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도 밖에 나가?"
8년 전, 퇴근 후 씻지도 못한 채 다시 운동화 끈을 묶던 날이었습니다.
낮에는 회사에서 치이고, 저녁과 주말에는 부동산 공부와 임장, 밤샘 보고서 작성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던 때.
당시 딸아이는 고작 5살이었습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와 한창 엄마 손을 찾을 나이, 다른 집 엄마는 주말마다 놀이공원에 가고 키즈카페에서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고 있을 때, 나는 지도를 들고 낯선 동네의 단지를 걸었습니다. 다른 집 엄마 아빠가 공원에서 아이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 부러움이 밀려오기도 하고, 저녁 시간 단지에 들어가면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를 가운데에 두고 가족끼리 저녁식사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까무러쳐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왔죠.
‘내가 지금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나...’ ‘아이가 가장 예쁠 이 시기에, 정작 엄마의 부재만 남겨주는 건 아닐까...’
월급쟁이 부모로서 아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고 싶어 시작한 공부였지만, 아이와 함께 해야하는 시간을 갈아 넣고 있다는 생각에 깊은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미안함’ 뒤에 숨겨져 있던 반전
그렇게 죄책감을 훈장처럼 안고 달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주말 임장을 나가기 전, 미안한 마음에 딸아이에게 "오늘도 아빠랑 놀고 있어, 엄마가 빨리 갔다 올게..." 하고 사과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습니다.
"엄마, 오늘도 멋진 집 찾으러 가? 오늘도 힘내!"
아이는 엄마의 부재를 '버려짐'이나 '외로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가 집을 비운 시간 동안, 아이는 아빠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쌓으며 누구보다 밀도 있고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매일 묵묵히 달려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방에서 혼자 끙끙대며 그림을 그리고 있길래 다가가 보니, 제 보고서 양식을 시늉 내어 자신만의 '그림 보고서'를 완성해 두고 있었습니다.
"엄마처럼 나도 오늘 숙제 끝까지 다 했어! . 너무 뿌듯하고 맘에 들어! " 하고 웃는 아이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해했던 그 시간들이 결코 결핍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공부하라는 잔소리 한마디보다 더 강력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태도'를 스스로 배우고 있었던 겁니다.
이번 주말도 임장하고 보고서 쓰고 계신 워킹맘·워킹대디에게
많은 워킹맘, 워킹대디 수강생분들과 코칭 및 독서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꼭 나오는 눈물의 고백이 있습니다.
"멘토님, 주말에 임장 가느라 아이 혼자 TV 보게 할 때마다 눈물이 나요."
"아이한테 너무 미안해서 보고서 쓰다 말고 울컥해요."
그 마음, 제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 역시 5살 딸아이를 두고 밖으로 돌며 밤마다 스스로를 자책했으니까요.
하지만 감히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절대 죄책감을 가지지 마세요.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부모의 삶을 예리하게 관찰하며 자랍니다.
주말에 놀이공원에 가주지 못한다고 해서 아이의 사랑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는 자신의 미래와 가족의 삶을 바꾸기 위해 매일 땀 흘리고, 피곤한 눈을 비벼가며 노트북을 켜는 부모의 '거룩한 뒷모습'을 가슴 깊이 간직하게 됩니다.
이렇게 아이는 어느 새 커서, 저에게 자신만의 목표를 향한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모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곧 아이의 미래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임장을 다니고, 지친 몸을 이끌고 보고서를 쓰는 이유는 단순히 아파트 몇 채를 더 사기 위함이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성실함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삶으로 증명해 보이기 위함입니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삶의 태도'입니다.
지금 아이와 함께해 주지 못해 마음 아파하고 계신다면,
그 미안함을 '미안해'라는 말 대신 "엄마,아빠가 우리 가족을 위해 오늘도 멋지게 해냈어!"라는 당당함으로 바꿔주세요.
자신의 목표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여러분의 뒷모습은,
훗날 아이가 세상을 살아갈 때 가장 강력하고 튼튼한 자산이 되어줄 것입니다.
오늘도 임장과 보고서 쓰느라 아이와 잠깐 떨어져 있다면,
지금 당장 딱 한 문장만 아이에게 보내보세요!
“OO야, 엄마/아빠는 지금 우리 OO이랑 나중에 더 예쁜 집, 더 멋진 곳에서 놀기 위해서 밖에서 ‘보물찾기(멋진 동네 찾기)’ 하고 있어!
밖에서도 우리 OO이 생각 계속 하고 있으니까, 아빠/엄마랑 재밌게 놀고 있어줘. 저녁에 제일 크게 안아줄게! 꽉!”
오늘도 멋진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의 모든 워킹맘, 워킹대디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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