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면 사장님이 알아서 다 해주시지 않나요?”
처음 집을 사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입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중개사는 매물을 연결해주고 서류를 챙겨주는 역할까지만 합니다.
계약금을 언제 얼마나 줘야 하는지, 특약은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잔금일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는 내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영역이에요.
실제로 처음 집을 사시는 분 중에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 가계약금 500만원을 주고 마음이 바뀌었는데, 중개사가 "이건 돌려받기 어렵다"고 해서 그대로 계약 진행
- 잔금일에 대출 실행이 안 되어서 급하게 고금리대출을 받게 됨
- 특약 없이 계약했다가 하자 보수 비용 수백만원 추가 지출
수억원이 오가는 계약에서 절차를 모른 채 진행하면
실제로 수백, 수천만원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계약 절차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막연한 불안 없이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집 계약의 전체 흐름을 머릿속에 그려드릴게요.
집 계약, 이렇게 흘러갑니다
집을 사는 건 크게 4단계로 이루어집니다.
1단계: 가계약
"이 집 제가 살게요, 다른 사람한테 팔지 마세요"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는데, 고민하는 사이 다른 사람한테 넘어갈까봐 걱정되죠?
그럴 때 일부 금액(수백만~수천만 원)을 먼저 주고 "곧 정식으로 계약할게요"라고 약속하는 게 가계약입니다.
쉽게 말하면 '찜하기' 같은 건데요.
가계약의 효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구체적으로 합의된 경우 법적 효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조건 합의에 따라 달라집니다
2단계: 본계약
"정식으로 이 집을 사겠습니다"
정식으로 집을 사겠다고 서명하는 단계입니다.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보통 매매가의 10%)을 지급합니다. 이 순간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하며, 양쪽 다 함부로 계약을 깰 수 없습니다.
내가 마음 바꾸면 계약금을 날리고, 상대방이 마음 바꾸면 계약금의 2배를 물어줘야 합니다.
계약서에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금액과 지급일자, 특약사항 등을 명확히 적습니다.
3단계: 중도금
"집값의 일부를 한 번 더 드릴게요"
본계약과 잔금 사이에 한 번 더 돈을 주는 단계입니다.
중도금은 의무는 아닙니다.
중도금을 지급할 것인지, 지급한다면 얼마를 줄 것인지는
집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협의할 수 있습니다.
생략하는 경우도 많지만
급매물이거나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면,
중도금이 계약을 함부로 파기할 수 없게 만들어 줍니다.
4단계: 잔금
"남은 돈 다 드립니다, 이제 비번 주세요"
남은 돈을 모두 지급하고 집의 비밀번호와 소유권을 받는 단계입니다.
보통 본계약 후 2~3개월 뒤에 진행되며,
등기이전과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잔금일에는 은행, 법무사, 중개사, 매도인이 모두 모여서
대출 실행→돈 지급→등기 서류 교환→비밀번호 인수를 한 번에 처리합니다.
내 돈은 실제로 어떻게 나가나요?
아래 조건으로 3억원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해볼게요.
조건
아파트 가격: 3억원
대출: 2억원 (집값의 약 67%)
내 돈: 1억원
[가계약하는 날]
가계약금 300만원 지급(보통 계약금의 10%를 지급)
[본계약하는 날]
계약금 3,000만원(보통 집값의 10%를 지급) 집주인에게 지급
[잔금 치르는 날]
은행에서 대출 2억 실행 → 매도인 계좌로 직접 입금
본인이 준비한 자금 7,000만원 → 매도인에게 지급 (계약금 3천만원 + 자금 7천만원 = 1억)
매도인이 받는 돈 : 2억(대출) + 7천만원(본인자금) = 2억 7천만원 (나머지 3천만원은 계약금으로 이미 받음)
법무사가 등기서류 확인 후 등기 진행
집 비밀번호 인수 및 등기 완료
이렇게 본인이 준비해야 하는 현금은 1억 (계약금 3천만원 + 잔금일 7천만원)이며,
나머지 2억은 대출로 해결하는 구조입니다.
