙관도 아닙니다.
"무조건 전가된다"도, "절대 전가 안 된다"도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지금은 팔고 사는 판단을 내릴 때가 아니라, 프레임을 다시 잡을 때입니다.
먼저 오해부터 풀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인데 7월에 발표되는 건 '세법 개정안'이지, 이번 달부터 세금이 오르는 게 아닙니다.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의 과세 기준일은 매년 6월 1일입니다.
이미 지났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정부가 서둘러도 올해 부과분에 인상을 반영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지금 시장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7월 세법 개정안에 인상 방침을 예고하고, 하반기에 시행령을 고쳐서, 내년(2027년) 부과분부터 본격 적용한다.
즉, 지금 발표될 내용은 '내년 고지서'에 대한 예고편입니다.
당장 이번 여름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조급해질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보유세를 올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법을 바꿔 세율 자체를 올리는 것, 다른 하나는 시행령만 고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는 것입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조금 낯설지만 핵심입니다.
공시가격에 이 비율을 곱한 값이 실제 세금을 매기는 과세표준이 됩니다.
같은 집이라도 이 비율이 오르면 세금이 늘어납니다.
이 비율의 역사를 보면 정부의 손이 어디까지 닿는지가 보입니다.
2009년 도입 이후 2018년까지는 80% 수준이었고, 2021년에는 95%까지 올랐다가, 이후 60%로 내려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금이 60%라는 건, 정부가 손대기로 마음먹으면 법을 바꾸지 않고도 세 부담을 상당히 끌어올릴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세율 조정보다 이 비율 인상이 먼저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둡니다.
국회 문턱을 넘지 않아도 되니까요.
여기에 하나 더,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라 있습니다.
지금은 1세대 1주택 기준 12억 원 초과분에 대해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을 각각 연 4%씩, 최대 80%까지 공제해 줍니다.
이 중 '거주하지 않은 집'의 공제를 손보겠다는 겁니다.
방향은 하나로 모입니다. "들고만 있지 말고, 실제로 살든지 내놓든지 하라."
여기서 겁먹기 쉬운 대목을 하나 눌러 드리겠습니다.
보유세에는 급등을 막는 제동장치가 각각 붙어 있습니다.
먼저 종부세에는 '세부담 상한'이 있습니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 상당액이 전년 대비 150%, 즉 최대 50% 증가를 넘지 못하도록 막아 둔 장치입니다.
재산세에는 2024년부터 '과세표준 상한제'라는 별도의 완충장치가 작동합니다.
공시가격이 아무리 뛰어도 과세표준의 연간 상승 폭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이라, 공시가격이 10% 올라도 재산세 과세표준은 그 절반 수준만 오르는 구조입니다.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일부 고가 아파트는 이미 상한선에 근접해 있어서, 비율이나 세율을 올려도 실제 체감 증가폭은 생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 시가 25억 원대의 마포 대단지 84㎡의 경우, 보유세가 2021년에는 50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가 2023~2025년에는 200만 원대로 내려왔고, 공시가격이 오른 올해는 다시 400만 원대 중반으로 올라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숫자만 보면 무섭지만, 곱씹어 보면 결국 정책 방향에 따라 오르내리는 진자운동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의 흐름을 겪어 본 분이라면, 이 진폭 자체가 새로운 뉴스는 아닐 겁니다.
이제 핵심입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물으시는 질문이죠.
"집주인 세금 올리면 결국 세입자한테 넘어가는 거 아니에요?"
경제학에서는 이걸 '조세 귀착'이라고 부릅니다.
세금을 법적으로 누가 내느냐와, 실제로 누가 부담하느냐가 다르다는 개념이죠.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실수합니다.
"무조건 전가된다" 또는 "절대 전가 안 된다" 둘 중 하나로 단정해 버리는 거죠.
둘 다 틀렸습니다. 이건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 세 가지 조건에 따라 답이 달라지는 조건부 현상입니다.
이 부분은 박원갑 위원의 칼럼이 정리를 잘해 두었으니 함께 짚어 보겠습니다.
첫째, 시간의 문제입니다.
단기적으로 집주인이 늘어난 세금을 세입자에게 그대로 떠넘기기는 어렵습니다.
계약 기간이 있고, 전월세 상한제(갱신 시 5% 제한)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장기로 가면, 신규 계약과 시세를 통해 조금씩 스며듭니다.
둘째, 협상력의 문제입니다.
