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주식도 부동산도 분위기가 좋습니다.
주변에서 연일 코스피 지수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고,
삼전닉스로 얼마 수익이 났다는 말도 들리고,
그때 샀던 아파트가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투자한 사람 입장에서 분명 기분 좋은 시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시기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수익이 났기 때문입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리실 수 있습니다.
수익이 났으면 좋은 일인데, 왜 조심해야 할까요?
이때 가장 위험한 착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벌어준 돈을
내 실력으로 착각하는 것.
상승장에서는
좋은 자산도, 덜 좋은 자산도 모두 오릅니다.
깊이 공부하고 산 자산도 오르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산 자산도 오릅니다.
그래서 수익이 났다는 사실만으로
내 판단이 모두 맞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익은 실력의 증거가 아닙니다.
수익은 복기해야 할 결과입니다.
투자에서 무서운 것은
돈을 잃는 경험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위험한 경험이 있습니다.
틀린 판단을 했는데도
돈을 버는 경험입니다.
사람은 손실이 나면 본능적으로 멈춥니다.
왜 손실이 났는지 복기하고,
무엇을 놓쳤는지 돌아보고,
다시 공부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수익이 나면 다릅니다.
“아.. 그때 돈 더 넣었으면 더 벌 수 있었는데..”
“계속 이렇게 벌면.. 퇴사해도 되겠는데?

최근에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자가 몰리고,
단기간 수익 이야기가 빠르게 퍼지는 모습을 보면
시장이 좋을 때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커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도 과거에 그랬습니다.
수익이 났고, 기뻤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기쁨이 자신감으로 바뀌고,
자신감은 다시 욕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감당 가능한 금액으로 시작했습니다.
혹시 잘못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투자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수익을 본 뒤에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조금만 더 넣었으면 더 벌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도 비슷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기준보다 수익을 먼저 보게 되고,
리스크보다 기회를 더 크게 보게 됩니다.
이때가 정말 위험합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지를 제대로 보지 않았는데,
비교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가격이 싼지 모르고 샀는데 시장 덕분에 올랐을 수 있습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가치와 사업방향 등을 깊이 보지 않았는데
시장 전체가 좋아서 같이 올랐을 수 있습니다.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과정까지 모두 맞았던 것은 아닙니다.
한 번은 시장이 도와줬을 수 있습니다.
두 번도 운이 좋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 없는 투자는
언젠가 시장이 돌아섰을 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수익이 났다면 기뻐해도 됩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수익이 났을 때일수록
조용히 적어봐야 합니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산 것인지,
가격이 오를 것 같아서 산 것인지,
저평가 되어있다고 생각해서 산 것인지,
내가 비교하고 확인한 기준이 있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수익이 난 뒤에는
과거의 매수가가 아니라
현재 가격으로 다시 봐야 합니다.
지금 가격에서도 여전히 가치가 있는 좋은 선택인지,
아니면 단지 내가 싸게 샀기 때문에 좋아 보이는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가격이 오를 때는 누구나 확신이 생깁니다.
하지만 진짜 확신은 가격이 흔들릴 때 드러납니다.
하락해도 보유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지,
대출과 현금흐름을 감당할 수 있는지,
그 자산을 계속 들고 갈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 수익은 아직 실력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저 좋은 시기를 만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수익을 실력으로 만들려면
내가 잘한 것과 시장이 도와준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공부하고, 비교하고, 실행했다는 점에서
투자한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분명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사람입니다.
하지만 금리 분위기가 좋아진 것.
전세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른 것.
매수 심리가 강해진 것.
시장 전체가 상승 흐름을 탄 것.
모두 내 실력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수익이 났다고 실력이 생긴 것은 아닙니다.
수익이 났다는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고, 복기하는 사람만이
그 수익을 실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시장을 놓치는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더 무서운 것은
시장이 벌어준 돈을 내 실력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투자는 한 번 맞히는 게임이 아닙니다.
오래 버티며 자산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수익이 났다면
한 번쯤은 스스로 차갑게 물어봐야 합니다.
조훈현 국수님의 저서인
고수의 생각법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투자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손실이 난 투자는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복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수익이 난 투자도
다음에 같은 선택을 반복할 수 있도록 복기해야 합니다.
이번 수익은 정말 내 실력이었을까?
수익은 자랑에서 끝나면 운이 됩니다.
하지만 복기하면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다음 시장에서 나의 자산을 지켜주는
진짜 실력이 됩니다.
수익에 들뜨기보다 기준을 남기고,
시장에 오래 살아남는 투자자가 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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