처음 계약하는 사람이 꼭 알아야 할 것 3가지
1. 가계약금, 함부로 주면 못 돌려받습니다
집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할까봐 불안해요.
중개사님이 “일단 가계약금 300만원만 주시면 다른 사람한테 안 보여줄게요”라고 하시네요.
이 돈 주는 순간 법적으로 "계약 의사가 있다"고 인정받을 수 있어요.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아깝거나, 부모님이 반대하거나,
더 좋은 집을 찾아도 가계약금은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하세요
- 주변 시세를 한 번 더 검색해보세요. (네이버 부동산, 아실 등)
- 등기부등본을 떼서 문제가 없는 집인지 확인하세요. (중개사무소에서 떼줍니다)
- 은행에 전화해서 대출 가능한지 확인하세요.
충분히 확신이 서면 그때 가계약금을 주세요.
2. 잔금일, 너무 빨리 잡지 마세요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빨리 이사가고 싶어요.
중개사님이 "잔금일 언제로 할까요?" 물어보시는데, "빠를수록 좋죠!" 하고 2주 뒤로 잡았어요.
잔금일까지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 집 구석구석 다시 확인 (하자 있는지, 고칠 건 없는지)
- 은행 가서 대출 신청 (서류 제출하고 승인 기다리는 데 1~2주)
- 이사 날짜 잡기
전입신고 준비 (잔금 끝나면 바로 할 수 있게)
만약 잔금일에 대출 승인이 안 나면?
급하게 고금리 대출을 받거나, 지인한테 빌리거나, 잔금일을 미뤄야 해요.
(잔금일을 미루면 매도인이 싫어하고 추가 비용이 들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안 미뤄줄 확률이 큽니다.)
이렇게 하세요
- 잔금일은 본계약 후 최소 2개월 뒤로 잡으세요.
- 여유있게 하고 싶으면 3개월 이상도 괜찮아요.
급할 이유가 없으면 천천히 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안전해요.
3. 중요한 약속은 반드시 계약서에 적으세요
"가계약할 때 '보일러 고장난 거 고쳐주신다'고 말로만 하고 계약서에 안 적었어요.
본계약 때 다시 말씀드렸더니 '그런 얘기 한 적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집주인이 "보일러 고쳐드릴게요", "벽지 새로 발라드릴게요"라고 말로 약속해도,
계약서에 적혀있지 않으면 나중에 안 해줘도 어쩔 수 없습니다.
특히 본계약 때 계약서에 "현 상태 그대로 인도"라는 문구가 있으면,
하자가 있어도 고쳐달라고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로만 한 약속은 나중에 증명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세요
- 가계약하기 전부터 중요한 특약은 미리 협의하세요.
- 본계약할 때 계약서 특약란을 꼼꼼히 보세요.
- 집주인과 약속한 내용을 중개사에게 말하고 “이거 특약에 적어주세요”라고 요청하세요.
첫 내 집 계약할 때, 이렇게 하세요 : 정리하면
집 계약은 가계약(선택) → 본계약 → 중도금(선택) → 잔금의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초보자가 기억할 핵심 3가지
- 가계약금도 함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 충분히 확인한 후 지급하세요.
- 잔금일은 여유있게 잡으세요 - 최소 2개월 이상
본계약 때 특약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 하자 책임, 인도 조건 등
계약 절차를 안다는 것은 불안을 지식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은 이제 누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아도,
스스로 계약을 차근차근 진행할 수 있는 기준점을 갖게 되신 거예요!
다음 편에서는 계약서에 나오는 생소한 용어들에 대해 알아볼게요.
계약서를 보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혹시 내용을 놓치고 계약 도장을 찍었다가 큰일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도록
자주 묻는 질문들도 함께 정리할테니, 놓치지 말고 꼭 다음 편도 이어서 읽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