세입자가 "그럼 저는 다른 데 가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직장이나 자녀 학교 때문에 그 동네를 떠나기 어려운 '비탄력적 수요'가 몰린 곳일수록, 집주인의 전가 시도가 먹힙니다.
반대로 대체할 집이 널려 있는 곳에서는 세입자가 그냥 옆 단지로 가 버립니다.
셋째, 지역별 수급의 문제입니다.
결국 두 번째와 이어집니다. 매물이 넉넉한 '수요자 우위 시장'에서는 전가가 어렵고, 물건이 귀한 곳에서는 쉽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장이 어느 쪽일까요.
한국부동산원 기준, 6월 둘째 주(15일 조사)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2.5로 2021년 2월 이후 약 5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니, 지금은 명백히 집주인이 유리한, 매물이 부족한 시장입니다.
보유세 부담이 임대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금처럼 전세 매물이 마른 국면에서, 학군·직장 때문에 못 떠나는 지역이라면 세입자에게 전가될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반대로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지역이라면 집주인이 아무리 올리고 싶어도 시장이 받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유세 올리면 세입자만 죽는다"는 말도, "집주인이 다 부담한다"는 말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그 물건이, 그 지역이 어떤 상황이냐가 전부입니다.
세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저는 제 원칙 하나로 돌아옵니다.
저환수원리. 저평가, 환금성, 수익성, 원금보존입니다.
이번 개편을 이 네 글자에 대입해 보면 판단이 훨씬 단순해집니다.
☑️ 환금성
이번 개편의 노골적인 메시지는 "들고만 있지 마라"입니다.
실거주 아닌 집의 세 부담을 키워 매물을 시장에 나오게 하려는 것이죠.
뒤집으면, 팔고 싶을 때 팔리는 집, 세입자가 끊기지 않는 집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는 뜻입니다.
애매한 입지의 '세금만 나가는 집'이 가장 먼저 부담이 됩니다.
☑️ 수익성
보유세는 매년 나가는 고정비입니다.
이 고정비를 감당하고도 남을 임대수익·시세차익 여력이 있는 물건인지, 냉정하게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 원금보존
정책이 흔드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심리'입니다.
심리에 휩쓸려 급하게 던지는 순간 원금이 깎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규제와 세제는 늘 기회의 얼굴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 공포에 못 이겨 던지는 물건이, 원칙을 지킨 사람에게는 저평가 매수 기회가 되곤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제가 자산을 늘린 지점들은 대부분 '남들이 무서워하던 순간'과 겹칩니다.
무주택·실거주 준비 중이라면,
이번 개편은 오히려 여러분 편입니다.
정부의 방향은 실거주자 우대, 비거주 다주택 압박입니다.
겁먹고 관망만 하기보다, 실거주 목적의 '똘똘한 한 채' 기준을 지금 다듬어 두세요.
매물이 나오는 국면에서 준비된 사람만 잡습니다.
실거주 1주택이라면,
대체로 이번 개편의 직접 타깃이 아닙니다.
종부세 세부담 상한과 재산세 과세표준 상한제라는 완충장치도 있고, 1세대 1주택 공제도 유지됩니다.
뉴스 헤드라인에 흔들려 팔 이유가 가장 적은 분들입니다.
본인 집의 예상 보유세를 계산기로 한 번 돌려 보고, 실제 숫자를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다주택자라면,
여기가 진짜 판단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감정이 아니라 물건별로 줄을 세우세요.
① 환금성 낮고 세금만 나가는 물건, ② 실거주 전환이 가능한 물건, ③ 세입자 협상력이 약해 임대인 우위 지역의 물건.
정리를 검토하는 대상은 대개 ①입니다.
발표문을 본 뒤 세무 전문가와 함께 시나리오별 세 부담을 계산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세무사가 아니니, 실제 절세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하셔야 합니다.
세제 개편은 이번이 처음도, 마지막도 아닙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런 뉴스를 몇 번이나 겪었는지 세어 보면, 그때마다 시장이 잠깐 얼어붙었다가 결국 원칙을 지킨 사람들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7월 발표가 나오면 또 하루가 시끄러울 겁니다.
그날 저녁 통장을 열어 보고 겁먹는 대신, 이 글에서 정리한 세 가지 조건과 저환수원리를 한 번 더 꺼내 보셨으면 합니다.
정책은 여러분의 집을 흔들 수 있어도, 여러분의 기준까지 흔들 수는 없습니다.
발표가 나오는 대로, 확정된 내용으로 다시 정리해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조급해하지 마시고, 각자의 원칙을 점검하는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